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연구에서는 연구자의 주관성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통제하는 '성찰(reflexivity)'과, 연구 참여자의 권리를 시스템적으로 보호하는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이 학술논문이 가져야 하는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론적인 장치입니다.
이 글의 순서 6개 항목
“나는 10년 차 수간호사로서 후배 간호사들의 태움(괴롭힘) 문화를 연구하려고 합니다.”
이 주제로 질적연구를 시작하려는 대학원생은 연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두 가지 거대한 암초에 직면하게 됩니다.
첫째, 10년간 현장에서 구력(球歷)을 쌓은 연구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태움의 원인은 수간호사의 인격적인 부족함이 아니라 병원의 구조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라는 정답(선이해)이 선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후배 간호사들이 수간호사의 폭언을 원인으로 지목할지라도, 연구자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고 오직 시스템을 탓하는 답변만 수집될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수간호사라는 ‘권력자’가 후배들에게 “인터뷰 좀 하자”고 부르는 순간, 후배들은 거절할 수 없는 압박(취약한 연구 참여자) 속에서 진짜 속마음을 숨기고 상사가 듣기에 편할만한 모범 답안을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적연구를 수행할 때에는 객관적인, 즉 신뢰도와 타당도가 학술적인 기준으로 검증된 측정 도구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질적연구에서는 ‘연구자 본인의 눈과 귀, 그리고 감정’이 유일한 측정 도구(researcher as instrument)입니다. 고장 나고 편향된 저울로는 세상의 진실을 정확하게 담을 수 없습니다. 이 주관적인 편향을 가능한 제거하고 타당도를 제고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연구자의 위치성 선언’입니다. 그리고 권력의 비대칭성으로부터 연구 참여자를 보호하는 법적 방패가 ‘IRB 승인’입니다.
연구자가 도구(instrument)라는 점에서의 위험성과 괄호 치기(bracketing)
질적 연구자가 인터뷰 테이블에 앉을 때, 그의 등 뒤에는 그가 평생 살아온 전공 지식과 직업적인 경험, 성별, 계급이라는 거대한 ‘선이해(pre-understanding)’의 그림자가 서 있습니다.
선이해는 인터뷰 대상자의 상황을 공감하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지만, 반면에 대상자가 말하려는 진실을 연구자의 기호에 맞게 재단하는 치명적인 오염원이 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현상학(phenomenology)의 관점에서는 연구자의 편견이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선이해를 곁들여 판단을 유보하는 과정을 요구하는데, 이를 ‘괄호 치기(bracketing)’ 또는 ‘에포케(Epoche)’라고 지칭합니다.
괄호를 치기 위해서는 먼저 연구자의 마음속에 어떠한 편견이 있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내야 합니다. 질적연구를 다루는 연구자는 논문에서의 ‘연구의 방법’ 챕터에 ‘연구자의 위치성(positionality)’이라는 독립된 서브 챕터를 설계하여 자신이 이 연구 대상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백(disclosure)해야 합니다. 연구자가 자신의 위치성을 드러내기 위해 서술해야 하는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본 연구자는 OOOO에서 10년간 근무한 실무자이다. 본 연구의 주제인 ‘OOOO 현상’을 내부자의 시선(emic perspective)으로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연구자 본인이 체험한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특정한 이론적 편향(예., 선이해)이 연구 참여자의 진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만들 위험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본 연구자는 자료를 수집하기 전 단계에서 연구자의 가치관과 편견을 성찰일지에 기록하여 판단을 유보하는 ‘괄호 치기’를 수행하였으며…”
연구자 성찰(reflexivity)을 위한 4단계 기록법과 논문 서술의 공식
연구자의 머릿속으로 “나는 객관적이다”라고 다짐하는 것이 성찰을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찰은 손으로 쓰는 텍스트로 입증해야 합니다. 질적 연구자는 연구노트를 준비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 걸쳐 ‘성찰 일지(reflexive journal)’를 작성해야 합니다.
- 연구를 수행하기 전 (자기 선언)
기록 내용: “나는 이 연구의 결과가 A라고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나의 편견 폭로)
- 인터뷰 직후 (현장 메모 / field notes)
기록 내용: “오늘은 참여자 A를 인터뷰했는데, 40분이 경과했을 무렵 조직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목소리가 떨렸고, 나는 그 순간 깊은 동요를 느끼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준비한 질문을 하지 못하고 위로의 말만 건넸다.” (녹음기에 잡히지 않는 비언어적인 맥락과 연구자의 감정 기록)
- 분석 및 코딩 중 (방법론적 메모 / methodological notes)
기록 내용: “이 문장을 ‘소외감’으로 코딩할지 또는 ‘분노’로 코딩할지를 30분째 고민 중이다. 문맥상으로는 소외감이 맞는데, 자꾸 내 논문 주제의 방향으로 분노라고 끼워 맞추려는 내 욕심이 보인다. 조심해야겠다.”
- 연구 종료 후 (반성)
기록 내용: “처음에 가졌었던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완전히 B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려 노력한 결과,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선이해가 무너지는 학문적인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연구자의 성찰일지 내용은 논문 전문에 실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연구의 엄격성(rigor)”을 확보하기 위한 감사 추적(audit trail)으로서의 핵심적인 증거 자료가 됩니다. 성찰일지의 요약본은 논문에서 ‘연구의 방법’ 챕터에 인용되는 것이 질적 학위논문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인터뷰의 전-중-후에 수행해야 하는 연구윤리(ethics) 실천의 디테일
질적 연구의 참여자는 자신의 아픈 상처와 부끄러운 과거, 조직의 비리 등에 관한 정보를 연구자에게 기꺼이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연구자는 이들의 삶을 도둑질하여 논문이라는 연구실적을 채우는 사냥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면접 전 (자발성 보장)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교수가 학생에게 인터뷰를 권유하는 것은 묵시적인 강요(취약한 참여자)입니다. 반드시 게시판 공고나 제3자를 통한 눈덩이 표집을 사용하여 100%의 자발적 참여를 확보해야 합니다.
- 면접 중 (중단 권리 및 심리적 보호)
연구 설명서(동의서)에는 반드시 “참여자는 언제든지 어떠한 불이익이 없이 인터뷰를 중단할 수 있으며, 이미 녹음된 자료의 폐기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연구자의 육성으로 다시 읽어주어야 합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참여자가 오열하거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한다면, 연구자는 즉시 녹음기를 끄고 인터뷰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상황에서는 연계된 심리상담 센터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 면접 후 (가명화 / pseudonymization의 철저함)
논문에서 “김ㅇㅇ(남, 45세, 서울 A전자 기획팀 부장)”이라고 적는 것은 익명 처리가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대상자가 누군인지를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 C (40대 후반, 대기업 중간관리자)”의 수준으로 식별 가능성을 낮추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녹취록의 텍스트 내부입니다. “제가 작년에 B프로젝트를 담당할 때…”라는 대목이 있다면 논문에서 인용할 때 “제가 작년에 [핵심 신사업]을 담당할 때…”라고 서술하여 문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철저하게 마스킹(masking)을 해야 합니다.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한 번에 통과하는 서류 작성의 기술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어떠한 연구자라도 자료를 수집하기 전에는 반드시 소속 대학교 또는 기관으로부터 IRB 승인을 취득해야 합니다. IRB 승인을 받기 전에 미리 진행한 인터뷰 데이터는 논문에서 단 하나의 단어도, 그리고 안 하나의 문장도 기술할 수 없습니다(소급 승인이 절대 불가능). 만약 IRB 승인을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될 때에는 학위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IRB 심사 위원들은 연구자의 연구가 ‘학술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는가의 여부’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오직 ‘이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인간(참여자)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가의 여부’만을 평가합니다. IRB 기관으로부터 심의 보완 요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IRB에 제출해야 하는 4가지 핵심 서류에 관하여 다음의 논리를 통해 방어해야 합니다.
- 연구계획서에서의 ‘위험과 이익’ 서술
“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예상할 수 있는 위험은 전혀 없다”라고 서술하면 100%의 확률로 반려됩니다. 인터뷰의 수행 자체가 연구 참여자의 기억을 되살리고 심리적인 불쾌감이나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무조건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연구 참여자가 인터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불편함을 호소할 때에는 인터뷰를 즉시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정의 답례품(예., 기프티콘 등)을 제공하여 휴식시간을 보상하겠다”라는 서술을 통해 위험 통제를 위한 매우 구체적인 방안을 기술해야 합니다.
- 대상자 동의서 (informed consent form)
대상자 동의서의 내용을 어려운 학술 용어로 기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중학교 2학년 수준의 학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언어로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정보의 보관 기간(예., 일반적으로 연구가 종료된 후 3년동안 보관한 후에 분쇄 및 영구 삭제)과 사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합니다.
- 취약한 연구 대상자(vulnerable populations) 소명
미성년자, 임산부, 장애인, 혹은 연구자와 이해 충돌의 여지가 있는 대상자와 인터뷰를 한다면 IRB로부터 승인을 얻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지루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미성년자가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동의서 외에도 ‘법정대리인(부모) 동의서’를 취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이해 충돌이 있는 대상자와 인터뷰를 할 때에는 인터뷰를 수행한 이후에 조사 대상자에게 어떠한 이익이나 불이익을 제공하지 않겠다”라는 완벽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 반구조화된 인터뷰 설문지(semi-constructed interview protocol) 제출
“인터뷰 상황에 따라 조사 대상자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겠다”라며 빈 설문지를 제출해서는 안됩니다. 연구의 흐름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대주제별 핵심 질문과 탐색 질문(probing questions) 리스트를 1-2장의 분량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IRB 심사위원들이 위험성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 가상 사례: 간호학 석사과정 학생의 권력 비대칭성 IRB 소명기 간호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학생인 A씨는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입니다. A씨는 ‘신규 간호사의 임상 현장 괴롭힘(태움) 대처 경험’이라는 연구주제를 가지고 질적연구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동의 신규 간호사들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을 담은 IRB 서류를 기관에 접수했습니다. 접수를 완료하고 2주가 경과한 어느 날, IRB 위원회로부터 ‘심의 보완(수정 후 재심)’ 판정을 통보받았습니다. 판정의 사유는 치명적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연구자가 수간호사라는 직위적인 권력을 가진 상태에서 직속 부하직원을 연구 대상자로 삼는다면, 대상자는 인사고과 등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연구의 참여를 강제받을 수 있으며(자발성 훼손), 더불어서 ‘괴롭힘’이라는 민감한 정보를 진솔하게 답하기가 불가능한 심리적인 압박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A씨는 연구 설계를 다음과 같이 전면적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첫째, 연구 대상자를 자신이 근무하는 A병원이 아닌, 자신과 어떠한 ‘권력 관계’가 없는 B병원과 C병원의 신규 간호사들로 전면 교체하였습니다. 둘째, 연구진에 대한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간호사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연구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모집 공고문을 게시하여 자발적인 자원자만을 눈덩이 표집으로 모집하였습니다. 셋째, 인터뷰 질문지에는 “혹시 본 연구자가 상급자로 느끼게 되어 응답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문구를 추가로 서술하였습니다. 계획서의 수정본을 접수한 IRB 위원회는 “권력 비대칭성에 따른 취약한 대상자 보호 조치가 소명되었다”라는 의견을 A씨에게 통보하였습니다. (본 사례는 간호학 논문 컨설팅의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인터뷰 질문을 하다가, 연구 참여자의 답변이 너무 장황하고 주제에서 벗어나 산으로 간다면 말을 끊어도 될까요?
A. 매우 조심스러운 윤리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지금 하시는 말씀은 제 연구 주제와는 관련성이 없으니 그만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중도에서 중지를 한다면 연구자-참여자 간의 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는 연구주제와 거리가 먼 겉도는 이야기라도 결국 그 사람의 억눌린 무의식이나 맥락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충분한 경청은 필요하나, 대화의 호흡이 잠시 멈추는 순간에 “아, 조사 대상자께서 체험하신 그 일상적인 고충도 너무 중요한 맥락이네요. 그렇다면 시계를 조금 돌려서, 아까 말씀하셨던 그 핵심 사건 당시의 감정으로 잠시 돌아가 볼까요?”라며 부드럽고 우아하게 원래의 궤도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숙련된 연구자가 구사하는 기술입니다.
Q. 논문 제3장 ‘연구의 방법’ 챕터에서 ‘연구자의 성찰’ 항목을 꼭 별도의 서브 챕터로 분리해서 서술해야 할까요?
A. 반드시 그렇게 서술해야 합니다. 양적연구는 ‘측정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의 수준을 기술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반면에 질적연구에서는 ‘연구자 자신이 도구’이기 때문에, 연구자의 편향 통제력을 입증하는 것이 타당도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3장의 한 섹션으로서, 예를 들어서 ‘3.5 연구자의 위치성과 성찰’이라는 목차를 설계하고, 연구자 본인이 이 주제를 선택한 개인적인 계기와 선이해의 내용, 그리고 이를 괄호 치기 하기 위해 사용한 성찰일지 작성과 동료 디브리핑(peer debriefing) 절차를 상세하게 기술해야 합니다.이를 통해 논문에서 전문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Q. 인터뷰를 수행하는 도중에 녹음기가 고장 나거나 참여자가 녹음을 강하게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녹음을 거부하는 참여자는 질적 연구의 표본으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으로는 그들이 말하는 뉘앙스나 한숨, 단어의 선택을 100% 잡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자가 무리하게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텍스트를 재구성하면 ‘소설’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더욱이 이는 연구 윤리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정중하게 감사를 표시하고 인터뷰를 종료하거나, 또는 연구 데이터로 쓰지 않고 현장의 분위기 파악(background check)용으로만 듣고 넘겨야 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질적연구의 경험이 풍부한 연구자는 항상 스마트폰과 소형 녹음기 등을 구비하여 ‘2개의 교차 녹음 장치’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Q. IRB 승인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립니다. 프로포절(연구계획서) 심사를 받기 전에 미리 승인부터 받아놓아도 됩니까?A. 소속 학교마다 규정이 서로 다릅니다만, 일반적으로는 ‘프로포절 심사 통과 직후’에 IRB를 신청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IRB 승인을 먼저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프로포절 심사장에서 심사위원들이 “연구 대상자를 A집단에서 B집단으로 전면 교체하라”라고 요구하거나, “인터뷰 질문지의 핵심 문항을 수정해라”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가능성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IRB 승인을 폐기하고 ‘계획 변경 승인 심사’를 받기 위해 별도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종합한다면, 프로포절 심사를 통해 연구 설계가 확정된 연구계획서를 IRB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결론
질적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자료 수집의 도구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종류의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자의 준비가 자료의 질을 정하고, 연구자와 참여자의 관계가 자료에 영향을 주며, 연구자의 선이해가 듣는 것과 읽는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앞의 두 가지는 자료를 풍부하게 만들고, 마지막은 자료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선이해는 크게 네 곳에서 개입합니다. 질문을 만들 때, 인터뷰를 수행할 때, 전사본을 읽을 때, 그리고 코딩할 때입니다. 이들 네 곳 모두에서 선이해를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연구자 자신의 선이해가 무엇인지를 미리 밝혀 두고 자료에서 그와 다른 내용이 등장하는 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연구자가 그 경험의 당사자인 경우에는 그 사실을 미리 밝혀야 합니다.
성찰은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입니다. 연구를 수행하기 전에는 연구주제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예상을, 그리고 인터뷰 직후에는 예상과는 달랐던 대목을, 분석 중에는 판단의 이유를, 그리고 마무리에서는 자신의 처음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기술합니다.
연구 참여자 보호는 크게 네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연구참여 동의서에는 연구의 목적과 참여의 내용과 녹음과 익명 처리와 자료의 보관과 철회의 권리와 책임 연구자의 연락처를 기술합니다. 익명 처리는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으며, 참여자의 소속과 거주 지역, 직위와 같이 참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처리해야 합니다. 인터뷰 자료는 잠금장치가 구비된 곳에 보관하고 참여자 실명의 목록은 별도로 보관합니다.
IRB로부터의 승인은 인터뷰 자료를 수집하기 전에 취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계획서, 인터뷰 질문지와 설명문, 연구참여 동의서와 모집 안내문, 그리고 연구윤리교육 이수증을 제출해야 합니다. IRB 심의 과정에서는 인터뷰 참여를 통해 연구 참여자가 느낄 수 있는 어떠한 부담이라도 명시해야 합니다. 익명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자료 폐기의 시점, 그리고 참여자의 취약성에 따라 관련서류를 구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