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작성의 과정에서 사용하는 헤지(hedge) 표현은 확신이 부족해서 모호하게 쓰는 단어가 아닙니다. 응용언어학 문헌 분석에 따르면, 헤지는 실증적인 근거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주장함으로써 심사위원의 반박 여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정교한 설득 장치입니다. 실증 데이터의 강도와 주장의 수위를 일치시키는 것이야말로 학술적 글쓰기의 핵심 기술입니다.
이 글의 순서 6개 항목
1953년 4월, 세계적인 과학 저널 Nature에 게재된 단 두 쪽 분량의 논문 한 편이 현대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로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발표한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 논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위대한 논문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DNA 구조 자체를 설명한 대목이 아니라, 논문 말미에 배치된 극히 조심스러운 문장입니다. 두 학자는 자신들이 발견한 염기쌍 구조가 유전물질의 복제 방식을 시사한다고 서술하였는데, 그 문장의 앞에 “우리의 주의를 벗어나지 않았다(It has not escaped our notice)”라는 매우 완곡한 표현을 배치했습니다. 유전에 관한 오랫동안의 비밀을 마침내 풀었다고 단정적으로 선언할 수도 있었던 역사적 순간에, 이들은 오히려 ‘가능한 하나의 복제 기제(a possible copying mechanism)’라는 극도로 조심스러운 어휘를 선택한 것입니다.
훗날 프랜시스 크릭은 이 문장이 두 저자 간의 치밀한 타협의 산물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발견에 대한 최초의 우선권은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데이터로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지나친 추측과 단정은 피하자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처럼 학술 논문에서 주장의 수위를 실증적인 근거(empirical evidence)에 맞게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언어적 기법을 응용언어학에서는 ‘헤지(Hedge)’라고 부릅니다.
헤지 표현이란 무엇인가?
학술적인 맥락에서 헤지란 연구자가 자신이 전개하는 주장에 대한 ‘책임의 범위와 단정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언어적인 완충 장치를 의미합니다. 영문 논문에서는 대표적으로 조동사(may, might, could), 추정 동사(suggest, appear, tend to), 가능성 부사(likely, possibly) 등이 대표적인 헤지 표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국문 논문에서는 “~로 보인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와 같은 우회적인 종결 어미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일상어의 관점에서 이들의 표현들은 주장의 선명성을 떨어뜨리고 연구자의 확신을 약화시키는 회피적인 수단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술 담화 분석(academic discourse analysis)을 다루는 연구 분야의 결론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응용언어학자인 Hyland(1996)는 26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 논문을 문장 단위로 해체-분석하고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을 심층 면담했습니다. 그 결과, 헤지 표현은 불확실성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학술 논문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으로 불가결한 수사적(rhetorical) 요소’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헤지를 적절히 구사할 때 연구자는 자신의 발견을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그리고 동료 학자들이 내세우는 기존 견해를 존중하는 세련된 방식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즉, Hyland(1996)는 헤지 표현을 사용하는 목적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학계로부터 공식적인 승인을 얻어내는 강력한 ‘설득의 도구’로 규정하였습니다.
- Hyland, K. (1996). Writing without conviction? Hedging in science research articles. Applied Linguistics, 17(4), 433–454. https://doi.org/10.1093/applin/17.4.433
헤지는 논문에서 어떠한 전략적 기능을 수행하는가?
Hyland(1996)의 후속 연구에 따르면, 학술 논문에서 헤지는 크게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합니다.
- 정확성 확보 (accuracy): 분석을 통해 확보된 객관적인 자료 범위와 연구자의 언어적 서술을 정확히 일치시키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서, 단일 시점의 설문조사를 통해 ‘상관관계’만을 확인했음에도 논문에 “A가 B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인과적으로 단정한다면, 이는 데이터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방법론적인 오류입니다. 반면 “A와 B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헤지를 적용하여 서술하면, 문장의 의미와 데이터의 한계가 완벽히 부합하게 됩니다. 이때의 헤지는 연구자의 겸손이 아니라 엄밀한 과학적 ‘정확성’ 그 자체입니다.
- 사전 방어 (anticipatory defense): 헤지는 동료 심사자(peer reviewer)나 독자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잠재적인 반박을 선제적으로 흡수합니다.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단정적인 문장은 단 하나의 반례(counter-example)만으로도 논리 전체가 무너집니다. 그러나 조건부 부사나 추정 동사가 결합된 문장은 이미 예외적인 상황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논리적인 붕괴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심사위원이 비판할 만한 취약점을 연구자가 먼저 인식하고 방어선을 구축해 두는 매우 전략적인 행위입니다.
- 학술적 관계 조율 (politeness & negotiation): 새로운 학술적 주장은 필연적으로 동료 연구자들의 기존 패러다임이나 과거의 결론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헤지 표현은 자신의 새로운 발견을 절대적인 진리나 최종 발견이 아닌, 학계의 논의를 구하는 ‘정중한 제안’의 형태로 제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기존 학계의 권위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습니다.
- Hyland, K. (1996). Talking to the academy: Forms of hedging in science research articles. Written Communication, 13(2), 251–281. https://doi.org/10.1177/0741088396013002004
논문 작성에서 비원어민 연구자가 겪는 헤지 사용의 구조적인 어려움
모국어가 아닌 영문으로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비원어민 연구자에게 헤지 표현의 적절한 구사는 특히 도달하기 어려운 고차원적 영역입니다.
Hyland & Milton(1997)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국 학생들과 중국 광동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홍콩 학생들의 영문 학술 답안 900편을 계량적으로 비교하였습니다. 두 집단 모두 답안지 내에서 헤지 표현을 사용하는 총 빈도수는 유사했습니다. 그러나 헤지를 구사하는 질적인 방식에는 뚜렷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원어민 학생들은 사용할 수 있는 헤지 어휘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맥락과 무관하게 몇몇 익숙한 추측성의 단어(예: maybe, I think)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실증적 근거의 강도나 학문적인 상황에 맞추어 주장의 수위를 미세하게 조절(fine-tuning)하는 능력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드러냈습니다.
Hyland & Milton(1997)의 연구결과는 연구자의 영어 어휘력 부족에서 비롯된다고는 해석할 수 없습니다. 특정한 학문적인 맥락에서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수위가 용인되는지는 사전적인 정의가 아니라 ‘해당 학문 분야의 담화 관행(disciplinary convention)’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영한사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투고하고자 하는 타겟 학술지의 최근 게재 논문들을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논의(discussion) 챕터에서 원어민 저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헤지적인 동사와 부사를 조합하여 사용하는지를 관찰하고 모방하는 것입니다.
- Hyland, K., & Milton, J. (1997). Qualification and certainty in L1 and L2 students’ writing. Journal of Second Language Writing, 6(2), 183–205. https://doi.org/10.1016/S1060-3743(97)90033-3
근거의 강도에 맞춰 연구자 주장의 수위를 조절하는 5단계 절차
연구의 결과를 해석하고 학술적 의미를 부여하는 ‘논의’ 챕터에서 표현의 강도와 문장의 수위를 일치시키는 5단계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문장별 논리적 근거(source)의 출처 식별: 논의 챕터에 작성된 모든 문장을 해체한 후에, 각 문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① 통계 분석 결과인지, ② 인용된 선행연구의 결론인지, 또는 ③ 연구자 본인의 주관적인 해석인지를 명확하게 분류합니다.
- 방법론적인 한계를 초과한 ‘인과적 단정’의 교정: 통제된 실험 설계(experimental design)가 아닌, 단일 시점의 횡단적 설문 조사(cross-sectional survey)를 바탕으로 “A가 B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인과관계를 단정한 문장을 탐색합니다. 이 위치가 바로 헤지를 적용하여 주장의 수위를 낮추어야 하는 핵심적인 위치입니다. 해당 문장은 반드시 “A와 B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나타났다” 또는 “A가 B를 예측하는 유의한 요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로 수정해야 합니다.
- 주관적 해석에 대한 언어적 명시: 데이터가 직접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현상의 이면을 연구자의 논리로 추론할 때는 반드시 해석적인 헤지를 덧붙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러한 집단 간 차이는 사회적 지지망의 결핍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can be interpreted as)”와 같이 표기하고, 엄밀한 데이터의 영역과 연구자의 해석 영역을 심사위원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역방향 오류 점검 (과도한 헤지 남용 방지): 헤지 표현이 문장에 과도하게 중첩되면 연구자의 학술적인 주장 자체가 증발해 버립니다. 통계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된 유의미한 결과에까지 기계적으로 “~일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와 같은 이중 완곡어법을 사용한다면, 심사위원은 저자가 본인의 데이터조차 확신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데이터의 분석 결과가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사실은 단호한 평서문으로 명확하게 선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투고 대상 학술지의 헤지 관행을 벤치마킹: 타겟 학술지에 최근 게재된 5편의 논문을 선별한 후에, 저자들이 논의 챕터에서 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동사와 부사(예: indicates, suggests, tends to)를 목록으로 정리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하는 세부적인 학문 분야가 허용하는 주장의 적정 수위와 표준적인 학술 수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가상 사례: 간호학 박사과정생의 논의 챕터 전면 수정 과정 간호학 박사과정생으로 재학 중인 A씨는 학위논문의 드래프트를 완성하고 논문 예비 심사를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단의 비판은 논의 챕터에 포함된 단 하나의 문장에 집중되었습니다. 바로 “간호사의 열악한 교대 근무 환경이 직무 소진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서술한 대목이었습니다. A씨의 연구는 특정한 시점에 설문지를 배포하여 데이터를 수집한 횡단적 조사 연구의 특징을 가집니다. 이 연구 설계로는 두 변수 간의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는 있으나, 어느 변수가 선행하는 원인인지(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연구 설계의 한계를 무시하고 인과관계를 단정한 A씨의 서술 방식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즉시 논의 챕터에서 서술한 내용들을 전면적으로 체크하였습니다. 논의 챕터에서 서술된 32개의 주요 문장을 근거별로 해체하였는데, 이 과정을 통해 연구결과가 입증할 수 없는 인과성(causality)을 단정적으로 서술한 7개의 문장을 발견하였습니다. A씨는 이 문장들을 모두 “유의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은 “~와 정적인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로 수정하였습니다. 더불어,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추론하는 문장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는 ~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는 명시적인 헤지를 추가하였습니다. 반면, 효과의 크기(effect size)가 매우 강력하게 나타난 2개의 연구가설 검증 결과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덧붙였던 추측성 헤지를 제거하고 명확한 선언적 문장으로 수정했습니다. (본 사례는 논문 통계 및 연구방법론 컨설팅 사례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헤지(hedge)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 연구자가 본인의 연구 결과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지 않습니까?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응용언어학 문헌이 증명하였듯이, 학술적 헤지는 실증적인 근거가 뒷받침하는 한계선까지만 주장을 전개하는 고도의 논리적인 통제 기술입니다. 오히려 데이터의 검정력을 초과하여 무리하게 단정적인 서술을 남발하는 것이야말로,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연구자의 방법론적인 전문성과 분석적 판단력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Q. 한글(국문) 논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표현들이 헤지의 역할을 수행합니까?
A. 영문의 ‘may, suggest, tend to’에 상응하는 국문 헤지 표현으로는 “~로 해석할 수 있다”, “~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일 여지가 있다” 등이 있습니다. 이들 표현은 주장의 단정적인 성격을 완화하고 심사자의 반론 가능성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Q. 논문의 어느 챕터에서 헤지 표현을 주로 사용해야 합니까?
A. 주로 ‘논의’와 ‘결론’ 챕터에서 집중적으로 활용됩니다. 이 챕터들은 연구결과의 학술적인 의미를 추론하고 기존 선행연구와 비교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연구의 방법’이나 ‘연구의 결과’ 챕터에서는 헤지 사용을 엄격하게 지양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실험하였고 어떤 통계 수치가 나타났는지는 객관적인 사실의 기록입니다. 따라서 “측정하였다”, “분석하였다”, “p값이 .05 미만으로 나타났다”와 같이 확정적인 평서문으로 단호하게 서술해야 합니다.
Q. 방어를 위해 모든 문장에 헤지 표현을 덧붙이는 것이 안전합니까?
A. 명백한 오류입니다. 모든 문장이 완곡한 추측으로 뒤덮이면 독자는 그 연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입증하였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되며, 따라서 연구결과가 제공해야 하는 학술적인 기여도(contribution) 자체가 소멸합니다. 특히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나 통계적으로 명백하게 뒷받침된 사실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헤지를 배제하고 확고한 표현을 사용하여 연구의 성과를 명확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Q.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과관계(영향을 미쳤다)’를 단정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조건은 무엇입니까?
A.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통계적 수치가 아니라 ‘연구 설계’가 결정합니다. 통제집단을 설정하고 무작위 배정을 수행한 엄격한 실험 연구, 그리고 시차를 세팅하고 변수의 값을 측정한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 설계에서만 인과성을 단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특정한 시점에 설문지를 배포하여 데이터를 수집한 횡단적 관찰 연구(cross-sectional study)를 통해서는 아무리 회귀분석의 결과로부터 계산된 p값이 유의하더라도 인과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영향력이 확인되었다” 수준의 헤지를 적용해야만 합니다. 설계의 수준을 초과하는 결론을 헤지로 덮으려 하지 말고, 애초에 설계의 한계에 부합하는 정직한 문장을 쓰는 것이 학술적인 원칙입니다.
Q. 심사위원이 논문에서의 주장이 너무 소극적이고 약하다고 비판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A. 비판이 어느 구체적인 문장을 겨냥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데이터가 충분한 통계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연구자가 지나친 겸손으로 불필요한 헤지를 남용했다면, 연구자 주장의 수위를 자신 있게 높여 수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심사위원이 연구 설계가 가지는 한계(예., 횡단 연구)를 무시하고 인과적인 단정과 같은 무리한 주장을 강요한 것이라면, 수정 답변서에 “본 연구의 설계적 한계를 고려할 때 인과적인 단정은 방법론적 오류를 범할 위험이 있으므로, 현재의 제한적인 해석을 유지하는 것이 학술적인 타당성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라고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방어해야 합니다.
결론
대표적으로 ‘아마도(maybe)’를 사용하는 헤지 표현은 결코 연구자의 확신이 부족하거나 비판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언어가 아닙니다. 헤지는 연구자가 자신의 학술적인 주장을 가장 정확하고 정교하게 표현하여 엄격한 학계의 승인과 인용을 이끌어내려는 고도의 ‘수사적(Rhetorical)인 설득 장치’입니다. 헤지는 통계 데이터가 보여주는 객관적인 한계와 연구자의 주관적인 문장을 엄밀하게 일치시키는 ‘정확성’을 담보하며, 잠재적인 반박의 여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어막’을 형성하고, 또한 동료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기존의 결론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 ‘관계 조율’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비원어민 연구자는 이러한 학술 담화의 미묘한 수위 조절에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타겟 학술지에 게재된 원어민 저자들의 논문에서 논의 챕터에서 사용되는 동사와 서술 어미들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벤치마킹입니다. 다만, 방어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명백하게 나타난 연구 결과마저 모호한 추측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