논문심사 발표는 방대한 연구 내용을 기계적으로 빠르게 낭독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논문심사 위원이 사전에 준비한 비판적인 질의 사항을 선제적으로 방어하여 무력화하고, 연구자가 통계적, 이론적인 근거를 충분히 확보한 연구성과의 영역으로 질의응답을 전략적으로 유도하는 설득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 글의 순서 8개 항목
논문심사(디펜스)를 준비하는 연구자들은 방대한 논문 내용을 발표 슬라이드에 무리하게 압축하려는 실수를 자주 범합니다. 슬라이드를 조밀한 텍스트와 회귀분석 테이블로 가득 채운 뒤, 단상에서 화면의 텍스트를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발표 방식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심사위원은 발표를 통해 논문의 내용을 처음 접하는 수동적인 청중이 아닙니다. 이들은 발표 1-2주 전에 가제본된 심사본을 전달받습니다. 그리고 연구의 이론적 배경, 연구방법론의 체계와 통계분석 결과 등을 미리 살펴본 후, 질의 사항까지 준비한 상태로 심사장에 참석합니다. 따라서 이미 문서로 내용을 파악한 심사위원 앞에서 본문 텍스트를 낭독하는 방식으로는 자신의 연구 가치를 드러낼 수 없습니다.
심사 발표의 본질적인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안내(guiding)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질의응답을 전략적으로 유도(inducing)하는 것입니다. 연구자는 자신이 가장 공들여 얻어낸 독창적인 연구 결과로 심사위원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아울러 ‘논의’ 챕터에서 이미 방어 논리를 구축해 둔 (또는 구축했어야 했던) 연구의 한계점 영역으로 심사위원의 질문이 향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합니다. 요컨대 15분의 발표 시간은 심사위원의 평가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자리가 아니라, 연구자 본인이 심사장의 논의 의제(agenda)와 평가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시간입니다.
연재글 순서
- 학위논문 심사의 구조: 논문심사 위원은 누구이며, 무엇을 묻고, 어떻게 판정하는가?
- 학위논문 심사일정 관리: 심사통과를 보장하는 ‘역산(Backward Scheduling)’의 달력 설계법
- 프로포절(Proposal) 심사 대응: 연구계획서가 논문심사위원으로부터 ‘승인(Approval)’을 얻는 방법
- 논문심사 발표(PT)의 설계: 15분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전략
- 심사 예상 질문과 답변 전략: 논문심사 위원의 질문 경로를 미리 대비하는 Q&A 지도
- 심사 현장에서의 대응 전략: 심사위원 지적의 수용과 학술적 방어를 위한 태도와 화법
- 심사의견의 반영: 논문심사 지적사항을 수정본으로 전환하는 절차
- 논문심사에서의 재심사와 최종심사: 학위논문의 최종 통과를 위한 행정적인 절차
- 학술지 논문심사의 대응: 심사의견 답변서의 작성과 전략적인 반론
심사 발표(PT)에 대한 세 가지 오해와 개선 전략
성공적으로 심사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심사위원의 평가 기준을 고려하여 다음의 세 가지 오해를 경계해야 합니다.
“연구의 약점이나 한계점은 최대한 숨기고 신속히 넘어가야 한다”는 오해 (X): 연구 설계상의 취약점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입니다. 연구자가 숨기려는 약점은 질의응답 시간에 심사위원으로부터 가장 날카롭고 치명적인 지적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발표의 마지막 슬라이드에 본 연구에서 드러나는 한계점(예., 샘플링의 편중)을 명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심사위원의 비판적인 질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논문의 목차 순서대로 동일한 시간 비중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오해 (X): 논문의 서론부터 결론까지의 모든 챕터에 기계적으로 동일한 시간을 배분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심사위원은 이미 학계에 널리 알려진 이론적 배경이나 선행연구의 나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한편, 심사위원이 관심을 가지는 곳은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얻어진 통계분석의 결과가 도대체 무엇인가”와 “이 연구의 결과가 학술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는 어떠한 기여점을 가지는가”라는 연구의 성과에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선행연구에서 드러나는 연구공백을 부각시키고,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와 이에 관한 해석에 발표 시간의 대부분을 배분해야 합니다.
“화면에 글자가 많아야 긴장을 덜고 원활하게 발표할 수 있다”는 오해 (X): PPT 슬라이드를 조밀한 텍스트로 구성하면 심사위원은 발표자의 구두 설명에 집중하기보다 화면의 텍스트를 읽으며 오탈자나 자구 수정에 시선을 빼앗기게 됩니다. 또한 발표자 역시 슬라이드 대본에 의존하느라 스크린을 쳐다보며 청중에게 등을 돌리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슬라이드에는 핵심 키워드와 연구모형,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를 요약한 테이블을 위주로 간결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심사위원의 시선과 집중이 발표자의 설명과 논리로 향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15분 발표를 위한 최적화된 시간 배분: 전반부 압축(Diet)과 후반부 집중(Bulk-up) 구조
학위논문 심사에 15분의 발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전체 PPT 슬라이드 분량은 최대 15장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슬라이드 1장당 약 1분의 발화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심사위원의 부담을 덜고 발표의 안정적인 속도감을 확보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발표의 구성은 서론과 이론적 배경을 다루는 전반부를 과감하게 압축하고, 분석 결과와 시사점을 다루는 후반부에 논리적인 무게를 싣는 차등적인 구조를 취해야 합니다.
표 1. 학위논문 심사 발표(PT)를 위한 시간 배분과 효과적인 발표 전략
| 논문의 구성 | PT 배분 시간 | 슬라이드 장수 | 발표 전략 |
|---|---|---|---|
| 1. 연구의 필요성/목적 | 2분 | 1-2장 | 장황한 사회적인 배경은 배격. “기존의 연구가 놓친 공백이 이것이고, 나는 이것을 타격하겠다”라는 선언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 |
| 2. 이론적 배경/연구모형 | 2분 | 1-2장 | 학자 이름과 개념의 나열은 전면 생략. [연구 모형 도식도] 한 장을 띄워놓고 연구가설의 화살표 흐름만을 직관적으로 설명. |
| 3. 연구 대상 및 방법 | 2분 | 1장 | 복잡한 텍스트 대신 테이블로 압축. 표본의 크기(N), 측정도구의 출처, 분석 기법(예., PROCESS 매크로, Model=4)만 짧게 브리핑. |
| 4. 연구 결과 | 7분 | 5-6장 | 연구가설 1번부터 차례대로 발표하며, 통계량과 함께 기각/채택의 여부를 선명하게 낭독. |
| 5. 논의 및 한계점 | 2분 | 1-2장 | 연구결과의 학술적/실무적 의미 2가지, 연구의 한계점을 2가지를 제시하며 여운을 남김. |
리허설 과정에서 사전에 정한 15분을 초과한다면, 서론의 연구 배경과 제2장 이론적 배경의 발표를 위한 시간을 축소해야 합니다. 심사위원은 연구자가 직접 수집한 데이터 분석 과정과 연구결과, 이를 통한 기여점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서론과 연구배경의 설명에 5분 이상의 시간을 소모한다면 심사위원장으로부터 “시간이 없기 때문에 본론으로 들어가시지요“라고 제지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발표 현장에서 제재를 받게 되면 발표자의 평정심이 흔들리게 되고 호흡과 논리적인 흐름이 단절되어 질의응답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면 결과와 논의 파트를 위한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전반부의 배경 이론을 최소한의 연구 공백을 제시하는 수준으로만 압축하는 것이 타당한 전략입니다.
슬라이드 제작의 미니멀리즘: 요소의 선별과 시각화 원칙
학위논문 심사 발표용으로 쓰이는 PPT 슬라이드는 정독을 목적으로 작성하는 인쇄 문서가 아닙니다. PPT 슬라이드는 발표자의 구두 설명을 시각적으로 보조하고, 주장하려는 논점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텍스트의 과밀로 인한 인지적인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미니멀리즘(minimalism)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 서술어의 압축과 개조식 구성: 서술형 문장을 통한 종결을 피하고, 주요 개념을 위주로 개조식(bullet point) 명사형 종결로 바꾸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과 같은 장황한 문장은 “정(+)의 영향(p<0.05)“으로 줄입니다. 변수 간 관계의 방향과 유의수준만을 압축하여 제시하면 정보 전달의 속도가 한층 빨라집니다.
- 원거리 가독성을 확보하는 폰트의 크기: PPT 슬라이드 본문의 폰트 크기는 최소 20pt 이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심사위원석과 발표 스크린 사이의 거리가 약 3-4m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작은 텍스트는 심사위원의 시각적인 피로를 유발하고 정보 습득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각주나 출처 표기를 제외한 모든 정보는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는 크기로 작성해야 합니다.
- 배경과 강조 색상의 엄격한 통제: 슬라이드 배경은 흰색에 가까운 무채색 밝은 톤으로 통일하고, 기본 텍스트는 검은색을 사용하여 명도 대비와 시인성을 최대한 높여야 합니다. 강조 색상은 채택된 주요 가설의 통계적 검증 결과나 연구모형의 중심 경로처럼 반드시 주목해야 할 ‘값’에만 적용합니다.
- 장식적인 애니메이션 효과의 전면 배제: 텍스트나 그래프가 회전하거나 이동하는 등의 과도한 화면 효과는 학술 발표의 품격과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슬라이드는 정적인 구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다만 정보를 단계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과정에서는 발표의 흐름상 설명 보조가 반드시 필요한 때에 한하여, 심플한 ‘나타내기(appear)’ 효과만을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연구 결과 슬라이드의 시각화: 통계 테이블의 캡처 (X)
논문 본문에 수록된 복잡한 다중회귀분석 결과를 담은 테이블이나 통계 패키지 출력 화면을 슬라이드에 이미지 형태로 캡처하여 삽입하는 것을 반드시 지양해야 합니다. 이 방식은 텍스트의 크기가 축소되어 원거리 판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에게 정제되지 않은 많은 통계 수치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여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의 결과를 담은 슬라이드를 제작할 때는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와 관련성이 있는 핵심적인 지표와 통계량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 회귀분석 결과의 핵심 요약 테이블 구성: 비표준화 계수(B), 표준오차(SE), 다중공선성 진단 지표(VIF) 등의 심사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필요하지 않는 세부 통계량은 슬라이드에서 과감히 생략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나타내는 테이블은 [독립변수 이름], [표준화 베타 계수(beta)], [유의확률(p-값 또는 유의수준 표기)]의 3개 핵심 열(column)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수의 영향력에 관한 상대적인 크기와 유의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 구조방정식(SEM) 경로계수의 그래픽 시각화: 여러 값을 나열하는 테이블을 제시해서는 안됩니다. 대신, [연구모형] 위에 검증 결과를 직접 투영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연구모형 안에서 각 변수의 인과관계를 표시하는 경로(예., 화살표) 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경로계수(beta)와 유의수준만을 기재합니다. 이때 영향력의 크기에 비례해서 화살표의 굵기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거나 유의한 경로에만 강조 색상을 입힌다면 연구 모형의 적합성과 구조적인 인과관계를 하나의 PPT 슬라이드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조절효과의 단순기울기(simple slope) 그래프 활용: 상호작용(interaction)에 의한 값으로만 테이블로 제시하는 방식은 조절(moderation)에 의한 양상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PROCESS 매크로 등의 분석 도구를 통해 출력할 수 있는 단순기울기 그래프를 PPT 슬라이드의 전면에 시각적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조절변수의 수준에 따라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의 기울기가 어떻게 완만해지는지 혹은 가팔라지는지를 시각화하여 조절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실전 리허설: 예상 질문을 유도하는 전략적인 공백 설계
PPT 슬라이드를 완성한 후에 리허설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리허설은 발표자의 발화 시간을 15분에 맞추는 연습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발표 경험이 풍부한 연구자는 발표 대본을 구성할 때 심사위원의 질의를 연구자가 사전에 완벽하게 대비한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인 유도 지점(의도적 공백)’을 계획적으로 배치합니다.
- 전략적 질의 유도(사전 대비 항목의 간결한 노출): 연구자가 가장 면밀하게 검토해서 완벽에 가까운 방어 논리를 갖추고 있는 통계적 접근(예., 다중공선성 VIF의 억제와 통제 과정, 부트스트래핑 N=5,000회의 설정 근거 등)을 슬라이드 여백에 명시하지만, 구두 발표에서는 이를 깊이있게 설명하지 않고 간략하게 언급하며 다음의 슬라이드로 넘어갑니다. 만약 방법론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심사위원은 그 지점을 포착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분석 과정을 질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만반의 준비를 갖춘 학술적인 근거와 통계량을 답변하여 연구자의 연구역량을 돋보일 수 있습니다.
- 선제적으로 한계점을 제시하여 방어선을 구축: 논의 챕터의 마지막 PPT 슬라이드에 본 연구의 한계를 2가지 내외로 제시하며서 발표를 마무리합니다. 예를 들어서 “표본이 특정한 지역으로 편중되어서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거나 “자기평가 기반의 설문지를 기반으로 동일한 시점에서 동일한 표본이 응답한 자료를 분석함에 따라 비롯될 수 있는 동일방법편의(CMB, Common Method Bias)의 가능성” 등을 명시합니다. 비판적으로 논점을 제기하려고 했던 심사위원이 연구의 취약점을 연구자 본인이 먼저 밝히고 이를 위한 보완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면, 예상되었던 지적을 사전에 차단하고 연구자로서의 자기검증 태도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 가상 사례: 체육학 석사과정 학생의 23분짜리 낭독에서 15분 발표로의 전환 체육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학생 A씨는 본심사를 일주일 앞두고 연구실 동기들 앞에서 첫 리허설 무대를 가졌습니다. A씨는 자신이 많은 시간을 들여 확보한 20명의 논문저자 이름을 서론의 PPT 슬라이드 5장에 걸쳐 빈틈없이 나열하였고, 이들의 이름을 국어책 읽듯이 줄줄 낭독하였습니다. 하지만 10분이 경과하였음에도 당연히 연구방법 챕터에도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PPT 슬라이드에서의 연구결과 테이블은 논문에 있는 것을 그대로 캡처해서 붙였고, 글씨가 너무 작아 화면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더듬거리며 읽었 나갔습니다. 타이머가 멈춘 시간은 23분 40초였습니다. 동기들로부터 가혹한 피드백을 받은 A씨는 PPT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발표가 시작되고 처음에 등장했던 서론 5장의 슬라이드를 제거하고, 단 1장의 슬라이드에는 “기존 연구의 공백: 엘리트 체육인에 한정됨, 본 연구의 기여: 생활체육 지도자로 그 대상을 확대”라는 두 문장만을 유지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결과 슬라이드에서는 이해하기가 난해한 SPSS 출력물의 캡처 이미지를 모두 제거하고, 연구모형에 투영되는 화살표 위에 표준화 베타계수 값과 p-값만을 남겨두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A씨는 12장으로 이루어진 발표용 PPT 슬라이드 최종버전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본 사례는 프라임 컨설팅이 실무 컨설팅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발표 대본(스크립트)을 단상에 지참하고 참고하면서 발표해도 무방하나요?
A. 발표 대본을 단상에 지참하는 행위 자체는 제한되지 않으나, 시선을 대본에만 고정한 채 발표할 내용을 그대로 낭독하는 태도는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연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본을 작성할 때는 서술형 문장 전체를 적기보다는, 슬라이드 번호별로 반드시 전달해야 할 ‘핵심 키워드 3개 내외’만을 불릿 기호로 굵고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본은 발표 내내 읽어 내려가는 낭독문이 아니라, 긴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논리 흐름을 놓쳤을 때 요점을 신속히 확인하는 최소한의 보조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키워드만을 확인하고 즉시 고개를 들어 심사위원단과 시선을 교환하며(eye-contact) 자연스러운 구두 언어로 설명을 이어갈 때 발표 과정에서 연구자의 신뢰성과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발표를 하는 도중에 심사위원이 발언을 중단시키고 질의를 할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발표 도중에 심사위원이 개입한다면 당황한 나머지 답변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심사위원의 발언을 끊으며 “지적하신 내용은 다음 슬라이드에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일방적으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이는 심사위원에게 방어적이거나 연구 과정에 대한 소통 태도가 경직되어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이 발표 중간에 질문을 제기하면 즉시 발표를 멈추고 경청한 뒤, 제기된 논점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10-15초 이내로 핵심만을 간결하게 답변해야 합니다. 만약 긴급히 답변해야 한다면 중요한 요점만으로 심사위원의 의문을 해소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심사위원의 질의가 후속 슬라이드에 구체적인 통계 테이블이나 분석 결과로 이미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연구의 핵심적인 방법론적인 쟁점을 짚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지적 내용은 3장 뒤에 제가 발표할 연구결과에 관한 슬라이드에서 상세하게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와 같이 정중히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Q. 논문에서 연구가설 3개가 기각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슬라이드에서 제외해도 될까요?
A.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심사위원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모든 가설이 유의수준에서 채택되었는지의 여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설이 기각된 사실을 숨기려다 발각되면 연구 윤리와 데이터의 신뢰성 전체를 의심받게 됩니다. 따라서 연구가설이 기각된 결과도 PPT 슬라이드에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연구가설 3은 통계적인 유의수준에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그 기각의 원인은 조사 대상자가 대부분 Z세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찾을 수 있으며, 이에 관한 결과는 후속 연구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집니다“와 같이 연구가설의 기각 결과에도 풍부한 학술적인 의미를 보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슬라이드 배경이나 템플릿 디자인은 어느 정도로 꾸미는 것이 좋습니까?
A. 학위논문을 발표하는 목적은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발표나 광고 회사의 사업 제안서를 홍보하기 위한 유형의 것이 아닙니다. 화려한 색상과 복잡한 그라데이션, 시선을 사로잡는 픽토그램 등은 학술적 진지함(scholarly seriousness)을 해치는 부가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가장 적합한 템플릿은 흰색 배경에 검은색 폰트를 사용하고, 소속 대학교의 공식 로고를 우측 상단에 작게 배치한 기본 템플릿입니다.
결론
심사위원은 심사 이전에 논문의 전문을 정독하고 참석합니다. 따라서 심사 발표는 본문의 내용을 활자로 낭독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논문심사 발표의 본질적인 기능은 심사위원이 문서로 읽은 연구 내용과 연구자의 구두 설명을 대조하는 ‘확인’, 연구자가 드러내려는 자신의 학술적 기여점에 시간을 집중시키는 ‘선택적인 강조’, 그리고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한 논점을 의도한 방향으로 유인하는 ‘전략적인 안내’에 있습니다.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강점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심사위원의 질의를 자신이 의도한 영역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의 설계나 방법론상의 취약점을 감추기 위해 자의적으로 누락시킨다면 오히려 드러내야 할 연구공백이 두드러져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PPT 슬라이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함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제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선행연구의 무미건조한 나열, 이미 학계에서 통용되는 교과서적인 개념과 이에 대한 정의, 설문도구의 모든 측정 문항의 나열, 그리고 통계분석의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부수적인 통계 값을 PPT 슬라이드에서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발표 슬라이드가 반드시 수록해야 할 내용은 연구문제(문제의 제기와 연구의 필요성), 연구모형 및 연구가설, 연구의 대상과 접근 방법(표본 특성과 구체적인 분석 기법), 그리고 주요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라는 네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15분이라는 제한된 발표 시간에서는 연구의 배경과 이론에 투입하는 발표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연구의 결과를 다루는 내용에서는 최소한 5분 이상의 시간을 집중적으로 할애해야 합니다. 논문심사의 주요 목적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얻어진 분석 결과를 다루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PPT 슬라이드는 한 페이지에 하나의 정보만을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하여 총 12-15장 내외로 제작합니다.
실전 리허설를 통해 제한 시간을 준수하고, 슬라이드를 전환하면서도 논리적인 흐름이 단절되지 않는지의 여부, 그리고 심사위원이 지적할 내용을 사전에 예상하며 답변할 수 있는 준비를 학습해야 합니다. 발표자의 발화 시간을 측정하지 않으면 발표 후반의 연구 결과와 논의를 다루는 PPT 슬라이드를 시간에 쫓겨 형식적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허설 과정에서는 반드시 소리를 내며 발표 연습을 거쳐야 슬라이드 간의 연결 고리가 부드럽게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습 도중에 설명이 지체되거나 근거 제시가 미흡했던 지점은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의 질문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탄탄한 방어 논리를 수립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