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과업’은 직원에게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배정받았다는 주관적인 판단을 의미합니다. 이 판단은 과업 자체의 본질적인 성질에서 비롯되기보다, 과업과 직무 역할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측정 도구는 애초에 발생할 이유가 없었던 ‘불필요한 과업’과 직원의 직무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과업’으로 구분되며, 총 8개 문항으로 측정합니다. 간호학과 경영학 분야의 연구에서 주로 활용하는 변수입니다.
이 글의 순서 10개 항목
‘부당한 과업(illegitimate tasks)’은 직원에게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배정받았다는 주관적 판단을 의미합니다. Semmer et al.(2015)이 제시한 개념으로, 이러한 판단은 과업 자체의 본질적 성질에서 비롯되기보다 과업과 직무 역할 사이의 불일치에서 나타납니다.
부당한 과업의 등장 배경
2000년대 초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는 시간 압박에 대한 지각 수준과 업무 중단의 빈도를 측정하면서, 직무 요구의 양적 크기를 파악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Semmer et al.(2010)이 지적하였듯이, 기존의 측정 방식은 직원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과업이 업무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즉, 동일한 과업이 특정한 직종에는 당연한 업무로 수용되지만 다른 직종에는 모욕으로 작용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마땅한 연구 변수가 당시 학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Norbert Semmer는 간호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하였습니다. 동일한 돌봄 행위를 두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것은 업무의 일부입니다”라는 반응과 “병원은 호텔이 아닙니다”라는 반응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판단을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는 이론적인 틀을 정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존중 침해로서의 스트레스(Stress-as-Offense-to-Self: SOS)’ 이론입니다.
이 개념을 측정이 가능한 변수로 구체화한 자료는 양적 설문조사가 아니라 과업 목록을 활용한 인터뷰 연구결과이었습니다. Semmer et al.(2006)은 159명의 참여자에게 일상적인 업무 과업을 모두 기록하게 한 후, 본인이 수행하지 않아도 될 과업을 직접 표시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분석을 수행한 결과, 보고된 3,548건의 과업 가운데 약 3분의 1에 달하는 과업이 정당하지 않다고 평가되었습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업에서는 1,989건 가운데 부당하다고 평가된 비율이 겨우 10%에 그쳤으나, 1,559건의 주변 과업 중에서 64%가 부당한 과업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 질적 분석의 자료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과업(unnecessary tasks)’과 ‘비합리적인 과업(unreasonable tasks)’이라는 2가지 형태의 하위개념을 귀납적으로 식별하였습니다.
Jacobshagen(2006)은 베른대학교(University of Bern)의 학위논문에서 구체적인 측정 문항을 개발하였고, Semmer et al.(2010)은 부당한 과업과 반생산적 과업행동 간의 관계를 학술지에 처음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 개념을 독립적인 직무 스트레서(stressor)로 정립한 Semmer et al.(2015)은 스위스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집한 2개 표본을 활용해서 증분 설명변량(incremental variance explained)을 분석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역할갈등과 사회적 스트레서, 분배불공정을 통제한 첫 번째 연구에서는 부당한 과업이 자기존중감 변량의 9%, 원망의 6%, 그리고 직무 소진 변량의 12%를 추가로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3가지 공정성 요인을 통제한 두 번째 연구에서는 각각 18%, 31%, 34%의 증분 설명변량이 확인되었습니다. 나아가, 2026년에는 141편의 연구를 종합한 최초의 메타분석 연구가 출간되었습니다.
부당한 과업의 이론적 정의 및 유사한 개념
Semmer et al.(2015)은 부당한 과업을 직원에게 정당하게 기대할 수 있는 규범을 위반하는 과업으로 정의하였습니다. Cullati et al.(2023)은 이러한 과업이 직업적인 역할에 기여하지 않으며 중심 과업의 수행을 저해한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Fila et al.(2020)은 이 개념을 “내가 이런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가”라는 주관적인 판단으로 요약하였습니다.
이 3가지 정의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공통점을 가집니다. 첫째, 판단의 대상이 과업 자체의 속성이라기보다 과업과 직무 역할 사이의 관계에 기초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청소 업무는 환경미화원에게는 정당하지만 간호사에게는 부당한 과업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둘째, 조직에서 업무를 공식적으로 배정해야 성립하며, 개인이 자원해서 맡은 업무는 부당한 과업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셋째, 직원의 전문적인 정체성을 무시하는 메시지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부당한 과업은 2가지 형태의 하위개념으로 나뉩니다. ‘불필요한 과업(unnecessary tasks)’은 특정한 직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수행할 필요가 없는 과업을 의미합니다. 반면, ‘비합리적인 과업(unreasonable tasks)’은 업무 자체는 필요하지만 특정한 역할을 맡은 직원에게 요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과업을 의미합니다. Semmer et al.(2019)은 식당 종업원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구분을 설명하였습니다. 즉, 식당 종업원이 요리를 존중하고 요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었더라도, 요리 업무를 자신의 직무 역할로 인식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부당한 과업과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는 다음의 3가지 개념입니다.
첫째, ‘역할갈등(role conflict)’은 2명 이상의 역할 송신자가 요구하는 기대가 서로 양립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면, 부당한 과업은 상충하는 기대 사이의 충돌이라기보다 직원의 전문적인 지위나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 기대를 요구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Semmer et al.(2010)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Rizzo 척도와의 문항 중복은 단 1개 문항으로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조직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은 보상과 지위의 분배, 의사결정 절차, 그리고 대인관계에서의 대우 방식을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Semmer et al.(2015)이 지적하였듯이, 기존의 조직공정성 이론과 측정 척도는 구체적인 과업 배정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습니다. 두 변수 간의 상관계수는 높게 나타나지만, 이론적인 설명 체계는 서로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역할이론은 어떠한 과업이 부당한 과업으로 규정되는지를 설명하는 반면, 조직공정성 이론은 과업이 부당하다고 평가된 이후에 나타나는 직원의 반응을 설명합니다.
셋째, ‘직장 무례함(workplace incivility)’은 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직접적인 무시 및 무례한 대인관계 행동을 의미합니다. Semmer et al.(2015)은 직장 무례함이 대인관계에서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부정적인 메시지인 반면, 부당한 과업은 과업 배정이라는 직무 구조를 매개로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난다고 구분하였습니다.
부당한 과업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
부당한 과업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측정 도구는 ‘베른 부당과업 척도(Bern Illegitimate Tasks Scale: BITS)’입니다. 이 도구는 불필요한 과업에 관한 4개의 문항과 비합리적인 과업 4개 문항을 합한 총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점 척도를 기반으로 합니다. 구체적으로 ‘불필요한 과업’은 ‘이 과업을 도대체 왜 수행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업무를 측정하며, ‘비합리적인 과업’은 ‘다른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가’라고 판단하는 업무의 수준을 측정합니다. Semmer et al.(2015)이 보고한 내적 일관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전체 척도의 크론바흐 알파(Cronbach’s α) 계수는 .85-.88의 범위를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두 하위개념 간의 상관계수는 .51-.56의 범위로 분포하였습니다.
연구자가 이 측정 도구의 출처를 논문에 인용할 때에는 다음의 3가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측정 문항의 원형은 Jacobshagen(2006)의 박사학위 논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둘째, 8개 문항이 학술지에 처음 활자화되어 출판된 문헌은 Semmer et al.(2010)입니다. 셋째, 학계에서 공인된 표준 인용 출처는 Semmer et al.(2015)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된 선행문헌들에서도 출처 표기가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분석 과정에서 측정 모형을 설계할 때에는, 2가지 하위 척도를 측정 지표로 투입하는 단일 구성개념 모형이 가장 우수한 모형 적합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emmer et al.(2015)의 원전 논문에 포함된 3편의 연구에서도 모두 동일한 결과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부당한 과업을 둘러싼 연구 변수들의 체계
부당한 과업의 선행변수는 크게 4가지 범주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리더의 행동입니다. 268명의 보건 및 사회서비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Stein et al.(2020)의 연구에서는 ‘학대적 감독(abusive supervision)’이 부당한 과업과 강한 정(+)의 관계를 나타냈습니다. 구체적으로 비합리적인 과업에 한정해서 분석한 결과, 이 관계는 비감독직 직급의 최하위 계층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둘째는 조직의 통제 방식과 업무 자원의 결핍이며, 셋째는 조직의 보상 제도입니다. 433명의 스웨덴 1차 의료 의사를 3년간 추적 조사한 Brulin & Teoh(2025)의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성과기반 보상제도’가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하였으나, 통계 분석에서 보고된 회귀계수의 부호 자체는 부(-)적 관계로 나타났습니다. 넷째는 개인의 심리적 지각 요인입니다. 261명의 중국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Yuan & Yan(2025)의 연구에서는 ‘과잉자격 지각(perceived overqualification)’이 독립된 선행변수라기보다 조절변수로 작용해서 간접효과를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당한 과업이 결과변수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최근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총 65,124명의 표본을 다루는 141편의 논문을 대상으로 Li & Mostafa(2026)가 수행한 메타분석의 결과에 따르면, 직무 소진과의 교정 상관계수는 .56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직무만족은 -.529, 철수행동은 .484, 이직의도는 .441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반생산적 과업행동은 .386, 직무성과는 -.271, 혁신행동은 -.203의 상관계수를 나타냈습니다. 분석 결과를 종합한다면, 직원의 태도 및 웰빙과 관련된 결과변수는 중간 이상의 큰 효과크기를 보이는 반면, 구체적인 행동과 관련된 결과변수는 작거나 중간 수준의 효과크기에 머무르는 구조를 나타냅니다.
부당한 과업의 두 하위개념을 분리해서 분석하면 결과의 양상이 일부 달라집니다. 동일한 메타분석에서 두 하위개념 간의 교정 상관계수는 .700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5가지 주요 결과변수 가운데 ‘부정정서’의 변수에서만 불필요한 과업(.483)과 비합리적인 과업(.542) 사이에 통계적으로 미세한 차이가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직무만족과 직무 소진, 직무열의, 이직의도에서는 두 하위개념 간의 영향력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감정이나 정서적인 반응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연구가 아니라면, 두 하위개념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통합 측정값을 활용해도 무방하다고 권고하였습니다.
조절효과 분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조절변수는 ‘권력거리(power distance)’입니다. Li & Mostafa(2026)의 메타회귀분석 결과, 조직시민행동과 정서적 조직몰입, 직무만족, 직무 소진에 미치는 부당한 과업의 부정적 영향은 권력거리가 높은 문화권에서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혁신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반대로 나타났는데, 권력거리가 높은 문화권에서 부(-)적 관계가 오히려 약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권력거리가 높은 문화적인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연구자는 투입한 결과변수의 유형에 따라 조절효과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논문의 논의(Discussion) 챕터에서 기술해야 합니다.

관련 이론
부당한 과업은 기존의 4가지 주요 이론적인 전통에서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연구 영역을 보완합니다.
첫째, ‘요구-통제 모형(job demand-control model)’과 ‘직무요구-자원 모형’은 직무 요구의 양과 업무 자원의 균형을 설명하지만, Semmer et al.(2019)이 지적하였듯이 두 모형에서 개인의 자기존중감은 분석 대상이 아닙니다. 부당한 과업은 직무 요구를 양적인 크기가 아니라 정당성이라는 질적 차원으로 분류합니다. 한편, 요구-통제 모형으로 호텔 종사원의 직무 스트레스를 설명한 학위논문에서의 연구 과정을 ‘직무긴장모형과 호텔경영학 석사학위 졸업 후기’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둘째, 역할이론은 역할 기대의 상충이나 역할 모호성, 역할 과부하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역할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영역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직무 역할은 직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뿐만 아니라 무엇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가도 함께 규정합니다. 하지만, Semmer et al.(2015)이 지적하였듯이 이러한 배제의 측면은 학계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였습니다. 부당한 과업은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직무 역할의 부정적 범위를 측정 가능한 변수로 전환하였습니다.
셋째, 조직공정성 이론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반응 메커니즘을 설명하지만,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분석 결과가 존재합니다. Semmer et al.(2015)은 부당한 과업에서 불공정 지각을 거쳐 직무 스트레인(strain)으로 이어지는 매개 경로를 2편의 연구에서 확인하였으나, 두 연구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부당한 과업을 불공정 지각으로 환원해서 설명하는 모형은 원전 논문의 분석 자료에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넷째, ‘자기존중 침해로서의 스트레스(SOS)’ 이론은 자아에 대한 위협을 개인의 실패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되는 위협과, 타인의 무시나 경시에서 비롯되는 위협이라는 2가지 차원으로 구분합니다. 부당한 과업은 후자의 차원에 속하므로, 연구자가 자기존중감을 매개변수로 투입할 때에는 2가지 차원 가운데 어느 경로를 이론적으로 전제하는지를 연구 가설에서 밝혀야 합니다.
키페이퍼(key papers)
- Semmer, Jacobshagen, Meier & Elfering(2007): 단행본의 한 챕터(chapter)에서 ‘자기존중 침해로서의 스트레스(SOS)’ 이론을 제시한 연구입니다.
- Semmer, Tschan, Meier, Facchin & Jacobshagen(2010), Applied Psychology: 부당한 과업을 다룬 최초의 학술지 논문으로, 2가지 하위개념의 정의를 처음 활자화하고 8개 측정 문항을 공개한 연구입니다.
- Semmer, Jacobshagen, Meier, Elfering, Beehr, Kälin & Tschan(2015), Work & Stress: 3개의 표본을 활용해서 증분타당도를 검증하고, 2개월 간격의 종단 연구 설계를 통해 역방향 인과관계를 배제한 연구입니다. 측정 척도를 활용하는 모든 연구가 인용합니다.
- Eatough, Meier, Igic, Elfering, Spector & Semmer(2016),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편의 일기법(diary study) 연구를 통해 부당한 과업에 따른 개인 내에서의 변동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 Semmer, Tschan, Jacobshagen, Beehr, Elfering, Kälin & Meier(2019), Occupational Health Science: 부당한 과업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한 연구진이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논문입니다. 개념의 이론적인 정의를 가장 정밀하게 기술한 논문입니다.
- Ding & Kuvaas(2023), Work & Stress: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해서 부당한 과업의 선행변수를 4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정리한 연구입니다.
- Li & Mostafa(2026),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부당한 과업을 다룬 최초의 메타분석 연구이며, 12개의 결과변수에 대한 효과크기와 권력거리의 조절효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선행연구의 효과크기를 논증의 근거로 활용하는 연구에서 필수적으로 인용해야 합니다.
부당한 과업의 영향력이 나타나지 않는 조건
연구자가 부당한 과업을 연구 모형에 투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부당한 과업의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는 다음의 3가지 조건입니다.
첫째, 역할 스트레서를 함께 투입하면 종속변수의 유형에 따라 검증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Park et al.(2025)은 101명의 전일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1년간 10회에 걸쳐 반복 측정한 연구에서 ‘역할갈등’, ‘역할모호성’, ‘역할과부하’, 그리고 ‘부당한 과업’을 동일한 모형에 동시에 투입하였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서는 ‘직무열의’에 대해 역할모호성과 역할과부하만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당한 과업의 영향력은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직의도’에 대해서는 역할 스트레서가 아닌 부당한 과업만이 유의한 설명력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메타분석에서 보고된 상관계수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라기보다는, 유사한 범주의 스트레서 변수들을 동시에 투입하였을 때 설명변량이 분산되는 양상을 보여 줍니다.
둘째, 직무 자원이 모두 결핍된 집단에서는 부당한 과업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214명의 초기 경력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Fila & Eatough(2019)의 연구에서는, 직무 통제력과 상사 지원을 모두 낮게 지각한 집단에서 비합리적인 과업과 불안 간의 관계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기존 직무요구-자원 모형의 완충 가설(buffering hypothesis)이 예측한 방향과 서로 일치하지 않으며, 연구진은 만성적인 직무 스트레스에 따른 심리적 습관화(habituation) 가능성을 원인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셋째, 신체 및 생리적 측정 지표에서는 특정한 표본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영향력이 확인됩니다. Kottwitz et al.(2013)의 연구에서 코르티솔(cortisol) 분비와의 유의한 관계는 남성이면서 주관적 건강 상태가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에 한정되어 나타났습니다. 또한, Pereira et al.(2014)이 2주간 수행한 액티그래피(actigraphy) 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부당한 과업은 ‘수면 분절’과 ‘입면 잠복기’와는 유의한 관계를 보였으나 ‘수면 효율’ 및 ‘총 수면 시간’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원문을 직접 읽을 때 확인해야 하는 쟁점
첫째, ‘불필요한 과업’의 개념적인 의미가 왜곡된다는 점입니다. Semmer et al.(2019)이 지적하였듯이, 불필요한 과업은 현재의 시점에서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서로 호환되지 않는 두 전산 시스템 사이에서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옮겨 적는 업무는 현재 시점에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지만, 사전에 시스템을 적절하게 설계하였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업무입니다. 즉, ‘불필요’의 본질은 과업 자체가 애초에 발생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의미하며, 지금 당장 수행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따라서 설문지의 번역 문항이 이러한 시간적인 기준을 정확하게 담아내지 못한다면, 응답자가 연구자의 측정 의도와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응답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둘째, 측정 도구의 문항 수가 8개 문항과 9개 문항으로 나뉘어서 혼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Basinska & Dåderman(2023)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9개 문항 가운데 1개 문항이 2개 요인에 교차 적재(cross-loading)되어 최종 척도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하지만, 문항을 삭제한 이유에 대한 정당성이 충분하게 기술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버전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응답 척도의 범주 역시 4점 척도, 5점 척도, 7점 척도로 혼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선행연구의 효과크기를 비교하거나 연구 모형을 설계할 때에는, 문항의 수와 리커트 척도의 응답 범주를 사전에 대조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한편, 선행연구에서 관찰된 효과크기를 원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효과크기(effect size) 승자의 저주: 처음 발견된 효과는 왜 항상 부풀려져(inflated) 있는가’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셋째, 국내 학계에서 타당화한 한국어 번역 버전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illegitimate’는 법적 위법성(illegal)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규범에 부합하는 정당성의 결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를 ‘비합법적’으로 번역하면 노동법상의 부당한 업무 지시 개념과 혼동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unreasonable’을 ‘불합리한’으로 번역한다면 ‘불필요한 과업’의 의미와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논문을 작성할 때 원어 영문을 함께 병기하고, 국내 학계에서 번역어가 아직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본문에 명확히 밝히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부당한 과업의 두 하위개념을 합산해서 분석해도 됩니까?
A. 메타분석 연구의 권고에 따르면 두 하위개념을 합산해서 단일 점수로 활용해도 무방합니다. 분석에 포함된 5가지 결과변수 가운데 ‘부정정서’ 1개 변수에서만 경계선 수준의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서적 반응을 주요 결과변수로 설정하거나 자기존중감을 매개변수로 투입할 때에는 두 하위개념을 분리해서 분석해야 합니다.
Q. 한국어로 타당화된 측정 척도가 있습니까?
A. 학술적으로 공인된 한국어판 BITS 척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영어와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터키어, 중국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판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인 표본을 대상으로 이 측정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역번역(backward translation)과 예비조사를 거치고, 탐색적 요인분석(exploratory factor analysis)와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에 의해 두 하위개념의 요인 구조를 검증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Basinska, B. A., & Dåderman, A. M. (2023). Psychometric properties of the Bern illegitimate tasks scale using classical test and item response theories. Scientific Reports, 13, 7211. https://doi.org/10.1038/s41598-023-34006-0
Brulin, E., & Teoh, K. (2025). Performance-based reimbursement, illegitimate tasks, moral distress, and quality care in primary care: A mediation model of longitudinal data. The Annals of Family Medicine, 23(2), 145–150. https://doi.org/10.1370/afm.240179
Cullati, S., Semmer, N. K., Tschan, F., Choupay, G., Chopard, P., & Courvoisier, D. S. (2023). When illegitimate tasks threaten patient safety culture: A cross-sectional survey in a tertiary hospital.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68, 1606078. https://doi.org/10.3389/ijph.2023.1606078
Ding, H., & Kuvaas, B. (2023). Illegitimate tasks: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and agenda for future research. Work & Stress, 37(3), 397–420. https://doi.org/10.1080/02678373.2022.2148308
Eatough, E. M., Meier, L. L., Igic, I., Elfering, A., Spector, P. E., & Semmer, N. K. (2016). You want me to do what? Two daily diary studies of illegitimate tasks and employee well-being.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7(1), 108–127. https://doi.org/10.1002/job.2032
Fila, M. J., & Eatough, E. (2020). Extending the boundaries of illegitimate tasks: The role of resources. Psychological Reports, 123(5), 1635–1662. https://doi.org/10.1177/0033294119874292
Fila, M. J., Semmer, N. K., & Eatough, E. M. (2020). Illegitimate tasks as offense to the self. In A. M. Rossi, J. A. Meurs, & P. L. Perrewé (Eds.), Stress and quality of working life: Finding meaning in grief and suffering (pp. 215–234). Emerald Publishing. https://doi.org/10.1108/978-1-64802-159-620251017
Jacobshagen, N. (2006). Illegitimate tasks, illegitimate stressors: Testing a new stressor-strain concept [Unpublished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Bern.
Kottwitz, M. U., Meier, L. L., Jacobshagen, N., Kälin, W., Elfering, A., Hennig, J., & Semmer, N. K. (2013). Illegitimate tasks associated with higher cortisol levels among male employees when subjective health is relatively low: An intra-individual analysis. 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39(3), 310–318. https://doi.org/10.5271/sjweh.3334
Li, C., & Mostafa, A. M. S. (2026). The outcomes of illegitimate tasks at work: A meta-analysi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31(4), 279–301. https://doi.org/10.1037/ocp0000435
Park, H. I., Cho, E., Lee, P., & Cho, S. (2025). Time versus nature: Longitudinal effects of job stressors on work outcome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30(6), 365–381. https://doi.org/10.1037/ocp0000415
Pereira, D., Semmer, N. K., & Elfering, A. (2014). Illegitimate tasks and sleep quality: An ambulatory study. Stress and Health, 30(3), 209–221. https://doi.org/10.1002/smi.2599
Semmer, N. K., Jacobshagen, N., & Meier, L. L. (2006). Arbeit und (mangelnde) Wertschätzung [Work and (lack of) appreciation]. Wirtschaftspsychologie, 8, 87–95.
Semmer, N. K., Jacobshagen, N., Meier, L. L., & Elfering, A. (2007). Occupational stress research: The “stress-as-offense-to-self” perspective. In J. Houdmont & S. McIntyre (Eds.),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European perspectives on research, education and practice (Vol. 2, pp. 43–60). ISMAI Publishing.
Semmer, N. K., Jacobshagen, N., Meier, L. L., Elfering, A., Beehr, T. A., Kälin, W., & Tschan, F. (2015). Illegitimate tasks as a source of work stress. Work & Stress, 29(1), 32–56. https://doi.org/10.1080/02678373.2014.1003996
Semmer, N. K., Tschan, F., Jacobshagen, N., Beehr, T. A., Elfering, A., Kälin, W., & Meier, L. L. (2019). Stress as offense to self: A promising approach comes of age. Occupational Health Science, 3(3), 205–238. https://doi.org/10.1007/s41542-019-00041-5
Semmer, N. K., Tschan, F., Meier, L. L., Facchin, S., & Jacobshagen, N. (2010). Illegitimate tasks and 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 Applied Psychology: An International Review, 59(1), 70–96. https://doi.org/10.1111/j.1464-0597.2009.00416.x
Stein, M., Vincent-Höper, S., Schümann, M., & Gregersen, S. (2020). Beyond mistreatment at the relationship level: Abusive supervision and illegitimate tasks.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7(8), 2722. https://doi.org/10.3390/ijerph17082722 Yuan, S., & Yan, Y. (2025). Illegitimate tasks, overqualification, organizational obstruction, and workplace deviance among nurses: A two-wave cross-sectional survey. 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Studies, 170, 105173. https://doi.org/10.1016/j.ijnurstu.2025.105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