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로드맵

질적연구 9단계

질적연구 2단계. 질적연구를 위한 참여자 선정: 일반화를 거부하고 ‘이론적 포화’에 도달하는 심층 표집의 기술

작성자
프라임
등록일

질적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모집단의 축소판(미니어처)을 만드는 확률적인 표집이 아닙니다. 연구자가 설정한 특정한 현상과의 맥락을 가장 풍부하고 짙게 증언해 줄 수 있는 핵심 제보자(key informants)를 '목적을 가지고 선별'하는 고도의 분석적인 행위입니다.

이 글의 순서 6개 항목
  1. 질적연구는 왜 10명의 연구 참여자만으로도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는가?
  2. 확률적 표집을 거부한다: 목적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위한 다섯 가지 기법
  3. 질적연구를 위한 네 가지 접근방법에 따른 권장 표본(N) 가이드라인
  4. 인터뷰를 언제 멈출 것인가? ‘이론적 포화(saturation)’의 징후를 나타내는 세 가지 증거
  5. 자주 묻는 질문 (FAQ)
  6. 결론

학위논문의 본심사 현장에서 질적연구로 발표를 마친 대학원생이 통계학을 전공하는 심사위원으로부터 가장 흔하게 받는 공격이 있습니다.

“학생, 대한민국에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 수십만 명인데, 고작 8명을 인터뷰한 것으로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까? 대표성이 전혀 없지 않을까요?”

이 공격을 받았을 때, 질적연구 경험이 부족한 연구자는 얼굴이 붉어지며 “연구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서 많은 참여자를 섭외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최악의 오답을 내놓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연구를 ‘표본 수집에 실패한 불량한 양적연구’로 전락시키는 항복 선언입니다. 질적연구에서 참여자 8명은 결코 실패한 숫자가 아닙니다. 양적연구가 500명으로부터의 응답을 수집해서 거대한 뗏목을 만드는 작업이라면, 질적연구는 단 8명의 참여자로 끝없이 땅을 깊게 파내려가며 지하수를 터뜨리는 작업입니다. 질적 연구자는 “왜 8명밖에 안 되는가?”라는 공격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왜 이 8명이어야만 했는가?”라는 튼튼한(robust) 표집 논리로 심사위원을 압도해야 합니다.

질적연구는 왜 10명의 연구 참여자만으로도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는가?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는 사람을 모으는 ‘목적’과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입니다.

표 1.   양적 연구(통계적 표집)와 질적 연구(목적적 표집)의 표집 방식 비교

구분 양적 연구 (통계적 표집) 질적 연구 (목적적 표집)
표집의 목적 표본의 결과를 모집단으로 일반화하기 위함 특정한 현상이나 경험의 심층적인 의미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함
모집의 기준 대표성(representativeness): 전체 집단을 인구통계학적인 비율대로 축소했는가? 적합성(suitability): 연구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정보(information-rich)’를 가지고 있는가?
인원 확정 시점 사전 확정: G*Power 등을 통해 미리 목표 N수를 계산하고 시작 진행형 유동성: 인터뷰와 분석을 병행하며 ‘포화’될 때까지 추가
오류의 관점 극단값이 섞이면 통계적인 이상값(outlier)로 간주해 버림 극단적인 사례야말로 현상의 원인을 확인시켜 주는 최고의 데이터

질적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1시간 분량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한글(HWP) 타이핑(전사)으로 풀면 A4 용지를 기준으로 10-15장 정도의 분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참여자가 10명이면 10*15=150장 분량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가 생성됩니다. 이를 단어와 문장 단위로 수백 번 식별하고 코딩하여 범주로 추상화(abstraction)하는 작업은 1,000명으로부터 얻은 자료를 통계분석으로 돌리는 것보다 고강도의 노력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질적 연구에 참여한 인원의 수가 20명을 넘기면 분석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확률적 표집을 거부한다: 목적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위한 다섯 가지 기법

질적 연구자는 길거리에 서서 무작위로 사람을 붙잡지 않습니다. 연구문제에 가장 정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사냥하듯 ‘의도적으로(purposive)’ 섭외합니다.

1. 기준 표집 (Criterion Sampling)

가장 기본적인 표집 방식입니다. 특정한 자격이나 경험을 충족하는 사람만을 섭외합니다.

(예: 경력 단절 후 최소 3년 이상 휴식기간을 가지고 재취업에 성공하여 현재 1년 이상 재직 중인 여성)

2. 전형적 사례 표집 (Typical Case Sampling)

연구자가 관심을 가지는 특정한 현상을 겪는 사람들의 ‘가장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특정한 조직 내에서 작동하는 보편적인 문화를 탐색할 때 유용합니다.

3. 극단적/일탈 사례 표집 (Extreme/Deviant Case Sampling)

동일한 조건을 겪었으나 유독 ‘대성공’을 하였거나 ‘완벽히 실패’한 사람을 찾습니다. 양극단의 사례를 대조함으로써 현상의 스펙트럼과 성공 vs. 실패의 결정적인 트리거를 조명하는 데 탁월합니다.

4. 최대 변량 표집 (Maximum Variation Sampling) — [학위논문에서 권장]

같은 경험을 체험한 사람들이라도 성별과 연령, 지역, 직급 등을 최대한 균등하게 배분하여 섭외합니다. 이 다양한 조건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질을 관찰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특정한 현상에서 나타나는 순수한 본질임을 강력하게 입증할 수 있습니다.

5. 눈덩이 표집 (Snowball Sampling)

약물 중독자, 사이비 종교 탈퇴자, 미혼부 등 공식적인 외부 모집 공고로 섭외하기가 어려운 폐쇄적이고 민감한 집단을 대상으로 삼아 연구할 때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핵심 제보자(key informant)와 신뢰를 형성한 뒤에, 그에게 다른 대상자를 소개받으며 계속 눈덩이처럼 굴려 참여자를 늘려가능 방식입니다.

질적연구를 위한 네 가지 접근방법에 따른 권장 표본(N) 가이드라인

질적연구를 위한 참여자 수는 정해진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연구자의 접근방법에 따라 학계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수용하는 권장 가이드라인(Creswell, 2013)이 존재합니다.

표 2.   질적연구의 접근방법에 따른 권장 참여자 수와 인원 결정을 위한 기준

질적연구를 위한 접근방법 권장 참여자 수 인원 결정의 내재적 논리
현상학 5-10명 내외 특정한 경험을 공통적으로 체험한 한 소수의 참여자로부터 경험의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구조’가 투명하게 추출될 때까지
근거이론 15-20명 내외

(또는 30명 이상)
현상을 설명하는 거대한 6개 패러다임 상자의 모든 하위 범주가 ‘이론적으로 완벽히 포화’될 때까지 (지속적 비교법)
사례연구 사례당 3-5명

(복수 사례의 경우)
특정한 기관이나 사건(case)의 내부를 다각도로 조망하기 위해 필요한 관련자들을 교차 검증할 수 있을 만큼의 인원
문화기술지 1개 집단 (장기 관찰) 특정한 문화를 공유하는 단일 집단 속으로 진입해서 수개월 동안 체류하며 문화를 해석할 수 있는 핵심 제보자(key informant) 를 다수 섭외

질적연구를 위한 접근방법으로서 근거이론을 사용한다면 패러다임 모형을 완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상학을 접근방법으로 사용하는 연구에서보다 훨씬 많은 표본이 필요합니다. 만약 석사과정 학생이 근거이론을 선택하고 겨우 5명으로부터 인터뷰 자료를 수집한 후에 모형을 그린다면 논문심사 과정에서 “이론적인 포화가 달성되지 않은 조작된 모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언제 멈출 것인가? ‘이론적 포화(saturation)’의 징후를 나타내는 세 가지 증거

“왜 10명에서 인터뷰를 끝냈습니까? 15명을 하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이 날카로운 심사위원의 질문에 방어하는 유일하고도 완벽한 개념이 바로 ‘이론적 포화’입니다. 포화란 “새로운 조사 대상자를 섭외하고 계속 질문을 던져도, 기존에 연구자가 설계한 코딩의 범주(category)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스토리나 통찰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고 동일한 패턴만을 반복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포화에 도달했다는 징후는 다음과 같이 드러나게 됩니다.

  • 조사 대상자 1번을 인터뷰한 후 그날에 분석(코딩)합니다.
  • 조사 대상자 2번을 인터뷰하고 1번의 코드와 통합합니다.
  • 조사 대상자 7번을 인터뷰할 때 즈음에 “아, 이 말은 1번이랑 유사하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 조사 대상자 8번과 9번을 인터뷰했는데 완벽히 똑같은 레퍼토리만 등장합니다. (포화의 도달)
  • 포화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특징을 가지는 조사 대상자 10번을 마지막으로 인터뷰하였으나, 역시 새로운 코드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종료 결정)

논문에서의 연구방법론 챕터에는 이 포화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서술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표본이 적다”라는 심사위원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총 10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수행하였다. 지속적인 비교법을 통해 자료 수집과 분석을 병행한 결과, 8번째 참여자의 면담부터 기존에 도출된 범주를 벗어나는 새로운 의미 단위가 발견되지 않는 ‘이론적 포화(saturation)’ 상태에 도달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확인적인 차원에서 2명을 대상으로 추가 면담을 수행하였으나 유의미한 신규 범주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자료 수집을 종료하였다.”

가상 사례: 교육학 석사과정 연구자의 ‘표본의 크기’에 대한 심사위원의 공격 방어하기

교육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학생 A씨는 ‘사립 유치원 교사의 학부모 갑질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A씨는 최대 변량 표집의 원칙에 따라 국공립 vs.사립, 수도권 vs. 지방, 20대 vs. 40대 연령을 교차하여 총 8명의 유치원 교사를 섭외하였습니다. 조사 대상자 1명당 2회씩, 총 16회의 심층 면담을 수행한 후에 200페이지의 분량에 달하는 녹취록을 Colaizzi 분석법을 사용하여 총 4개의 구조를 식별하였습니다.

논문심사 과정에서 한 외부 심사위원이, “발표자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유치원 교사 중에서 겨우 8명의 목소리를 듣고 ‘이게 갑질의 본질이다’라는 결론을 주장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적어도 100명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해야 학위논문으로서 완성이 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자는 “본 연구는 갑질의 발생 ‘빈도’를 분석해서 모집단의 특징을 일반화(generalization)하는 양적 연구가 아닙니다. 본 연구의 목적은 교사들이 체험하는 심리적 고통을 이루는 본질적인 구조를 현상학적으로 탐색함에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연령과 지역을 안배한 최대 변량 표집을 적용하여 8명을 목적 표집하였습니다. 그리고 6번째 인터뷰로부터는 새로운 의미 단위가 출현하지 않는 이론적 포화를 확인하였으며, 이에 따라서 8명에서 인터뷰를 종료하였습니다. 지적하신 표본 확장의 문제는 논의 챕터에서 후속연구 제언으로 담아 양적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겠습니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본 사례는 교육학 석사학위 논문컨설팅을 수행하면서 경험한 사례를 기반으로 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인터뷰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전단지나 공고문을 인터넷에 게시해도 될까요?

A. 질적연구에 필요한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눈덩이 표집 또는 지인의 섭외로부터 섭외가 불가능할 때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집 공고문을 게시하는 것은 합법적인 ‘자원자 표집(volunteer sampling)’입니다. 단, 공고문을 보고 연락해 온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해서는 안됩니다. 연구목적에 적합한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인원만을 선별함으로써 목적적 표집의 지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10명과 1시간 동안 1회 인터뷰 vs. 5명과 1시간 동안 2회 인터뷰 중에서 어느 방식이 논문 통과에 유리할까요?

A. 학술적인 깊이 면에서는 후자(5명을 2회 인터뷰)가 우수합니다. 질적연구에서 1차 인터뷰의 과정에서는 대개 라포(rapport)를 형성하고 피상적인 사실 관계를 청취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1차 녹취록을 분석하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나 “지난번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때의 진짜 속마음은 어떠셨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2차, 3차 심층 인터뷰의 방식을 추천합니다. 일회성 인터뷰 자료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한계점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여러 명의 조사대상자와 인터뷰를 완료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1명이 다른 대상자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1명의 자료는 이상치(outlier)라고 판단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타당한가요?

A. 제거해서는 안됩니다. 양적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분포 모양을 훼손하는 이상값을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를 따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질적 연구에서는 1명의 존재가 연구결과의 완성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대상자는 A라고 말을 했는데 왜 유독 그 1명만이 B를 경험했는지를 서로 비교하여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외 사례 분석(negative case analysis)’은 관찰되는 현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여 연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질적연구에서의 고급 테크닉입니다.

결론

양적연구와 비교하여 질적연구에서의 연구 참여자가 적은 것은 표집의 논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참여자 선정의 기준은 대표성이 아니라 적합성입니다. 양적 연구가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여 편향(bias)을 피하려 한다면, 질적연구는 연구자의 판단으로 선택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경험을 가장 진하게 체험한 대상자를 고의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참여자의 인원 수는 질적연구의 접근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범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새로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수행해도 더 이상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없다면, 이미 식별한 범주들 사이의 관계가 더이상 선명해지지 않는 상태가 포화입니다. 이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터뷰 자료를 수집함과 동시에 분석을 병행해야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빠른상담 TOP

빠른상담 신청

논문 컨설팅의 모든 곳, 프라임과 함께 하세요!

02-568-5964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