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팁과 전략

투고 & 심사 전략

커버레터(cover letter)는 첫 번째 심사 관문이다: 에디터를 설득하는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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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커버레터(cover letter)를 읽고 논문의 원고(manuscript)를 외부심사로 보낼지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 결정의 순간에 커버레터는 첫 번째 심사를 위한 답안이 됩니다. 적합성(relevance)과 기여점(contribution), 그리고 선언(declaration)의 세 가지를 한 페이지에 담은 저자가 데스크 리젝(desk reject)의 관문을 통과합니다.

이 글의 순서 5개 항목
  1. 커버레터는 왜 첫 번째 심사인가?
  2. 에디터는 커버레터에서 무엇을 읽는가?
  3. 커버레터는 어디에서 망가지고 어디에서 돋보이는가?
  4. 에디터를 설득하는 한 페이지짜리 커버레터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5. 결론

저녁 9시, 국제 학술지의 투고 시스템에 논문의 원고와 그림이 담긴 파일, 저자의 정보를 업로드하고 남은 곳은 하나, 바로 커버레터의 내용을 입력하는 곳입니다. 2년을 매달린 논문 투고의 마지막 과정에서, 저자는 초록의 내용 일부를 복사해서 커버레터 입력란에 붙여 넣고 의례적인 두 줄의 인사말을 얹어 제출 버튼을 클릭합니다. 한 달 뒤에 도착한 메일에서는 심사위원의 심사의견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투고한 원고의 내용이 본 저널이 추구하는 목적과 범위(aims & scope)’에 적합하지 않는다”라는 두 문장이 담긴 데스크 리젝(desk reject) 통지뿐이었습니다. 이 글은 투고버튼을 누르기 전에 마지막 입력란에 성의없이 구겨 넣었던 것, 바로 커버레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커버레터는 왜 첫 번째 심사인가?

투고한 원고를 가장 처음 읽는 사람은 에디터입니다. 에디터는 원고의 제목과 초록, 그리고 커버레터를 근거로 원고를 외부심사에 회부할지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단계에서 흔히 내려지는 판정은 데스크 리젝입니다. 데스크 리젝으로 판정을 받으면 심사의견서를 받지 못합니다.

많은 해외 저널의 에디터들은 커버레터가 읽히는 불과 몇 십초가 논문 원고의 첫 번째 심사 과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관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편집자들이 직접 공개한 기록이 있습니다. Neubaum & Micelotta(2021)는 Family Business Review의 편집자 서한(Editorial Letter)에서, 저널에 투고되는 원고의 90% 이상이 데스크 리젝 판정을 받는데, 그 중에서 대부분이 이론적 기여점이 명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비록 원고의 본문이 충분한 기여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에디터가 본문을 열기 전에 제한된 시간 안에 그 기여를 발견하지 못하면, 원고는 심사자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커버레터는 바로 그 발견을 ‘재촉하게 하는’ 문서입니다.

  • Neubaum, D. O., & Micelotta, E. (2021). WANTED—Theoretical contributions: An editorial on the pitfalls and pathways in family business research. Family Business Review, 34(3). https://doi.org/10.1177/08944865211032503

에디터는 커버레터에서 무엇을 읽는가?

에디터가 커버레터에서 확인하는 항목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적합성’입니다. 이 원고가 저널이 추구하는 범위와 독자층에 맞는가의 문제입니다. 둘째는 ‘기여점’입니다. 이 논문 원고가 담고 있는 연구결과가 기존 문헌의 어느 대화(scholarly conversation)에 무엇을 더 보태는가의 여부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선언’입니다. 중복투고(multiple submission)가 아니라는 확인,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과 연구윤리에 관한 투고자의 진술이 여기에 속합니다.

Hafner(2010)가 발행한 편집자 서한은 에디터의 관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참고자료입니다. Hafner(2010)는 ACS Nano에 기고한 편집자 서한에서는 커버레터가 저자와 에디터가 나눌 수 있는 마지막 대화의 기회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쓴 커버레터는 외부심사의 단계로 진입하는 원고와 기회를 박탈당하고 데스크 리젝으로 판정받는 원고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따라서 제출을 몇 일 늦추더라도 설득력 있는 커버레터를 만들라고 강하게 권고하였습니다.

논문 심사자료를 분석한 관련 문헌은 커버레터를 통해 에디터에게 무엇을 설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Bordage(2001)는 의학교육 분야에서 수집한 151건의 심사의견을 분석하여 채택(즉, 데스크 리젝으로 판정하지 않고 외부심사 단계로 진입시키는 결정)과 데스크 리젝 판정의 사유를 집계하였습니다. 채택을 설명하는 사유의 상위에는 연구문제의 중요성과 시의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스크 리젝 사유의 상위에는 명확하지 않은 문제 진술(problem statement)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버레터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에디터가 읽는 커버레터에는 저자가 주장하는 연구문제의 중요성과 시의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커버레터는 어디에서 망가지고 어디에서 돋보이는가?

일반적으로 커버레터가 망가지는 곳은 크게 세 곳입니다. 첫째는 초록의 재탕입니다. 에디터는 커버레터를 읽은 후에도 초록을 다시 읽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초록에서 등장하는 동일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 하는 커버레터는 귀중한 지면을 사용하고도 어떠한 중요한 정보를 보태지 못합니다. 둘째는 일반론의 칭찬입니다. “귀하의 저널은 이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이므로….”라는 문장은 어느 저널에도 보낼 수 있는 문장이고, 하물며 에디터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선언의 누락입니다. 중복투고의 여부와 이해상충에 관한 진술이 드러나지 않는 커버레터는 저자가 경험이 한참 부족하다라는 인상을 남기게 합니다.

반대로, 돋보이는 커버레터의 구성 원리는 서론 작성의 원리와 같습니다.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의 편집자 서한에서 Grant & Pollock(2011)은 ‘독자의 주의를 이끄는 고리(hook) 걸기’를 서론을 이루게 하는 과제로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이 말하는 고리의 핵심은 3가지 물음에 있습니다. 첫째, ‘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가’입니다. 둘째는 ‘기존 문헌의 어느 대화(scholarly conversation)에 끼어드는가’ 입니다. 그리고 셋째, ‘무엇이 새로운가’입니다. 커버레터는 바로 이들의 고리를 논문 원고가 읽히기 전에 미리 한 문단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디터를 설득하는 한 페이지짜리 커버레터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올바른 커버레터를 작성하기 위해 아래의 다섯 단계를 안내합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 한 페이지 안에 적합성-기여-선언을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 커버레터의 첫 문단에는 논문 원고의 제목과 원고 유형(예., original article), 그리고 핵심적으로 발견된 결과를 담은 한 문장(highlight)을 배치합니다. 배경의 설명은 뒤로 미룹니다.
  • 둘째 문단에서 적합성을 밝힙니다. 타겟 저널이 최근에 게재한 관련 논문 한두 편을 지목하고, 본 원고가 그 ‘대화’의 어디와 이어지는지를 밝힙니다.
  • 셋째 문단에서 기여점을 드러냅니다. 초록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이 연구를 통해 무엇을 변화시키는지를 저널 독자의 관점에서 작성합니다.
  • 마지막 문단에는 선언을 진술합니다. 구체적으로, 중복투고가 아니라는 확인, 이해상충, 연구윤리 승인, 그리고 저자 전원의 동의를 명시합니다.
  •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 전체를 한 페이지 이내로 다듬고, 저널의 투고 규정이 요구하는 커버레터 항목과 다시 대조합니다.
가상 시나리오: 보건학 분야의 한 신임 조교수는 SCIE 학술지 두 곳에서 연달아 데스크 리젝을 받았습니다. 두 번 모두에서 심사의견서를 받지 못했고, 저널이 추구하는 목적과 범위와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짧은 사유만 담겨져 있었습니다. 조교수는 세 번째로 논문을 투고하기 전에 커버레터를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초록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두 문단을 삭제하고, 타겟 저널이 지난 2년 사이에 출판한 자신의 연구와 관련되는 2편의 논문을 지목하면서 본 원고가 그 결과의 공백을 다룬다는 문장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에서 나타난 핵심적인 발견은 첫 문단의 둘째 문장으로 올렸습니다. 세 번째 저널에서 투고한 원고는 외부심사 과정에 진입하였고, 두 차례의 수정을 거친 후에 게재 확정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본문의 내용은 세 번의 투고 과정에서 수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한 페이지 짜리의 커버레터 뿐이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프라임이 경험한 실제 상황을 참고하여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결론

커버레터를 투고하기 직전에 급하게 쓰는 것은 작성의 순서만 놓고 본다면 무척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그러나 투고한 뒤에 읽히는 순서는 반대입니다. 에디터는 커버레터를 먼저 읽고, 투고한 논문의 원고를 심사위원들과 만나게 해 줄지를 결정합니다.

관련 문헌으로부터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데스크 리젝을 당하는 원인의 상당수는 커버레터에서 드러나는 기여점이 명확하지 않고, 반면에 채택을 부르는 이유는 문제의 중요성과 시의성이 커버레터에 선명하게 드러난 다는 점입니다. 커버레터는 논문의 원고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에디터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대화의 자리입니다. 과연 에디터를 설득할 수 있을지, 혹은 할 수 없을지의 성패는 바로 원고의 내용을 모두 쓴 뒤의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결정됩니다. 커버레터는 반드시 ‘이 연구가 밝힌 것’ 한 문장, ‘반드시 이 저널이어야 하는 이유’ 한 문장, 그리고’이 발견으로 달라지는 것’ 한 문장을 한 페이지에 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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