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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팁과 전략

라포(Rapport): 라포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사실과 오해, 그리고 학계의 3가지 논쟁

작성자
이두영 박사
등록일

라포(rapport)는 두 사람이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긍정적인 정서를 주고 받으며 행동이 조화롭게 맞물리는 상호작용의 질적인 특성을 뜻합니다. 라포='첫인상'이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라포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척도가 학문 분야마다 독립적으로 개발되어 126종에 달하지만 대다수가 충분한 타당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측정도구가 라포의 어떠한 구성 요소의 수준을 측정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학, 교육학, 경찰행정학, 소비자심리학, 경영학 등에서 다루어지는 매우 흥미로운 변수입니다.

이 글의 순서 10개 항목
  1. 라포 개념의 학술적인 등장 배경
  2. 라포의 이론적인 정의와 유사 개념들의 구분
  3. 라포 측정도구의 유형과 특성
  4. 라포의 선행변수와 결과변수
  5. 관련 이론의 융합과 패러다임의 확장
  6. 키페이퍼(Key Papers)
  7. 라포를 둘러싼 학계의 논쟁
  8. 라포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사실과 오해
  9. 자주 묻는 질문(FAQ)
  10. 참고문헌

‘라포’는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긍정적인 정서 반응을 주고 받으며, 비언어적(non-verbal) 행동이 조화롭게 맞물려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의미합니다(Tickle-Degnen & Rosenthal, 1990). 라포는 대인과의 상호작용에서만 존재하는 관계적인 속성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구체적으로는 ‘상호 주의(mutual attentiveness)’, ‘긍정성(positivity)’, ‘조화(coordination)’라는 3가지 기본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형성됩니다.

라포 개념의 학술적인 등장 배경

1980년대 후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연구 분야는 상대방의 미소, 시선 응시, 고개끄덕임과 같은 신체적인 단서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미소라 하더라도 관찰하는 상황에 따라 ‘진심 어린 호의’로 해석하기도 하고, 아니면 ‘사교적인 의례나 어색함을 감추기 위한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Altman & Taylor(1973)의 사회적 침투 이론(social penetration theory)을 비롯한 전통적인 관계 발달을 다루는 이론들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면적인 관계에서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인관계에서의 질적인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비언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를 측정이 가능한 형태(예., 변수)로 제시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대인관계의 질적인 발전과 관찰이 가능한 비언어적 행동을 연결할 수 있는 구성개념을 설계하는 것이 당시 사회심리학계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이 물음에 대해 Tickle-Degnen & Rosenthal(1990)은 저명한 학술지인 Psychological Inquiry의 타겟 논문(target article)을 통해 이론적인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기존의 학계에서 라포라는 용어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라포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의미를 소홀하게 다루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라포의 개념을 상호 주의, 긍정성, 조화라는 3가지 요소가 상호작용 과정에서 역동적으로 맞물려 작동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3가지 요소가 라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인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상호작용의 초기 단계에서는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고 호감을 형성하는 ‘긍정성’과 상대에게 집중하는 ‘상호주의’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반면에, 두 사람의 만남이 거듭되어 관계가 깊어지는 후기에 벌어지는 상호작용 단계에서는 긍정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두 사람의 대화 호흡과 신체 동작이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조화’와 ‘상호주의’가 더욱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Tickle-Degnen & Rosenthal, 1990). 아울러 연구진은 라포의 수준이 어느 한 사람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능력으로 결정될 수는 없으며, 반드시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 자체에서만 생겨나는 관계적인 속성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Tickle-Degnen & Rosenthal, 1990).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20세기 초의 사회학 분야에서는 Park & Burgess(1924)가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의 감정과 태도에 지체없이 반응하는 집단적 상호 반응성(mutual responsiveness)의 상태를 라포로 규정하였던 초기 서술이 이 논문에 다시 인용되면서 라포의 개념적인 기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Tickle-Degnen & Rosenthal, 1990: 286).

Tickle-Degnen & Rosenthal(1990)의 논문은 출간 당시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Psychological Inquiry 지면에 12편의 논평과 저자의 답변이 함께 실렸습니다. 당시 동료 학자들의 논평에서는 라포의 객관적인 측정 방법과 구성타당도(construct validity)를 확보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Duncan, 1990; Patterson, 1990). 이후의 후속 연구자들은 서비스 마케팅 접점(예., 판매자-소비자), 대학교육 현장(예., 교수-학생), 수사기관의 조사 면담(예., 경찰-범죄인) 등 각 연구분야를 고려해서 다양한 측정도구를 설계하기 시작하였습니다(Gremler & Gwinner, 2000; Wilson et al., 2010; Duke et al., 2018).

라포의 이론적인 정의와 유사 개념들의 구분

라포의 이론적인 정의를 설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라포를 ‘두 사람 사이의 관계적인 속성’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상호작용에 참여한 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느끼는 주관적인 인식’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상호작용에서의 관계적인 속성을 강조하는 문헌은 Tickle-Degnen & Rosenthal(1990)의 관점을 이어받아 라포를 두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만 존재하는 양자 간(dyadic) 특성으로 규정합니다. 반면에 개인의 주관적인 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들은 Gremler & Gwinner(2000)이 주장한 바와 같이 라포를 고객이 직원과의 만남에서 경험하는 ‘즐거운 상호작용(enjoyable interaction)’과 친밀함을 느끼는 ‘개인적 연결(personal connection)’이라는 2가지 심리적인 차원으로 조작화하며 접근합니다. 한편, 수사면담 연구를 대표하는 Abbe & Brandon(2013)은 라포를 수사관과 피면담자 사이에 형성하는 기능적인 ‘소통적인 동맹(communicative alliance)의 상태’로 정의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라포에 관한 다양한 정의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라포가 대인관계적인 상호작용의 품질을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라포와 인접한 개념을 가지는 구성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업동맹(working alliance)’은 상담 심리치료 분야에서 Bordin(1979)이 제안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의 정서적인 유대를 기반으로 치료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치료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치료 과제’에 관해 상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라포는 서로 간의 호감과 주의 집중, 조화로운 호흡을 뜻할 뿐, 업무나 치료의 구체적인 목표에 관한 계약적인 합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라포는 처음 만난 지 단 몇 분 만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형성될 수 있지만(예., 첫인상), 작업동맹은 양자가 목표와 과제를 논의하면서 명시적으로 합의한 이후에야 비로소 성립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감(empathy)’은 상대방이 느끼는 주관적인 경험과 정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개인의 정서적, 인지적인 능력을 의미합니다. 공감 능력이 심리치료 성과를 예측한다는 점은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어 있습니다(Elliott et al., 2018). 그러나 공감은 상대방이 호응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관찰자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방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반면, 라포는 반드시 두 사람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가는 쌍방향적인 접촉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진 후에만 성립합니다.

‘비언어 동조(interactional synchrony)’는 대화하는 두 사람의 신체 동작, 자세, 말하는 속도와 리듬이 시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객관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행동적인 속성입니다. 예를 들어서, 신호등이 바뀌어 사람들로 붐비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행자들의 걸음걸이 속도가 우연히 서로 일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낯선 보행자들이 서로에게 깊은 주의를 기울이거나 라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Tickle-Degnen & Rosenthal, 1990). 즉, 라포의 3-요인 모형의 관점에서, 비언어 동조는 라포의 구성 요인 중에서 ‘조화’를 외부로 나타내는 하나의 관찰이 가능한 행동 지표일 뿐, 동조 현상 그 자체가 라포를 통해 체험한 경험과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표 1. 라포와 인접 대인관계 개념의 이론적인 차이 비교
개념 의미와 판단 기준 라포와의 차이점
작업동맹 (Working Alliance) 치료나 과업의 목표와 실행 과제에 대해 상호 합의가 이루어졌는가 협력의 내용과 계약적 합의를 포함하며, 라포보다 많은 시간과 합의 과정이 요구
공감 (Empathy) 상대방의 내면적인 경험과 정서를 깊이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가 한 개인의 심리적인 능력이며, 상대의 호응이 없어도 일방적으로 성립이 가능
비언어 동조 (Interactional Synchrony) 두 사람의 신체 움직임과 리듬이 시간적으로 맞물리는가 관찰이 가능한 외적인 행동 패턴이며, 라포라는 주관적인 심리 경험의 조화 요소를 대변하는 부분 지표
대인 신뢰 (Trust) 상대방의 의도와 전문성을 믿고 자신의 취약성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는가 학자에 따라 라포가 형성된 이후 나타나는 결과변수로 여기거나, 또는 라포의 선행 요인으로 설명

라포 측정도구의 유형과 특성

라포의 측정도구는 상담학, 교육학, 마케팅, 경찰수사학 등 각 학문 분야가 다루는 특수한 대인관계 맥락에 맞게 독립적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Brouillard et al.(2024)가 111편의 선행 연구를 고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라포와 관련한 측정 도구는 무려 126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더욱이 기존 도구를 수정하거나 새롭게 개발한 81종의 척도 가운데 87.7%는 타당화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실무 연구에 활용되고 있어 방법론적인 주의가 요구됩니다.

주요 학문 분야별로 공인된 대표적인 척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학교육 분야에서 활용되는 ‘교수-학생 라포 척도(Professor-Student Rapport Scale)’는 Wilson et al.(2010)이 설계하였습니다. 대학생 195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 분석에서 34개 문항이 1개의 요인 성분으로 묶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3년 뒤의 연구에서 내적 일관성 계수인 Cronbach’s α가 .96에 달한다는 결과를 문항들의 중복성이 높다는 결과로 해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척도를 이루는 문항의 개수를 6개로 대폭 축약하였습니다. 특히 6문항 축약형 척도는 학생들의 학업 성적까지를 유의하게 예측해 냄으로써 우수한 예측 타당도를 입증하였습니다(Wilson & Ryan, 2013).

둘째, 서비스 마케팅 분야의 ‘고객-직원 라포 척도’는 Gremler & Gwinner(2000)가 고객과 서비스 종사자 41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수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은행 고객 1,328명과 치과 환자 39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서는 라포가 직원의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끼는 ‘즐거운 상호작용’ 차원과 개인적인 친밀감을 공유하는 ‘개인적 연결’ 차원이라는 2개의 요인 구조로 식별하였습니다.

셋째, 수사면담 및 법심리학 분야에서 교과서적인 도구로 인정받는 ‘RS3i(Rapport Scales for Investigative Interviews and Interrogations)’는 Duke et al.(2018)이 설계하였습니다. 모의 수사면담 80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21개 문항이 면담자의 ‘주의 집중’, ‘신뢰 및 존중’, ‘전문성’, ‘문화적 유사성’, ‘대화의 자연스러운 연결 흐름’이라는 5개의 하위 척도와 피면담자의 ‘협력 동기’를 평가하는 6번째 척도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수행한 94건의 인터뷰 결과를 통해 요인 구조의 타당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표 2. 주요 영역별 라포 측정 도구의 유형과 특성
측정 도구 개발 연구자 및 발표 연도 문항 구성 응답 방식과 평가 대상
교수-학생 라포 척도 Wilson et al.(2010) 34문항 (축약형 6문항) 대학생이 담당 교수의 상호작용 태도를 직접 평가
고객-직원 라포 척도 Gremler & Gwinner(2000) 11문항 (2개 하위요인) 7점 리커트 척도, 고객이 서비스 접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평가
RS3i 수사면담 척도 Duke et al.(2018) 21문항 (6개 하위차원) 피면담자가 수사관의 면담 태도와 협력 동기를 평가
Rapport-Pro 척도 Brouillard et al.(2026) 26문항 5점 척도, 면담자의 전문적인 라포 형성 행동을 평가

라포의 선행변수와 결과변수

라포(Rapport)의 선행변수와 결과변수를 나타낸 개념도. 미소와 고개끄덕임, 전방 상체 기울임, 자세 미러링, 면담자의 자기개방이 라포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라포는 정보 산출량, 진술의 정확성, 학습 참여, 그리고 만족도와 충성 의향으로 연결되는 인과 경로를 표현한 그림

라포를 다루는 초기 연구들이 라포를 촉진하는 선행 조건으로 지목한 것은 관찰이 가능한 ‘비언어적 행동’이었습니다. Tickle-Degnen & Rosenthal(1990)이 보고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대방을 향해 나타내는 ‘자연스러운 미소’, ‘긍정적인 고개끄덕임’, 그리고 상대방 쪽으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전방 기울임 자세’는 ‘호의적인 인상 평가’와의 상관관계가 r=.40-.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심리상담이나 병원 진료와 같이 전문적인 조력이 개입하는 맥락에서는 비언어적 행동과 라포 평가 간의 상관계수가 r=.10-.16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ickle-Degnen & Rosenthal(1990)은 이 낮은 상관계수 값이 조력 연구들 중의 83%에서 측정 타당도가 미흡했던 점에 비롯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이 상관계수 값을 비언어 행동의 절대적인 영향력 크기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관련 문헌에서 라포의 선행요인으로 즐겨 투입한 변수는 면담자의 ‘언어적인 대화 기법’입니다. Dianiska et al.(2024)는 125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한 결과, 면담자가 일방적으로 질문만 하기 보다 자신의 사소한 일상 정보를 자연스럽게 먼저 공개하는 ‘자기개방(self-disclosure)’ 기법을 함께 구사했을 때 피면담자와 가장 높은 수준의 라포가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가장 풍부하고 상세한 진술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한편, 라포 형성이 이어지는 결과변수들은 대인 상호작용을 통해 얻어지는 질적인 성과물들입니다. 예를 들어서, Gremler & Gwinner(2000)의 연구에서는 고객이 지각한 라포의 즐거운 상호작용은 고객 만족도에 대해 은행 표본에서 β=.284, 치과 환자 표본에서 β=.541의 영향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재방문(re-visit) 의사를 뜻하는 충성도에 대해서도 각각 β=.262와 β=.489의 영향력 크기를 보였습니다. 또한 Vallano & Compo(2011)가 11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모의범죄 목격자 인터뷰를 수행한 결과, 인터뷰 초기에 안정적인 라포를 형성한 조건에서는 목격자가 개방형 질문에 대해 허위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잘못 진술하는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메타분석을 수행한 연구들이 보고하는 효과크기를 해석할 때에는 측정한 개념의 범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총 249,198명의 학생 표본을 다룬 189편의 선행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한 Roorda et al.(2017)의 결과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 간의 긍정적인 정서적 관계가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학습 참여’가 부분 매개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메타분석에서 평가한 변수는 교사-학생의 애착(attachment)이며, 라포를 측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라포에 의한 효과만을 분석한 Lavoie et al.(2021)의 메타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아동 피면담자가 자발적으로 사실을 진술하도록 유도하는 효과크기는 d=0.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인관계 맥락에 따라 라포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습니다. Waterhouse et al.(2023)은 107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수행한 연구에서, 면담자가 도입한 라포 형성의 방식의 차이에 따라 아동의 사건 회상 분량에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Hoogesteyn et al.(2023)은 목격자 131명을 ‘온라인 텍스트 기반의 인터뷰 집단’ vs. ‘1:1 대면 기반 집단’으로 나누어 비교하였는데, 피면담자가 지각한 라포 수준은 대면 조건이 더 높게 나타났으나, 면담자가 수집한 정보의 양과 진술의 정확성 측면에서는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라포가 매개변수나 조절변수 등의 형태로 분석모형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966명의 학부생을 분석한 Mattanah et al.(2024)의 연구에서는 교수와 학생 간에 형성된 라포가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 참여를 매개하여 심층적인 학업 접근 방식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β=.31). 또한 Borghi et al.(2023)은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의 도입이 온라인 고객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관계에서, 인간 직원과 형성한 라포의 수준이 로봇 도입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키는 조절변수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라포가 진료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과 신뢰의 매개효과를 평가한 연구의 사례는 ‘치위생사-환자 라포(rapport)와 치위생학 KCI 학술지 논문컨설팅 후기‘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 마케팅 영역에서 라포를 중심으로 하는 인과관계를 검증해서 해외 박사학위 취득에 이르게 된 사례를 ‘서비스 마케팅 라포와 해외 박사학위 졸업논문 컨설팅 후기‘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이론의 융합과 패러다임의 확장

라포의 개념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연구, 대인 상호작용 동조 이론, 사회적 관계 발달 이론, 그리고 수사심리학의 비강압적 정보수집 모형이 서로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합니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연구에서 드러나는 고질적인 난관은 각각의 행위 단서에 보편적인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Tickle-Degnen & Rosenthal(1990)가 제시한 3-요인 모형은 여러가지 행동 단서들을 상호 주의, 긍정성, 조화라는 3가지 상위 차원으로 통합하고, 그 구체적인 의미가 시간적인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한다고 설명함으로써 각각의 단서로부터 발생하는 해석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상대방으로부터 관찰되는 비언어적인 동작이 인간관계의 질적인 향상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해석할 수 있는 구성개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라포라는 개념이 등장함에 따라 상대방의 행동 단서를 ‘조화’라는 관찰이 가능한 행동 지표로 삼게 되어 이론적인 공백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관계 발달을 다루는 이론의 관점에서도 라포는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기존의 대인관계 이론들은 두 사람의 친밀감이 깊어지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도 이를 관찰이 가능한 행동 지표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라포 모형은 메커니즘을 3가지 구성 요소에서의 상대적인 비중 변화로 구체화합니다. 이를 통해 대인관계의 초기에서 후기로 단계로 나아갈수록 연구자가 각각 어떠한 행동 지표에 주목하며 라포의 수준을 측정해야 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나아가, 피의자나 피해자를 상대로 강압적인 압박을 구사하는 대신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발적인 진술을 이끌어내는 비강압적인 조사 연구에서, Abbe & Brandon(2013)은 조사(또는 수사)의 성과를 높이는 중요한 심리적인 메커니즘으로서 라포를 지목하며 이론적인 확장을 이끌었습니다.

한편, 연구자는 라포의 형성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Schmid et al.(2024)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한 9명의 질적 연구자를 인터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인터뷰 결과를 통해, 취약계층에 속한 연구 참여자와 질적 연구자가 라포 형성을 하지 못할때 뿐만 아니라, 과도한 라포가 형성되었을 때에도 참여자의 사생활 침해라는 윤리적인 긴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관찰되는 외적인 행동의 조화와 참여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라포 경험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키페이퍼(Key Papers)

  • Tickle-Degnen & Rosenthal(1990), Psychological Inquiry: 상호 주의, 긍정성, 조화로 구성된 3-요인 모형을 최초로 제안한 논문입니다. 라포를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모든 연구에서 최우선으로 인용해야 하는 교과서적인 문헌입니다.
  • Bernieri et al.(1996),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관찰자가 제3자의 라포를 평가할 때 참여자의 외향적인 표현성에 이끌리는 ‘표현성 후광 효과(expressiveness halo)’를 규명한 연구입니다. 관찰자의 평정 방식을 설계할 때 반드시 인용해야 합니다.
  • Gremler & Gwinner(2000), Journal of Service Research: 기업과 고객의 서비스 접점 라포를 ‘즐거운 상호작용’과 ‘개인적 연결’이라는 2가지 차원으로 조작화한 논문입니다. 마케팅 분야에서 다루어야 하는 라포의 표준을 마련한 바이블과 같은 연구입니다.
  • Wilson et al.(2010), Teaching of Psychology: 대학교육 현장에서 교수-학생의 라포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척도를 설계하고 학업 성과와의 연관성을 검증한 연구입니다.
  • Duke et al.(2018),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 법심리학 및 수사면담 환경에서 형성되는 라포의 척도(RS3i)를 개발하고, 그 요인 구조의 타당도를 평가한 연구입니다.
  • Lavoie et al.(2021), Child Abuse & Neglect: 라포 형성 기법이 정보 진술에 미치는 효과크기를 메타분석으로 수행한 연구입니다.
  • Brouillard et al.(2024),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전 세계 학계에서 사용되는 126종의 라포 척도 현황과 타당화 실태를 조사한 문헌고찰 연구입니다. 척도 선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때 인용하는 문헌입니다.

라포를 둘러싼 학계의 논쟁

라포가 기존의 유사 개념들과는 독립적인 구성개념인가의 여부를 둘러싸고 학계에서는 크게 3가지 이론적인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첫째, 독립된 구성개념으로서의 독자성을 뒷받침하는 입장입니다. 이 진영에 속한 학자들은 라포가 기존의 유사한 개념을 가지는 변수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종속변수의 분산을 유의하게 추가로 설명한다는 ‘증분 예측 타당도(incremental predictive validity)’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서, Wilson et al.(2010)은 교수의 친근한 교육적 태도를 뜻하는 ‘교수 즉시성(teacher immediacy)’ 변수를 회귀분석의 1단계에 먼저 투입한 후 2단계에 ‘라포’를 추가 투입한 위계적 회귀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라포 변수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수업 만족도를 예측하는 설명력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해서 라포의 독자적인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둘째, 라포를 작업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전 단계로 바라보는 기능적인 입장입니다. 이 입장을 고수하는 진영은 라포 자체의 개념적인 독립성을 따지기보다는, 대인관계가 심화되어 나아가는 발달적인 과정에서 라포가 발휘하는 실무적 인 유용성에 무게를 강조합니다. Abbe & Brandon(2013)은 수사면담에서 초기 라포 형성이 수사관과 피면담자(또는 범죄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토대를 마련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재활치료 분야의 Sohlberg et al.(2024) 역시 뇌손상 환자의 재활 과정에서 치료사가 초기의 라포 단계에만 안주하지 말고, 환자와 함께 구체적인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하는 단계인 ‘치료적 동맹(therapeutic alliance)’으로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셋째, 개념적인 모호성을 이유로 라포라는 용어 자체의 사용을 중단하자는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이 입장에 찬성하는 진영은 선행연구들 사이에서 라포의 조작적 정의가 지나치게 분산되어 일관성을 상실하였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Neequaye & Mac Giolla(2022)는 수사면담을 다루는 228편의 논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라포의 개념을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연구를 수행한 논문은 전체의 14%인 32편에 불과하다고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32편 안에서 서로 다른 정의가 22가지나 발견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이들은 연구자들이 대인관계에서 관찰되는 온갖 종류의 긍정적인 속성들을 어떠한 구체적인 정의도 없이 ‘라포’라는 단 하나의 용어로 모호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라포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사실과 오해

첫째, 라포의 역사적인 기원을 18세기 최면술의 창시자인 메스머(Franz Anton Mesmer)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오해는 기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오류입니다. Crabtree(2019)는 메스머가 남긴 원문을 확인한 결과, 최면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자와의 독특한 교감 상태를 논의하는 대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최면치료의 맥락에서 ‘친밀한 교감’을 뜻하는 ‘intimate rapport’라는 용어가 최초로 기록된 문헌은 메스머의 제자였던 퓌세귀르 후작(Marquis de Puységur)의 1785년 저술이었습니다(Crabtree, 2019).

둘째, 대인관계에서의 질이 발전함에 따라 3-요인 모형이 나타내는 요인들의 비중이 변화한다는 학계의 논의 역시 원문의 서술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Tickle-Degnen & Rosenthal(1990)에 따르면, 관계가 발전하더라도 ‘상호 주의’를 이루는 각 요인에 대한 중요성의 비중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저자들은 당시의 관계발달을 해석하는 이론들이 상호주의 요소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비중변화에 대한 가설을 사실이 아닌 이론적인 ‘추론’으로만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이 메타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선행연구들 중에서 후기 상호작용을 탐색한 논문은 단 2편에 불과하였습니다(Tickle-Degnen & Rosenthal, 1990).

셋째, 신체 동작을 나타내는 ‘조화’ 요소는 해외 이론이 국내로 번안되거나 다른 학문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누락되어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은 외래어인 ‘라포르’를 ‘상호 간의 신뢰와 공감에 바탕을 둔 인간관계’ 또는 ‘친밀도’로만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는 라포에 관한 초기 이론이 강조하였던 비언어적인 신체 동작의 유기적인 맞물림 속성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또한 신연희 외(2017)의 연구에서도 라포의 4대 속성 중의 하나로 ‘조화로운 관계’를 제시하였으나, 이는 정서적인 화목함을 뜻하는 서술일 뿐, 초기 심리학 이론이 제시한 미세한 동작의 동조 현상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서비스 마케팅 분야 영역에서 다루는 라포의 척도를 설계한 Gremler & Gwinner(2000) 역시 ‘즐거운 상호작용’을 ‘긍정성’으로, 그리고 ‘개인적 연결’을 ‘상호 주의’에 대응시켜 척도를 개발하였을 뿐, 비언어적인 ‘조화’는 척도 구성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대인관계(interpersonal relationship) 연구에서 라포(rapport)와 작업동맹(working alliance)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요?

A. 작업동맹은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기반으로,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목표와 그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실행 과제에 대해 상호 간의 명시적인 합의를 포함하는 구성개념입니다. 반면에 라포는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호감과 긍정성, 상호 집중, 행동적인 조화로움을 뜻하며, 협력 과제에 대한 계약적인 합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분석모형에 두 구성 개념을 함께 투입할 때에는 사용하려는 설문 척도가 수행해야 하는 과제에 대한 합의 수준을 평가하는 도구인지, 아니면 정서적인 편안함과 소통의 조화로움의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인지를 조사해야 합니다.

Q. 라포는 대상자의 자기보고식 설문 vs. 제3자 관찰자의 행동 평정으로 측정해야 합니까?

A. 학위논문 또는 학술지 연구에서는 라포에 대한 응답자의 인식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자기보고식 설문 척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3자인 관찰자가 비디오 녹화본을 시청하면서 라포를 평정하는 경우에는 관찰자가 상호작용에서 관찰할 수 있는 품질보다는 대상자의 외향적인 말솜씨나 표정의 풍부함에 현혹되어 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표현성 후광 효과(expressiveness halo)’ 편향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Bernieri et al., 1996). 따라서 자기보고식 설문 측정과 함께, 사전에 훈련된 관찰자의 평정을 병행하고 두 측정값 사이의 수렴 타당도(convergent validity)를 검증하는 연구 설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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