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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 9단계

질적연구 1단계. 질적연구를 위한 네 가지 방법론: 내 연구문제에 맞는 최적의 ‘해석 프레임워크’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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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는 인터뷰라는 동일한 도구를 사용할지라도, 현상학(의미), 근거이론(과정/이론), 사례연구(심층 묘사), 그리고 문화기술지(집단 규범) 중에서 어떤 '전통(Tradition)'을 사용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연구를 수행하기 전에 구체적인 연구방법론을 선택하는 것이 질적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이 글의 순서 4개 항목
  1. 질적연구에서 ‘접근 방법(approach)’이 가지는 강제력
  2. 4개의 접근 방법 비교 매트릭스: 무엇을 묻고, 어떻게 도출하는가?
  3. 자주 묻는 질문 (FAQ)
  4. 결론

양적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학술 논문에서는 “본 연구는 다중회귀분석을 수행하여 연구모형과 연구가설을 검증하였다”라고 서술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질적연구를 수행한다면 반드시 그 연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론 중에서 어떠한 전통(tradition) 혹은 접근 방법(approach)의 문법을 따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질적연구에 관해 충분한 기초 지식이 없는 연구자로부터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그릇된 태도는 “일단 인터뷰 대상자 10명을 만나서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풀고 공통된 주제를 묶어내면 어렵지 않게 논문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질적연구가 추구하는 특유의 전통과 접근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인터뷰를 수행하는 것은 나침반이 없는 항해와 같습니다.

산더미같이 쌓인 인터뷰 녹취록 앞에 앉아 “이 텍스트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라고 한숨을 쉬며 뒤늦게 질적연구 방법론 책을 살펴보는 순간, 자신이 수집한 데이터가 질적연구에서 찾을 수 있는 특유의 전통과 분석 절차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얕고 엉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질적연구는 텍스트를 적당히 감상문처럼 요약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엄격하게 약속된 학술적인 코딩(coding) 절차에 따라 텍스트에 담긴 의미있는 정보를 식별하고 분류하는 추상화 작업(abstraction)입니다.

질적연구에서 ‘접근 방법(approach)’이 가지는 강제력

질적연구를 위한 ‘접근 방법’을 결정하는 순간, 연구는 다음의 4가지 구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1. 표본의 자격 (Who): 현상학은 ‘연구자가 관심을 가지는 현상을 겪은 자’가 필요하지만, 문화기술지는 ‘특정한 공간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자’가 필요합니다.
  2. 질문지의 구조 (What to ask): 근거이론은 “A라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 당신은 어떠한 절차로 대처하였는가?”라는 시간적인 흐름(process)을 집요하게 묻습니다. 하지만 현상학은 “A 사건을 겪을 때 당신의 내면적인 고통은 어떠했는가?”라는 감각적인 경험(essence)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3. 코딩의 문법 (How to analyze): 현상학이 ‘의미 단위  하위 주제  대주제’로 식별한다면, 근거이론은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이라는 전혀 다른 분석의 프레임워크를 강제합니다.
  4. 결과의 형태 (Output): 논문심사 위원이 최종 논문심사에서 기대하는 결과 테이블과 그림의 형태가 접근 방법에 따라 서로 다릅니다.

4개의 접근 방법 비교 매트릭스: 무엇을 묻고, 어떻게 도출하는가?

표 1.은 Creswell(2013)이 분류한 5개의 질적연구 접근 방법 중에서 학위논문에서 널리 쓰이는 4개의 방법론을 비교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표 1.   질적 연구 방법론 네 가지 유형의 주요 특징 비교

비교 기준 현상학
(Phenomenology)
근거이론
(Grounded Theory)
사례연구
(Case Study)
문화기술지
(Ethnography)
물음의 핵심 현상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현상이 어떤 ‘과정’으로 일어나는가? 이 특정한 ‘사례’ 안에서 무슨 일이? 이 집단의 ‘문화적 규범’은 무엇인가?
핵심 산출물 본질적인 경험을 묘사한 진술과 구조 과정을 설명하는 패러다임 모형(그림) 다각적인 자료를 종합한 두터운 기술 집단의 생활양식과 규칙에 대한 해석
권장 표본 수 5-10명 내외 (소수 정예) 15-20명 이상 단일 사례 또는 3-4개의 다중 사례 특정한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 전체
주요 분석가 Colaizzi, Giorgi, van Manen Strauss & Corbin, Charmaz Yin, Stake Spradley
학위논문으로서의 현실성 [가장 선호됨] 소수 인터뷰로 가능 [난이도 상] 오랜 과정의 추적과 역량이 필요 [널리 쓰임] 정책/기관 분석에 적합 [극악의 현실성] 장기간에 걸친 자료 수집

접근 방법 1: 현상학 — 생생한 1인칭 체험의 본질

  • 연구문제의 예시: “코로나19 중환자실 간호사의 임종 돌봄 경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 특징: 특정한 사건이나 현상을 체험한 개인들의 생생한 주관적인 체험을 파고 드는 방식입니다. 여러 사람의 개별적인 경험 속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단 하나의 ‘보편적인 본질’을 식별하는 철학적인 접근입니다.
  • 분석 절차: 국내 학위논문에서는 주로 콜라이지(Colaizzi)의 분석 방법이 사용됩니다. 녹취록을 읽으면서 유의미한 문장(의미 단위)을 추출하고  연구자의 언어로 수정하며(구성된 의미)  유사한 의미를 그룹핑하여 하위 주제와 대주제를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접근 방법 2: 근거이론 — 시간의 흐름과 이론의 탄생

  • 연구 질문 예시: “초임 사회복지사의 직무소진 극복과 조직 적응의’과정’은 어떠한가?”
  • 특징: 어떠한 심리적인 현상이나 행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발생하고, 변형되며, 해결되는지에 관한 과정을 밝혀내어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창시하는 접근입니다.
  • 분석 절차: 스트라우스와 코빈(Strauss & Corbin)의 3단계 코딩이 널리 사용됩니다. 원시 자료를 분해하여 수십 개의 개념을 찾는 ‘개방코딩’, 인과조건  중심현상  맥락조건  중재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6개의 상자(패러다임 모형)에 개념을 투입하는 ‘축코딩’, 핵심 범주를 도출하고 스토리를 작성하는 ‘선택코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접근 방법 3: 사례연구 / 접근 방법 4: 문화기술지

  • 사례연구: 특정한 학교 내에서의 혁신 프로그램 도입기, 특정한 지자체의 갈등 해결 사례 등 경계가 뚜렷한 ‘하나 또는 복수의 케이스’를 심도있게 다루는 접근방법입니다. 인터뷰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찰 일지나 기관의 공문서, 언론 보도 등을 포함하는 여러 형태의 자료를 교차 검증(삼각검증)해야 합니다.
  • 문화기술지: 인류학에 뿌리를 둔 방법론입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중독자 커뮤니티, 이단 종교 집단 등 고유한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의 행동 규범과 은어를 해석합니다. 연구자가 그들의 삶 속에 투입되어 수개월 이상 동고동락하며 관찰하는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이 필수적입니다. 만약 논문제출 기한이 6개월 남짓 남아 있다면 사용하기가 불가능한 접근방법입니다.
가상 사례: 사회복지학 석사과정 학생의 현상학적 궤도 수정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생 A씨는 ‘미혼부의 양육 경험’이라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8명의 미혼부 아빠를 섭외하여 그들의 눈물겨운 양육 스토리에 관해 1명에 2시간 동안 인터뷰를 수행하였습니다.

녹취록을 청취한 후에 분석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어떻게 분석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A씨는 ‘근거이론’이 라는 방법론이 ‘멋있게’ 보여서 자신의 질적연구를 위한 접근법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딩을 시도하였지만 텍스트가 패러다임 모형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거이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충격을 받고  어떻게 대처를 했으며  가장 마지막에는 어떻게 적응했는가”라는 ‘과정의 흐름’을 물었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설계한 질문지는 “혼자 애를 키울 때 마음이 얼마나 아팠습니까?”라는 ‘감정의 정지된 묘사’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지도교수의 조언을 받은 후에 자신이 수집한 자료의 특징과 부합하는 접근방법으로 ‘근거이론’을 버리고 ‘현상학’으로 대체하였습니다. 미혼부들로부터 수집한 텍스트에서는 ‘세상의 편견에 베임’,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처절한 몸부림’, ‘아이로 인해 재건되는 삶의 의미’라는 5개의 주제를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학위논문의 연구방법 챕터에서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시간적인 변화 과정을 추적하기보다, 경험을 이루는 의미 구조를 파악함에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은 현상학적 접근이라고 판단하였다”라고 기술하였습니다.

(본 사례는 질적연구 방법론에 관해 다루어진 논문 컨설팅의 수행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현상학과 근거이론 중에서 어느 접근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논문 심사를 통과하기가 더 쉬울까요?

A. 두 접근법 모두 치열한 분석의 노력이 요구되나, 석사학위 논문에서는 ‘현상학’이 압도적으로 수월하고 방어하기가 좋습니다. 10명 내외의 인터뷰만으로도 깊이 있는 경험의 구조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근거이론’은 패러다임 모형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비약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논문심사 위원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근거이론’을 사용한다면 이론 포화(theoretical saturation)에 도달할 때까지 인터뷰 대상자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난이도 측면에서는 박사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에 더 적합합니다.

Q. 특정한 전통이나 접근 방법을 고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저의 마음대로 텍스트를 읽고 ‘주제별로 묶었다’라고 작성하면 안되나요?

A. 질적연구를 학술적인 텍스트가 아닌 ‘에세이’로 전락시키는 행위입니다. 엄격한 논문심사 위원은 “어떤 코딩 절차를 밟았는가?”라고 묻습니다. 만약 질적연구에서 사용하는 네 가지 접근방법이 부담스럽다면, 질적 연구의 가장 유연하고 범용적인 기법인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을 좋은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근거이론을 사용해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싶은데 패러다임 모형을 꼭 그려야 합니까?

A. Strauss & Corbin의 근거이론 접근을 선택하였다면 반드시 패러다임 모형(인과조건  중심현상  전략  결과) 그림이 제4장 연구의 결과 챕터에 등장해야 합니다. 이 모형을 나타내지도 않고 문장으로만 서술한다면 “축코딩을 포기한 불완전한 근거이론”이라는 치명타로 작용합니다. 반면, Charmaz의 구성주의 근거이론을 선택하였다면 패러다임 모형을 기계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Q. 질적 연구로 접근해서 작성한 학위논문에 대해서 “도대체 이 10명이 한 말로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 전체로 일반화할 수 있겠는가”라며 통계학을 전공한 심사위원이 공격하면 어떻게 방어해야 하나요?

A. 양적연구의 패러다임 잣대로 질적연구로 접근한 연구의 결과를 공격할 때에 매우 흔하게 등장하는 단골 멘트입니다. 그 심사위원에게는 정중하게 패러다임의 차이를 상기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질적연구의 특징은 통계적인 일반화가 아니라, 특수한 현상에 숨어 있는 인간의 이면을 드러내고 다른 유사 맥락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다분히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에 있습니다”라고 답변하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지적하신 표본 대표성의 제약은 논의 챕터에서 명시하고 있으나, 본 연구가 포착한 심층 구조는 양적연구의 수행만으로는 드러낼 수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는 독립적인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방어해야 합니다.

결론

질적연구를 수행하기 전에 연구자가 결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 편의 정지된 의미의 그림(현상학)을 그릴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과정의 설계도(근거이론)를 그릴 것인가”. 현상학이라는 안경을 쓰면 고통을 받는 인간에서도 삶의 열정을 관찰할 수 있고, 근거이론의 안경을 쓰면 무질서한 사건들 속에 숨겨진 인과관계로 이어지는 톱니바퀴가 보이며, 문화기술지의 안경을 쓰면 보이지 않던 집단의 촘촘한 그물망이 드러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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