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Autism Spectrum Disorder)은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어려움과 함께,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및 관심사라는 2가지 영역을 바탕으로 진단하는 개념입니다. 정신의학적 진단 체계가 개정을 거듭하며 진단 기준의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인구 집단에서의 추정 유병률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측정도구마다 평가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아동에 대한 판정 결과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특수교육학, 아동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분야에서 다루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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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결함, 그리고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 및 관심사라는 2가지 영역을 바탕으로 진단합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아동이 자폐스펙트럼장애로 공식 진단받기 위해서는 이 두 영역의 기준을 빠짐없이 모두 충족해야 하며, 관련 증상들이 생애 초기 발달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발달장애와 구분됩니다.
자폐스펙트럼 개념의 학술적인 등장 배경
Kanner(1943)가 11명의 아동 임상 사례를 보고하면서 자폐의 개념이 학술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듬해 Asperger(1944) 역시 유사한 행동 특성을 보이는 아동들을 임상적으로 기술하였으나, 독일어로 발표된 이 연구 결과가 영어권 학계에 널리 전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폐 개념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편한 결정적인 계기는 Wing & Gould(1979)가 수행한 역학 조사 연구였습니다.
Wing & Gould(1979)는 영국 런던 캠버웰 지역에서 장애나 행동 문제로 복지 서비스에 등록된 아동들을 선별해서 직접 면담을 수행하였습니다. 조사 대상 지역 아동 10,000명당 사회적 상호작용의 손상을 보인 아동은 21.2명으로 조사되었고, 그 가운데 Kanner가 기술한 전형적인 자폐 특성을 나타내는 아동은 4.9명이었습니다. 특히 전형적인 자폐 아동이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손상을 보이는 집단과 질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연구가 제시한 결론이었습니다. 이후 Wing(1981)은 Asperger(1944)의 초기 연구를 인용하면서 자폐스펙트럼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발달적인 연속성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였습니다.
그 무렵 학계 일각에서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 자폐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자폐 아동 가정과 발달성 언어장애 아동 가정의 일상생활 및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 패턴을 직접 비교한 연구에서 두 집단 간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보고되면서 가설의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Cantwell et al., 1979). 아울러 쌍둥이 연구를 통해 유전적 기여도가 통계적으로 확인된 시점 역시 동일한 시기였으므로, 이 두 연구가 입증한 실증적 근거들이 결합하면서 부모 원인론 가설은 학계에서 점차 배제되었습니다(Folstein & Rutter, 1977).
자폐스펙트럼의 개념은 정신의학의 진단 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지며 정교화되었습니다. 1968년에 발표된 DSM-II에서는 자폐가 조현병의 아동기 유형에 속하는 기술적인 용어로만 간략하게 등장하였으나, 1980년의 DSM-III에 이르러 마침내 ‘유아자폐증(infantile autism)’이라는 독립된 진단 범주가 신설되었습니다. 이후 개정된 DSM-III-R(1987)은 총 16개의 진단 항목 가운데 8개 이상을 충족하되, 3개 영역에 걸쳐 기준을 고르게 만족하도록 규정한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DSM-IV(1994)는 전반적 발달장애(PDD)의 하위 범주로 ‘아스퍼거장애’를 별도의 범주로 분리해서 신설하였습니다. 이어서 2013년에 출간된 DSM-5는 임상적 구분이 모호했던 기존의 이질적인 하위 범주들을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하나의 통합 명칭으로 재편한 동시에, ‘사회적(화용론적) 의사소통장애’ 범주를 새롭게 신설하였습니다.
자폐스펙트럼의 이론적인 정의와 유사 개념의 구분
DSM-5-TR의 진단 기준 A는 사회적, 정서적 상호성의 결함,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동의 결함, 그리고 대인관계 형성 및 유지의 결함이라는 3가지 세부 요건을 빠짐없이 모두 충족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기준 B는 반복적인 동작 및 언어 행동, 동일성에 대한 완고한 집착, 고착되고 제한된 관심사, 감각 자극에 대한 과도하거나 둔감한 반응성이라는 4개 항목 중에서 최소 2개 이상을 충족할 것을 규정합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임상가는 증상의 심각도를 사회적 의사소통 영역과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영역 각각에 대해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부여하지만, 그 판정 기준이 아동의 절대적인 증상 강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환경적인 지원의 정도’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아동을 둘러싼 물리적, 사회적 지원 환경이 변화하면 동일한 대상자라 하더라도 심각도 단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연구자가 이를 안정적인 연속형 측정값처럼 가정하고 분석 모형에 투입하는 설계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상 현장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가장 주의 깊게 감별해야 하는 질환은 ‘사회적(화용론적) 의사소통장애’입니다. 두 진단을 구분하는 기준은 기준 B에 제시된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이 현재 발현되고 있거나 과거 발달 이력에서 존재했는지의 여부 하나뿐입니다(Norbury, 2014). 만약 연구자나 임상가가 아동의 과거 발달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현재 시점의 관찰 행동에만 의존하여 평가한다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로 잘못 분류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사회 아동 386명을 조사한 Saul et al.(2023)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발달적 문제가 동반되지 않은 순수한 사회적 의사소통장애 아동의 비율은 전체의 0%에서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발달장애’ 간의 감별 및 동시 진단은 진단 기준 E에 따라 결정됩니다. 두 장애를 동시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전반적인 지적 발달 수준에서 기대되는 수준보다 현저하게 낮아야 합니다. 한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의 동시 진단은 과거 DSM-IV 체계에서는 허용되지 않았으나, DSM-5에 이르러 공식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선행연구를 검토할 때 출판 시점에 따라 표본에 포함된 공존 질환의 구성 비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울러 DSM-5로 진단 체계가 개정된 이후 기존의 자폐 진단 기준을 충족하던 대상자가 얼마나 제외되는가에 관해서는 연구마다 보고되는 추정값의 편차가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왔습니다. 33편의 선행 문헌을 분석한 Kulage et al.(2020)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단 체계 변경에 따른 자폐 진단 감소율은 20.8%로 나타났으나, 동일한 연구진이 6년 전에 발표한 추정값은 31%에 달하여 진단 기준의 개정이 임상 현장의 대상자 판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연구마다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 개념 | 평가 및 진단 기준 | 자폐스펙트럼과의 차이 |
|---|---|---|
| 사회적 의사소통장애 |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의 유무 | 발달사를 추적하지 않으면 오분류 위험이 발생한다 |
| 언어장애 | 구조적인 언어 체계 자체의 손상 여부 | 사회적, 정서적 상호성 자체는 손상되지 않는다 |
| 지적발달장애 | 전반적인 발달 수준에서 기대되는 적응 기능 | 사회적 의사소통 결함이 지적 수준보다 낮을 때 동시 진단한다 |
| 사회불안장애 | 사회적인 상황 회피의 동기와 발병 시기 | 성인기에는 두 조건이 공존 질환으로 자주 결합한다 |
자폐스펙트럼 측정 도구의 유형별 특징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평가하는 도구는 연구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능에 따라 의학적인 ‘임상 진단용 도구’,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용 도구’, 그리고 증상의 연속적인 정도를 측정하는 ‘양적 특질 평가용 도구’라는 3가지 범주로 구분됩니다.
연구자가 대상자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여 평가하는 표준 진단 도구는 ADOS-G에서 출발하였으며(Lord et al., 2000), 현재 임상 현장과 연구에서 표준으로 널리 활용되는 ADOS-2는 생후 12개월의 영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대상자의 연령과 언어 발달 수준에 맞추어 5개의 독립된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평가를 완료하기까지 대략 40분에서 60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Lord et al., 2012). 또한 진단 도구로 함께 쓰이는 ADI-R은 주양육자를 대상으로 아동의 전 생애 발달력과 행동 특성을 심층적으로 조사하는 93개 문항의 반구조화된 면담 도구이며, 면담을 수행하고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통상 90분에서 150분이 소요됩니다(Lord et al., 1994).
조기 선별 도구는 아동에게 최종적인 의학적 진단을 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심층적인 정밀 평가가 요구되는 고위험군 아동을 조기에 선별하기 위해 활용됩니다. 대표적인 선별 도구인 SCQ는 보호자가 약 10분 동안 40개 문항에 응답하는 질문지로서, 아동의 전 생애 발달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평생 양식’과 최근 3개월 동안의 현재 상태를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현재 양식’으로 나뉩니다. SCQ의 이전 버전인 ASQ의 타당화 연구에서는 절단점 15점을 적용할 때 자폐 위험군 아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Berument et al., 1999). 또 다른 선별 도구인 M-CHAT의 초기 버전은 23개 문항으로 개발되었으나(Robins et al., 2001), 이를 개선한 개정 버전인 M-CHAT-R/F는 20개 문항으로 정비하여 생후 16개월부터 30개월 사이의 영유아에게 적용되며, 평가 점수를 3개의 위험 수준 구간으로 분류하여 심층 후속 면담의 필요 여부를 결정합니다(Robins et al., 2014).
양적 특질 평가 도구는 범주형 진단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인구부터 임상군에 이르기까지 연속선 상에서 분포하는 자폐적 특질의 상대적인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합니다. 사회적 반응성 척도인 SRS-2는 65개 문항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 특질을 다각도로 평가하며, 초기 타당화 연구에서는 심층 진단 도구인 ADI-R 알고리즘 점수와의 상관계수가 r=.7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나 타당도를 입증하였습니다(Constantino et al., 2003). 자폐스펙트럼 지수(AQ)는 성인을 대상으로 설계된 50문항의 자기평가식 척도로서, 0점에서 50점까지의 점수 범위를 산출합니다. Baron-Cohen et al.(2001)의 개발 연구에서는 공식 진단을 받은 자폐 성인 표본의 80%가 32점 이상의 절단점에 도달한 반면, 일반 성인 대조군에서는 단 2%만이 이 기준 점수를 초과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국내 연구 환경을 살펴보면, 한국어로 번안되어 표준화된 진단 도구인 K-ADOS-2의 경우 2,158명의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진단 타당도를 분석한 결과, 모듈에 따라 민감도는 85.4%-100.0%, 특이도는 80.4%-96.8%에 이르는 우수한 수준으로 보고되었습니다(Kim et al., 2022). 다만 연구진은 진단 정확도의 준거 기준으로 삼은 임상 진단 결과가 K-ADOS-2 검사 점수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정되지 않았다는 분석상의 한계를 함께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판 유아 SRS 척도의 경우에는 국내 아동을 대상으로 도출한 최적 절단점이 55점으로 나타나, 해외 초기 도구에서 제시한 기준 점수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산출되었습니다(Chun et al., 2021). 따라서 연구자는 연구에서 어떠한 버전(version)의 척도를 채택하였으며 어느 기준의 절단점을 적용하였는지를 논문의 연구방법론 챕터에 자세히 기술해야 합니다.
| 도구 명칭 | 도구 성격 | 정보 제공자 | 문항 수 및 평가 방식 |
|---|---|---|---|
| ADOS-2 | 진단 도구 | 임상전문가가 직접 관찰 | 5개 모듈로 구성, 40-60분 소요, 12개월 이상을 대상 |
| ADI-R | 진단 도구 | 주양육자의 심층 면담 | 93개 문항, 90-150분 소요, 정신연령 2세 이상 |
| SCQ | 조기 선별 도구 | 보호자 보고식 | 40개 문항, 약 10분 소요, 절단점 15점 |
| M-CHAT-R/F | 조기 선별 도구 | 부모 보고식 | 20개 문항, 16-30개월 영유아 대상, 3개 위험 구간 |
| SRS-2 | 양적 특질 평가 | 부모, 교사, 성인 본인 | 65개 문항, 15-20분 소요, 2.5세부터 성인까지 |
자폐스펙트럼의 선행변수와 결과변수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현에는 유전적인 소인이 크게 작용합니다. 7편의 쌍둥이 연구를 분석한 Tick et al.(2016)의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전율 추정값은 64%-91%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모집단의 유병률을 5%로 가정할 때 r=.53이었으나, 1%로 가정할 때에는 r=.67로 상승하였습니다. 이는 연구자가 어떠한 기저 유병률을 전제하느냐에 따라 유전과 비공유 환경의 설명 비율이 함께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과정에서는 사회적, 제도적인 관행의 변화가 크게 작용합니다. 덴마크에서 1980년부터 1991년 사이에 출생한 677,915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공식적으로 보고된 자폐 유병률 증가분의 60%가 진단 기준의 확장과 외래 진료 기록의 국가 등록부 편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Hansen et al., 2015). 스웨덴 인구 집단을 분석한 Lundström et al.(2015)의 연구에서도 자폐 증상 표현형의 실제 유병률은 10년 동안 통계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된 반면(p=.87), 행정적으로 등록된 자폐 진단율만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서로 다른 패턴을 보였습니다(p<.001).
자폐스펙트럼으로 진단된 이후의 결과변수 영역에서는 정신과적인 공존 질환에 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수행되었습니다. 96편의 문헌을 분석한 Lai et al.(2019)의 연구에 따르면, 공존 질환의 통합 유병률은 ADHD 28%, 불안장애 20%, 우울장애 11%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분석된 모든 공존 질환의 항목에서 통계적 이질성이 I²>95%를 상회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전 세계 71개 연구를 분석한 Zeidan et al.(2022)의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literature review) 결과에서 지적장애를 동반한 비율의 중앙값은 33.0%였으며, 전체 자폐 유병률 추정값의 중앙값은 10,000명당 100명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자폐성장애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2016년에 10,985명에서 2025년 25,614명으로 증가하였는데,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에서의 비율이 12.5%에서 21.2%로 상승하였습니다(교육부, 2025).

관련 이론의 패러다임과 설명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관한 인지심리학 분야의 설명은 크게 3가지 이론적인 접근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첫째로 ‘마음이론(Theory of Mind)’ 가설은 타인의 심리적인 상태, 감정, 의도를 추론하고 이해하는 인지 능력의 결함에서 자폐 특성의 원인을 설명하였습니다(Baron-Cohen et al., 1985). 둘째로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가설은 인지적인 계획 수립, 행동의 조직화, 그리고 상황 변화에 따른 주의 전환의 유연성 저하에 주목하여 자폐 증상을 규명하였습니다(Ozonoff et al., 1991). 반면 셋째로 제안된 ‘약한 중앙응집(Weak Central Coherence)’ 가설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보다 세부적인 정보에 선택적으로 집중하여 처리하는 독특한 인지 처리 양식으로 자폐 특성을 설명하였습니다(Happé & Frith, 2006). 특히 이 약한 중앙응집 가설은 자폐의 특성을 병리적인 ‘결함’으로만 규정하던 기존의 관점에서 탈피하고 고유한 인지적 ‘양식’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함으로써, 후속 연구들이 자폐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는 Milton(2012)이 ‘이중 공감 문제(double empathy problem)’ 이론을 새롭게 제안하였습니다. 이 이론은 자폐인과 비자폐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 소통의 어려움이 어느 한쪽 집단의 일방적인 공감 능력 결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사소통 방식과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 상호적인 부합 실패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자폐인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할 때의 소통 효율성이 비자폐인들 사이의 정보 전달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였다는 실증 연구 결과는 이러한 상호성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였습니다(Crompton et al., 2020). 하지만 이후 311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사전등록을 거쳐 수행한 대규모 재현 연구에서는 집단 구성 방식에 따른 정보 전달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Crompton et al., 2025).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제 수행 과정에서의 정보 전달 효율성 자체는 집단 구성에 따른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상호 간에 느끼는 대인관계적 친밀감은 비자폐인으로만 구성된 연쇄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고, 자폐인 집단과 혼합 집단 간의 친밀감 차이는 미미한 수준으로 관찰되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인용할 때 정보 전달 효율성 지표와 주관적인 친밀감 지표 중 어떠한 결과값을 근거로 삼았는지를 연구방법론 챕터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아울러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패러다임은 기존의 연구 설계와 측정 도구 전반에 깊이 내재되어 있던 결함 중심적이고 병리적인 전제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Pellicano & den Houting, 2022).
핵심 연구 문헌(Key Papers)
- Kanner(1943), Nervous Child: 11명의 임상 사례를 보고하여 자폐스펙트럼 개념의 출발점을 형성한 문헌입니다.
- Wing & Gould(1979),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스펙트럼 개념의 기원으로, 전수 인구 조사에서 사회적 손상이 연속선 상에 분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입니다.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22), DSM-5-TR: 두 가지 영역에서의 진단 기준을 마련한 공식적인 지침입니다.
- Lord et al.(1994),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주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심층 면담 기반의 진단 도구인 ADI-R을 설계한 논문입니다.
- Hus et al.(2013),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SRS 점수가 자폐 특이성보다는 전반적인 기능 손상의 수준을 주로 반영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입니다.
- Toffalini et al.(2026), JCPP Advances: 자폐를 범주형 또는 연속형 특질 중에서 무엇으로 다룰 것인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입니다.
- Kim et al.(2011),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국내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수행해서 미진단 자폐 인구의 존재를 입증한 역학 연구입니다.
동일한 명칭을 갖는 도구들의 측정 차이와 진단 정확도
동일한 측정 도구라 하더라도 실제로 평가하는 대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연구의 근거는 양적 특질을 측정하는 척도 연구에서 잘 드러납니다. 자폐 아동 2,368명과 그 형제자매 1,913명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Hus et al.(2013)의 연구를 보면, 사회적 반응성 척도인 SRS 점수는 자폐 고유의 핵심 증상뿐만 아니라 자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외현화 문제행동, 아동의 연령, 그리고 언어 및 인지 능력 수준에 의해서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SRS 점수를 자폐에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심각도로 해석하기보다,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전반적인 기능 손상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학술적으로 더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조기 선별 도구가 보여주는 측정의 정확도 지표 역시 검사를 어떠한 환경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선행연구 50편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영유아 자폐 선별 도구인 M-CHAT의 통합 민감도가 0.83, 특이도가 0.94로 매우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Wieckowski et al., 2023). 반면, 실제 1차 소아 의료기관 현장에서 영유아 25,999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선별 검사를 실시하고 지속해서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는 민감도가 38.8%, 실제 자폐로 확진되는 비율을 뜻하는 양성예측도(PPV)는 14.6%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Guthrie et al., 2019). 즉, 동일한 검사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연구 조건이 엄격하게 통제된 초기 타당화 표본과 실제 지역사회의 보건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 정확도와 측정 결과가 서로 크게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사를 통해 발견하고자 하는 표적 장애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선별 평가의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동일한 연구 설계를 다른 지역사회의 아동 데이터에 적용해서 검증한 Harper et al.(2026)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 하나만을 진단 표적으로 한정하였을 때 양성예측도는 28.9%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 포괄적인 신경발달장애나 외현화 문제행동을 모두 표적으로 포함해서 분석을 수행한 결과, 양성예측도가 91.0%까지 크게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선별 척도에서 높은 점수가 도출되었을 때, 이것이 오직 자폐스펙트럼에만 고유하게 나타나는 병리적 신호만을 특이적으로 포착한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선별 도구를 활용할 때 높은 평가 점수가 자폐 증상 외에 다른 발달적인 문제나 정서 및 행동적인 어려움까지 함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자폐스펙트럼으로 연구를 접근할 때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
연구자가 연구 모형을 설계할 때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과제는 자폐스펙트럼을 질적으로 구분되는 ‘범주형 변수’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양적인 연속선 상에 존재하는 ‘연속형 특질 변수’로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이 선택에 따라 연구 대상 표본을 구성하는 방식과 분석에 적용해야 하는 통계 모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literature review) 연구들을 살펴보면, 자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언어장애와 달리 범주형 분류 구조를 뒷받침하는 분류학적 분석(taxometrics) 결과가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범주형 구조를 뒷받침하는 선행연구들은 공식 진단을 받은 자폐 임상군과 발달상 문제가 없는 건강한 일반 대조군을 인위적으로 결합한 극단적인 표본 설계로 접근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또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기저 데이터가 연속형 분포를 따르고 있더라도 이러한 극단 표본 설계를 적용하면 통계적으로 허위의 범주형 결론을 만들어내는 한계가 확인되었습니다(Toffalini et al., 2026). 실제로 범주형 구조를 보고한 Frazier et al.(2023)의 연구에서조차, 양적 연구를 수행하는 목적이라면 연속형 차원 측정을 적용하는 편이 훨씬 더 풍부한 설명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자폐스펙트럼의 진단 외연과 기준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장될수록, 비자폐 일반 대조군과의 인지적, 행동적인 특성 차이가 점차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타분석 11편, 총 27,72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Rødgaard et al.(2019)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이 된 7가지 심리적인 구성개념 전반에서 최근에 출판된 논문일수록 자폐군과 비자폐 대조군 간의 효과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으며, 그 가운데 5개 구성개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하락 추세가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동일한 기간 동안 진단 기준이 확장되지 않고 유병률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었던 조현병 연구들에서는 이러한 집단 간 효과크기 감소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자폐스펙트럼의 진단 기준이 넓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도 수준의 증상을 지닌 인원이 대거 표본에 포함되면서 대조군과의 평균적인 차이가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로 연구자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과제는 연구 표본을 어떠한 환경에서 표집하고 모집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러한 표집 환경의 선택이 연구에서 도출되는 유병률(prevalence rate)의 추정값과 효과크기의 크기를 가장 크게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7세부터 12세까지 학령기 아동 55,266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수행한 Kim et al.(2011)의 대표적인 역학 연구를 살펴보면, 전체 자폐 유병률은 2.64%로 추정되었습니다. 특히 이때 확인된 자폐 아동 가운데 3분의 2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정규 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며, 사전에 의료 기관이나 전문 기관에서 공식적인 진단을 받거나 조기 중재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는 미진단 상태였습니다. 이후 동일한 전수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DSM-5 진단 기준을 사후에 새롭게 적용하여 재판정을 실시한 연구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유병률이 2.20%로 다시 도출되었습니다(Kim et al., 2014). 따라서 연구자는 병원이나 임상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표본과 일반 지역사회 및 학교 현장에서 모집한 표본이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닐 수 있음을 인식하고,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는 표집 환경을 선정해야 합니다.
자폐스펙트럼과 장애아동을 사회복지학 연구주제로 SSCI급 해외저널에 게재한 스토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동과 사회복지학 SSCI 논문컨설팅 후기‘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조기 선별 도구의 절단점을 기준으로 나눈 집단을 ‘자폐군’으로 명명해도 되나요?
A. 그렇게 명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SCQ나 M-CHAT-R/F와 같은 조기 선별 도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학적으로 확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추가적인 정밀 진단이 필요한 대상을 조기에 선별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별 점수가 절단점을 넘었다고 해서 대상자를 곧바로 확진된 ‘자폐군’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며, ‘자폐 특질 수준이 높은 집단’이나 ‘자폐 고위험군’과 같이 객관적인 상태로 표기해야 합니다. 아울러 분석에 적용한 절단점이 어느 연구로부터 차용한 것인지를 그 출처 문헌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어로 번안된 도구는 국내 아동을 대상으로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최적의 절단점이 해외 초기 도구의 기준값과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사례가 자주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어떠한 버전의 검사 도구를 사용하였고, 누구의 연구에서 제시한 기준값을 바탕으로 집단을 분류하였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Q. 일반 인구 표본의 AQ 점수와 임상 환자 표본의 공식 진단 유무를 동일한 변수로 취급할 수 있나요?
A. 두 가지를 동일한 변수로 함께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폐스펙트럼 지수(AQ) 점수와 임상 환경에서 의학적으로 확진을 받은 환자 표본의 진단 유무는 표집된 대상 집단의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측정하고자 하는 이론적인 차원도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AQ 점수는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자폐적인 성향이나 특질의 정도를 연속적인 점수로 평가하는 자기보고식 측정 도구인 반면, 공식적인 진단은 정밀한 임상 관찰과 면담을 거쳐 진단 기준의 충족 여부를 판정하는 전문적인 의학적인 범주입니다. 이처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지표를 서로 호환되는 변수로 가정하고 하나의 연구 모형에서 결합하면, 연구의 타당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방법론적인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선행연구를 인용할 때에도 인용하려는 연구가 공식 진단을 받은 임상 환자 집단을 분석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폐 특질 점수를 측정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서술해야 합니다.
Q. 논문에서 자폐스펙트럼 대상자를 기술할 때 어떠한 학술적 용어를 사용해야 하나요?
A. 자폐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임상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들에 따르면, 학계 전체가 하나의 표준으로 일관되게 합의한 단독적인 표현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Kenny et al., 2016). 다만 5,000명이 넘는 대규모 표본을 조사한 Dwyer et al.(2026)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폐로 고통받는 사람’처럼 대상자를 동정의 대상으로 보거나 결함 중심의 시각을 담은 낙인성 표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대상을 존중하는 서술 방식으로 두 가지 접근이 주로 활용됩니다. 첫째는 장애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먼저 강조하는 ‘사람 중심 언어’(예., 자폐를 가진 사람,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동)이고, 둘째는 자폐 특성을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고유한 일부로 받아들이는 ‘정체성 중심의 언어’(예., 자폐인, 자폐 성인)입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관련 학문 분야에서의 관행을 먼저 확인한 뒤, 이 두 가지 접근 가운데 적합한 용어를 일관되게 선택하고 그 선정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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