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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팁과 전략

논문 속의 연구자: 1인칭 저자 지칭은 겸손과 학술적 존재감 사이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작성자
이두영 박사
등록일

8개 학문 분야에서 출판된 240편의 논문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저자 자신을 직접 드러내는 표현은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편당 평균 33.6회, 이공계열에서 11.9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인칭 저자의 사용 여부는 해당 연구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담화 관행(discourse convention)에서 비롯된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연구자의 독창적인 기여를 드러내야 하는 핵심적인 장면에서는 연구자의 주체를 선명하게 밝히는 것이 논문심사 통과에 유리합니다.

논문 속의 연구자 ㅡ 1인칭 저자 지칭은 겸손과 학술적 존재감 사이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이 글의 순서 6개 항목
  1. 학술 논문에서 연구자 자신의 존재는 정말 배제되어야 하는가?
  2. 학문 분야별 저자 지칭에 관한 관행의 차이와 인식론적인 배경
  3. 학위논문 연구자가 1인칭 사용을 기피하는 원인과 그 학술적인 비용
  4. 전략적으로 저자 지칭을 완성하는 5단계 절차
  5. 자주 묻는 질문 (FAQ)
  6. 결론

대학원에 입학하고 연구를 시작하면 거의 모든 연구자가 “학위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에서는 ‘나(I)’와 같이 1인칭 저자를 지칭하는 표현을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지도를 받습니다. 연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개인의 주관적인 목소리를 문장 뒤로 철저히 숨겨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조언입니다.

하지만 권위 있는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들 역시 이러한 전통적인 조언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까요? 응용언어학자인 켄 하일랜드(Ken Hyland) 교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었습니다. 그는 8개의 주요 학문 분야에서 발표된 240편의 논문을 전수 조사하였는데, 논문 저자가 문장 내에서 자신을 직접 가리키는 표현(self-mention)의 빈도를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분석 결과에서 나타난 패턴은 연구자들의 생각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출판된 논문에서는 저자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이 논문 한 편당 평균 33.6회나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의 주체적인 목소리는 배제되기는커녕 논문의 핵심 국면마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반면, 이공계열 분야의 논문에서는 저자를 지칭하는 빈도는 편당 평균 11.9회에 그쳤습니다. 즉, “1인칭을 쓰지 말라”는 지도가 절대적인 진리였던 것이 아니라, 지식을 창출하고 정당화하는 학문 분야의 특성에 따라 저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과 관행이 근본적으로 달랐던 것입니다.

학술 논문에서 연구자 자신의 존재는 정말 배제되어야 하는가?

Hyland(2001)는 기계공학, 전기공학, 물리학, 미생물학의 4개 이공계열 분야와 마케팅, 철학, 사회학, 응용언어학의 4개 인문 및 사회과학 분야를 포함한 총 8개 학문 분야에서 240편의 연구 논문을 수집했습니다. 연구진은 1인칭 인칭대명사(I, me, my, we, us, our)와 자신이 출판한 선행 논문을 직접 언급하는 자기인용을 포함하여 저자 지칭 표현의 빈도를 계량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의 교수 및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1인칭을 채택한 동기를 추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연구의 결과는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 표현이 문장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흔들었습니다. 저자를 드러내는 언어적인 표기는 학술 논문에서 배제되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논문의 논리적인 설득력을 극대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Hyland(2001)는 저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연구자의 학술적인 기여도를 부각하기 위한 고도의 수사적 장치(rhetorical device)’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가 기존 학계의 성과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가치를 지닌다고 강력히 주장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그 주장이 동료 심사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논의하였습니다. 과도한 겸손만으로는 자신의 연구가 이룬 독창적인 성과를 입증할 수 없고, 일방적인 과시만으로는 학계의 비판적인 검증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문장 내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적절히 드러내는 행위는 바로 이 ‘겸손’과 ‘학술적 기여의 강조’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잡는 지적 선택입니다.

학문 분야별 저자 지칭에 관한 관행의 차이와 인식론적인 배경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혀진 학문 분야 간의 격차는 상당히 뚜렷하였습니다. 논문 한 편당 등장하는 저자 지칭 표현의 평균 횟수는 인문 및 사회과학 분야가 33.6회로, 이공계열 분야의 11.9회에 비해 약 3배에 달했습니다.

세부 전공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극명해집니다.

  • 인문 및 사회과학 분야: 마케팅(38.2회), 철학(34.5회), 응용언어학(32.3회), 사회학(29.4회) 순으로 저자를 직접 지칭하는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 이공계열 분야: 물리학(17.7회), 생물학(15.5회), 전기공학(11.6회)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기계공학은 논문 한 편당 평균 2.6회에 불과했습니다.

사용되는 대명사의 형태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었습니다. 이공계열 논문에서는 단수 1인칭 주어인 ‘I’의 사용이 사실상 없는 반면에, 인문 및 사회과학 논문에서는 단독 저자 논문을 중심으로 ‘I’가 1편당 평균 12회 이상 빈번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복수 주어인 ‘We’의 경우 양쪽 학문 영역 모두에서 폭넓게 통용되었습니다.

이러한 현격한 격차는 각 학문 분야가 지식을 생산하고 검증하는 인식론적 메커니즘(epistemology)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통제된 실험과 정량적인 측정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바뀌어도 동일한 재현성을 확보해야 하는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서는, 연구자 개인의 주관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동태(passive voice)를 선호하며 저자가 문장 뒤로 물러납니다.

반면, 텍스트에 대한 해석과 비판적인 논증, 이론적 틀의 정립이 연구 성과의 핵심을 이루는 인문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누가 어떠한 학술적인 관점과 전제 하에 그 해석을 도출했는가’가 결과의 타당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따라서 연구자의 학문적인 주체성을 문장에 직접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학술적 엄밀성을 강화하는 표준적 관행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 단, 이는 영문 논문의 기준이며, 국문 논문에서는 “본 연구는”, “필자는”이라는 표현이 1인칭 대명사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학위논문 연구자가 1인칭 사용을 기피하는 원인과 그 학술적인 비용

Hyland(2002)는 학술적 글쓰기 초심자들의 텍스트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홍콩 학부생들의 학위논문 64편을 전수 분석하고 지도교수 및 학생들과 심층 인터뷰를 수행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학위과정생들은 기성 전문 연구자들에 비해 저자를 지칭하는 표현을 극단적으로 적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핵심 연구문제를 규명하거나 분석 결과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결정적인 대목에서조차 1인칭 표현을 철저히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밝힌 회피의 주된 원인은 “스스로 학계 내에서 확고한 학술적 권위(authority)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은 배우는 입장의 대학원생이 감히 ‘나’를 주어로 내세워 학술적 판단을 단언하기에는 심리적인 위축감이 컸던 것입니다.

그러나 문장에서 연구자의 주체를 지우고 무조건적인 수동태나 3인칭 관용구 뒤로 숨는 서술은 언뜻 겸손해 보일 수 있으나, 심사 과정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대가를 수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논문에서 연구자가 새로이 기여한 독창적 성과가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이 모호해지기 때문입니다.

선행연구의 문헌 요약과 연구자 본인의 독창적인 연구가설과 주장이 동일한 수동형 문체(“~로 나타났다”, “~로 확인되었다”)로 평이하게 나열된다면, 심사위원은 어디까지가 기존 학자들의 견해이고 어디부터가 연구자 본인의 새로운 발견인지를 식별하기 어렵게 됩니다. 학술 논문에서 저자 지칭은 자신의 자아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선행연구자들의 기존 결론’과 ‘본 연구가 새롭게 밝혀낸 지적 영역’을 명확히 분리하는 핵심적인 경계 설정 장치입니다.

전략적으로 저자 지칭을 완성하는 5단계 절차

논문에서 연구자의 주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학술적 가치를 유지하는 5단계 작성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타겟 학술지에서 드러나는 저자 지칭의 관행을 벤치마킹: 논문을 투고하고자 하는 타겟 학술지에서 최근 출판된 5편의 논문을 선별하여, 본문에서 저자를 드러내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몇 회나 등장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만약 국문 논문이라면 “본 연구는”, “연구자는”, “필자는”의 빈도를 확인하고, 영문 논문이라면 I, We, Our의 사용 양상을 분석하여 해당 저널 편집위원회가 수용하는 기준선을 파악합니다.
  2. 저자를 반드시 드러내야 하는 4대 핵심 위치 지정: 다음의 네 영역에서는 주어를 생략하지 말고 연구자의 주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 연구 목적 선언: “본 연구는 원격 근무 환경에서의 직무 스트레스가 이직 의도에 미치는 매개 효과를 평가한다.”
    • 방법론적인 선택 근거를 제시: “관련한 선행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횡단적 설문조사가 아닌 3회차에 걸친 종단 패널 추적 설계를 채택하였다.”
    • 분석 결과의 독창적인 해석: “이러한 이중 경로의 차이에 근거하여, 본 연구자는 구성원의 공정성 인식이 조직 몰입보다 이직 의도에 더 강력한 선행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해석한다.”
    • 학술적 및 실무적인 기여도 강조: “본 연구가 기존 조직관리 문헌에 제공하는 차별화된 학술적인 공헌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3. 저자 표시를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객관적 사실 영역 분리: 실험 및 조사 절차와 같이 기록이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고할 때에는 저자를 문장에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설문지는 3주에 걸쳐 온라인으로 배포되고 회수되었다” 또는 “회귀모형의 적합도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와 같이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하는 수동형 평서문으로 서술해야 문장의 산만함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4. 저자를 지칭하는 어휘의 일관된 통일: 한 편의 논문 안에서 저자를 가리키는 호칭이 무분별하게 혼용되면 글 자체에서 신뢰도가 저하됩니다. 국문 학위논문에서는 “본 연구는”을 표준 주어로 일관되게 채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문맥에 따라 “본고는”, “연구자는”, “필자는”이 교차되어 기술되지 않도록 단일 표현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5. 지도교수의 지도 성향 및 공식 투고 규정을 교차 확인: 특정한 학문 분야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관행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은 소속 학과 지도교수의 지도 철학과 학술지의 공식 투고 규정(author guidelines)입니다. 규정이나 심사위원이 1인칭 사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요구한다면, 저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를 사용하는 대신 “본 연구는”을 능동형 문장의 주어로 전면에 세우는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논문속의 '나' ㅡ 1인칭 저자 표시
가상 사례: 경영학 석사과정생의 학위논문 주어 전면 개선 과정

경영학 석사학위과정의 연구자 A씨는 조직행동론 분야의 학위청구논문 초고를 작성하여 지도교수에게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도교수로부터 “논문 전체가 수동태(passive)로만 작성되어 있어, 학생 본인이 무엇을 독창적으로 연구했고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저자의 목소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A씨는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본문 내에서 저자를 지칭하는 주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문장이 “~로 나타났다”, “~로 확인되었다”, “~로 사료된다”와 같은 수동형 어미로 종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선행연구를 요약한 문장과 본인이 설계한 연구가설의 독창적인 해석이 동일한 문체 속에 섞여 있었습니다.

연구자는 전공 분야를 대표하는 KCI 등재 학술지 논문 5편을 분석하였습니다. 이들 논문에서는 “본 연구는”이라는 능동형 주어가 편당 평균 9회에서 12회에 걸쳐 핵심적인 국면마다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A씨는 논문의 서론과 결론 챕터를 검토하였습니다. 연구의 목적을 선언한 곳 2곳, 연구방법론 사용에 관한 문헌적 근거를 밝힌 곳 3곳, 연구결과와 해석 4곳, 그리고 시사점을 강조하는 2곳 등 총 11개 핵심 문장에 “본 연구는”이라는 주어를 내세우고 능동형 서술로 전환하였습니다. 반면에, 데이터 수집 기간과 통계분석 결과를 보고하는 곳에서는 수동태 형태로 서술된 문장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수정본을 확인한 지도교수는 “이제야 비로소 연구자의 학문적인 주체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논문이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된다”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본 사례는 학위논문 컨설팅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학위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에서 1인칭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까?

A.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8개 분야에서 출판된 240편의 논문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인문 및 사회과학 논문에서는 1편당 평균 33.6회의 저자 지칭 표현이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1인칭 표현은 금기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가 속한 학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관행에 따라 전략적으로 구사해야 하는 수사적 선택입니다.

Q. 한글(국문) 논문에서는 저자를 드러낼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까?

A. “본 연구는”을 능동형 문장의 주어로 채택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학술적인 표준입니다. 인문학 계열에서는 “필자는”이나 “연구자는”도 널리 사용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호칭의 일관성입니다. 한 논문 내에서 “본 연구”, “필자”, “본고”가 혼용되지 않도록 단일한 표현으로 통일하여 집필해야 합니다.

Q. 논문 본문에서 저자의 주체성을 반드시 드러내야 하는 구체적인 위치는 어디입니까?

A. 크게 네 곳입니다. ① 서론에서 연구의 목적과 범위를 서술할 때, ② 연구방법론에서 특정한 연구 설계나 표본의 샘플링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관한 당위성을 밝힐 때, ③ 논의 챕터에서 연구 결과에 대한 독창적인 학술적 의미를 해석할 때, ④ 결론 챕터에서 본 연구가 학계와 실무에 미치는 차별화된 공헌도를 강조할 때입니다. 이 네 영역에서 저자가 주어로 등장하지 않으면 논문의 독창성이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Q. 논문 전체를 수동태(“~로 확인되었다”)로만 일관되게 서술하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합니까?

A. 선행연구의 문헌 고찰 내용과 연구자 본인의 독창적인 학술적 주장이 동일한 톤으로 나열되어 문맥상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심사위원은 어디까지가 기존 학자들의 연구 성과이고 어디부터가 본 연구의 새로운 기여인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객관적인 사실과 절차를 서술할 때는 수동형이 적합하지만, 해석과 주장이 개진되는 자리에는 반드시 명확한 주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Q. 단독 저자로 작성하는 학위논문이나 1인 저자 논문에서 복수 대명사 ‘We’를 사용해도 무방합니까?

A. 소속 학문 분야의 관행에 따라 상이합니다. 자연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는 단독 저자라 할지라도 연구 공동체나 독자와의 ‘학술적인 동행’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관행적으로 We를 빈번하게 사용합니다. 하일랜드의 조사에서도 이공계열 논문에서는 단수 I가 전무했던 반면 We는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인문 및 사회과학 영역에서 단독 저자의 논문에서는 I를 명확히 사용하거나, 국문 논문의 경우 “본 연구는”으로 기술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Q. 지도교수나 학과 심사위원이 1인칭 사용을 완강하게 거부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A. 지도교수가 추구하는 방침을 최우선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다만 지도교수가 ‘나’라는 인칭대명사를 배제하라고 요구하더라도 주어 자체를 생략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을 지칭하는 대신 “본 연구는”을 문장의 주어로 전면에 세워 능동형 문장(“본 연구는 ~라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하였다”)을 구성하면, 1인칭 대명사를 직접 쓰지 않으면서도 연구자의 학술적인 주체성과 기여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론

논문에서 연구자 자신의 흔적을 무조건 지워야 한다는 오래된 주장은 오늘날의 학술 담화에서 관찰되고 있는 관행과는 어긋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자를 지칭하는 표현은 자신의 연구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타인의 연구와 나의 연구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연구자의 고유한 공헌을 학계에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경계 설정의 장치’입니다. 반복 실험을 통해 동일한 객관적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공학 분야에서는 연구자가 문장의 뒤로 물러서지만,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논증해야 하는 인문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연구자가 문장의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관점을 당당하게 내세워야 합니다. 학위과정생들이 1인칭 사용을 기피하는 현상은 겸손의 미덕이 아니라, 학술적 권위의 결여에서 비롯된 불안감의 반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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