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논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통독하도록 작성된 글이 아닙니다. 문헌고찰 과정에 필요한 특정한 정보(예., 측정도구, 통계분석 결과, 이론적 근거 등)를 선별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격화된 일종의 기술 문서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연구 목적에 합당한 논문을 읽으면서 그 순서와 깊이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방대한 양의 선행문헌을 단기간 내에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순서 8개 항목
논문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cover-to-cover reading)하는 데에는 최소 1-2시간이 소요됩니다. 만약 100편의 논문을 읽는다면 최소한 10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만약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연구자라는 논문 1편을 읽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큰 부담입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문헌고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논문의 문서적인 특징과 독해 방식에서 비롯되는 오해를 이해해야 합니다. 소설이나 교과서는 저자의 서사적인 전개에 따라 차례로 읽어야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술 논문은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과 그 구조가 전혀 다른 문서입니다. 학술 논문은 연구의 전 과정을 표준화된 규격(IMRAD: 서론, 연구방법, 연구결과, 논의)에 맞추어 기술한 일종의 기술 보고서입니다. 독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나 논리적인 근거만을 검색하여 얻을 수 있도록 각 챕터가 모듈(module) 단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논문을 서론부터 결론까지 기계적으로 통독한다면 정보 습득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서, 주요 변수에 관한 측정도구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의 방법’ 챕터만을 선별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가설의 채택 여부는 ‘연구의 결과’ 챕터에 등장합니다. 결국 논문을 독해하는 본질은 연구자의 목적에 합당한 정보가 수록된 위치를 전략적으로 먼저 선별해서 확인하는 ‘읽는 순서의 최적화’에 있습니다.
연재글 순서
- 학술 데이터베이스의 지도: 선행연구의 논문은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 검색어 설계의 기술: 학술 문헌 검색을 위한 검색식(search query) 설계와 키워드 조합의 전략
- 검색의 확장: 한 편의 키페이퍼(key paper)에서 수십 편의 선행연구로 시야를 넓히는 추적 기법
- 핵심문헌의 선별 전략: 방대한 선행연구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스크리닝 기법
- 논문을 읽는 순서: 수백 편의 문헌을 읽지 않고 파악하는 발췌독(拔萃讀)의 기술
- 문헌분석 매트릭스: 방대한 선행연구에서 연구 공백(Research Gap)을 찾아내는 분석 도구
- 서지관리 프로그램: 수백 편의 논문을 관리하는 도구
- 참고문헌 목록의 작성과 검증: 서식의 일관성과 본문-목록 1:1 대응 프로토콜
- 문헌고찰의 업데이트: 최신 선행연구의 관리와 심사 대비를 위한 전략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인 이유
논문을 이루는 물리적인 구조는 ‘서론 -> 이론적 배경 -> 연구의 방법 -> 연구의 결과->> 논의 및 결론’입니다. 이 구성은 연구가 체계적으로 수행된 논리적인 절차를 보여주기 위한 ‘보고의 체계’일 뿐, 독자가 정보를 탐색하는데 편의를 고려한 ‘독해의 순서’는 아닙니다.
논문을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정독하면 연구의 당위성을 서술한 서론부터 읽게 됩니다. 독자는 이 단계에서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합니다. 그 결과 측정도구의 출처나 통계분석의 결과가 제시된 연구방법과 결과 챕터에 도달하기 전에 집중력이 소진됩니다. 결국 논문 전체를 읽고도 자신의 연구에 인용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논문의 독해는 저자가 서술한 흐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통독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별하여 추출하는 능동적인 탐색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논문의 구성 요소와 각 영역의 학술적인 용도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창고의 어느 상자에 무엇이 보관되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논문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표 1.은 논문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영역과 그 쓰임새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표 1. 논문의 구성(IMRAD)에 따른 핵심정보와 논문 작성에서의 쓰임새
| 논문의 구성 (IMRAD) | 핵심 정보 | 논문 작성에서의 쓰임새 |
|---|---|---|
| 초록 | 연구의 목적, 연구의 방법, 연구의 결과를 핵심적으로 요약 | 이 논문을 내 컴퓨터에 저장할지 휴지통에 버릴것인지를 선별하는 관문 |
|
서론 및 이론적 배경 (제1장, 제2장) |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변수의 개념적인 정의, 연구가설의 설계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와 선행연구의 연구결과 | 변수의 최초 개념적인 정의를 인용하거나, 논문의 서론 논리를 구축할 때 참고 |
| 연구의 방법 | 표본의 규모와 특성, 측정도구의 출처, 통계분석 기법 | 설문도구의 출처 |
| 연구의 결과 | 기술통계량 테이블,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 테이블, 회귀분석 및 구조방정식모형 분석의 결과 테이블 | 변수간의 영향력 방향(+, -)과 유의성을 문헌적인 근거로 인용할 때 활용 |
| 논의 및 결론 | 결과의 해석, 연구의 제한점과 향후 제언 | 연구 공백(research gap)을 발견하여 차별성을 정당화 |
경험이 많지 않은 연구자가 놓치는 곳은 논의 및 결론 챕터에서의 마지막 문단, 즉 연구의 한계와 추후 연구방향입니다. 이 곳은 논문의 저자가 다른 연구자를 위해 연구 공백(research gap)을 풀어놓는 곳입니다. 새로운 연구주제를 삼기에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며, 또한 학위논문의 주제나 연구가설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연구의 한계점을 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게시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짜 ‘연구의 한계’ vs. 진짜 ‘연구의 한계’: 논문에서 올바른 ‘연구의 한계점’ 작성 방법
목적에 따른 3단계 독해법: 훑기, 골라 읽기, 깊이 읽기
만약 100편의 논문을 확보하였다면 각 논문이 연구목적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순위를 분류해야 합니다. 그리고 순위에 따라 투입하는 시간과 독해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1단계: 훑어 읽기(skimming), 1편당 3-5분
- 대상: 검색을 통해 방금 확보한 논문
- 읽는 부분: 초록과 결론의 첫 문단
- 목적: 두 가지만을 확인합니다. 논문이 다루는 주제가 본인의 주제, 연구모형과 변수와 일치하는지 여부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가설과 유사하거나 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는지의 여부입니다. 이를 근거로 보존 또는 폐기를 결정합니다.
2단계: 골라 읽기(scanning), 1편당 10-20분
- 대상: 1단계를 통과해서 인용할 가치가 있는 30-50편
- 읽는 부분: 당장 필요한 특정한 영역만을 선별해서 읽습니다.
- 측정도구의 구성과 출처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연구의 방법’ 챕터를 확인합니다.
-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연구의 결과’ 챕터에 등장하는 회귀분석(또는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 결과 테이블과 이를 해석한 문장을 읽습니다.
- 서론에 인용할 근거가 필요하다면 ‘이론적 배경’의 챕터를 빠르게 훑으며 인용문과 인용한 논문을 수집합니다.
- 목적: 논문의 모든 맥락을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의 연구에 필요한 자료, 인용문, 설문 문항만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문헌고찰에 투입하는 시간의 80%를 이 단계에 투입합니다.
3단계: 깊이 읽기(deep reading), 1편당 1-2시간
- 대상: 수집한 논문 중에서 자신의 연구모형과 접근하려는 방법론과 가장 유사하여 벤치마크의 대상으로 선정할만한 2-3편의 핵심 논문입니다.
- 읽는 부분: 서론의 첫 문장부터 결론의 마지막 문장까지 논문 전문을 정독하고, 본문이 인용한 참고문헌를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 목적: 논리의 전개 구조와 테이블의 배치 양식, 통계분석 결과의 해석 흐름과 순서, 연구의 한계점을 서술하는 방식 등을 습득하기 위한 학습 단계입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도 ‘초록 → 결론 → 서론 → 본문’ 순서로 요지를 먼저 조사한다면 저자가 의도한 논리적인 전개를 간파할 수 있습니다.
구조화된 영문 논문의 쾌속 독해 요령
해외 SCI/SSCI급 저널 논문은 방대한 분량과 영문으로 작성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연구자에게는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문 학술논문은 문학적인 표현이나 은유를 배제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된 표준화된 문서입니다. 따라서 논문의 구조적인 형식을 사전에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국문으로 작성된 논문보다 오히려 필요한 핵심 정보를 더욱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습니다.
- 초록(abstract)의 3단 구조 스캔: 주요 국제 학술지의 초록은 일반적으로 ‘연구의 목적 -> 연구의 방법-> 연구의 결과’의 3단계 구조로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초록의 중하단부에 서술된 “Results showed that…”, “Findings indicate…”, “This study demonstrated…” 등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왜냐하면 그 문장이 통계분석 결과와 결론을 요약해서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 문단(paragraph)의 두괄식 구조 활용: 영미권이 출판하는 학술 문헌은 전형적인 두괄식 구성을 따릅니다. 각 문단의 첫 문장(topic sentence)에 논점이 제시되는 것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후속 문장에서는 논점을 뒷받침하는 통계량과 값, 선행연구의 인용 내용, 그리고 구체적인 부연 설명이 서술됩니다. 따라서 본문에서의 자세한 내용을 모두 정독하기가 어렵다면 각 문단에 등장하는 첫 문장만을 읽더라도 논리 전개의 흐름을 대부분 캐치할 수 있습니다.
- 번역 도구의 활용: 인공지능 번역 도구는 논문의 맥락과 개요를 신속하게 파악(skimming)하게 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유용합니다. 다만 자신의 연구에 인용하려는 참고문헌과 변수의 이름, 연구가설 검증의 결과 등은 반드시 영문 원문(full-text)과 대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독해와 동시에 남겨야 할 ‘필수 기록 항목’
한번 읽은 논문의 내용을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유지하고 기억하기는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선행연구의 논거와 출처를 정확히 떠올리기도 어려워집니다. 수십 편의 논문을 열람한 뒤에 서론이나 이론적 배경을 집필하는 단계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특정한 인용 근거를 찾기 위해 저장한 PDF 파일을 하나하나 다시 오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연구의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논문 읽기를 마치고 난 후에 엑셀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문헌 요약 테이블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 테이블의 각 열(column)에 기록해야 하는 항목은 다음의 다섯 가지입니다.
- 서지 정보(citation): 저자의 이름, 출판 연도, 논문의 제목, 학술지 이름 등을 기록합니다(예: Smith et al., 2021). 이는 본문 내에서의 인용 표시와 논문 말미에 기술된느 참고문헌 목록(References)을 표준화된 학술 형식(예., APA)에 맞게 작성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쓰여지게 됩니다.
- 연구 대상과 표본의 크기(sample): 조사 대상 집단의 구체적인 특징과 표본의 크기를 기술합니다(예., 우리나라 종합병원 간호사, N=250). 이는 선행연구가 사용한 표본의 대표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연구 대상과 비교해서 연구결과의 일반화 가능성 또는 집단 간의 동질성 여부를 평가하는 준거로서 활용됩니다.
- 변수와 측정도구의 출처(measures): 연구 모형에 포함된 주요 변수의 조작적 정의, 설문 척도의 원개발자 및 번안자, 문항의 수 등을 명시합니다(예., 직무스트레스: Parker(1990)의 척도를 홍길동(2015)이 한국어로 번안한 5개 문항을 활용). 이는 자신의 연구에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척도를 선정하고 설문지를 구성할 때 근거로 사용합니다.
-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results): 주요 변수의 영향력 크기와 통계적 유의성, 매개효과 및 조절효과의 검증 결과 등의 결과를 요약합니다(예., 변수 A가 변수 B에 정(+)의 영향을 미치며, 변수 C의 매개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음). 이는 연구자 자신의 연구가설을 설계하고 이에 관한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 연구의 한계와 후속 제언(limitations): 논문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기술하는 표본 추출의 과정에서 드러났던 한계점, 연구설계에서 드러난 취약점, 미처 통제하지 못한 외생변수 등을 기록합니다(예., 특정한 직군에 편중해서 수행한 샘플링 결과가 연구가설 4의 검증결과를 기각시킨 것으로 판단). 선행연구가 남긴 미흡한 점과 공백은 새로운 연구를 위한 필요성과 이를 통해 제공하는 독창성과 학술적인 기여도를 마련하는 데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엑셀의 셀에 정보를 입력할 때에는 논문의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지 않아야 합니다. 반드시 본인이 서술하는 문장으로 변환하고 요약(paraphrasing)한 뒤에 입력해야 합니다. 복사된 원문의 내용은 이후의 집필 과정에서 본인의 문장과 구분되지 않은 채 본문에 혼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심사 과정에서 표절(plagiarism) 판정을 받을 위험이 커집니다. 만약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 문장의 앞뒤에 반드시 따옴표 처리를 하고 PDF의 페이지 번호를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 가상 사례: 경영학 석사과정 학생의 해외 문헌 발췌독 습득 과정 경영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학생인 A씨는 ‘조직 공정성이 구성원의 혁신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A씨의 지도교수는 최근 5년간 발표된 20편의 SSCI급 해외 논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논의를 하자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A씨는 영문사전을 찾아 가며 20페이지 분량의 영문 논문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 4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정도의 속도라면 20편을 읽는 데 80시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A씨는 독해 방식을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A씨는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논문의 저자와 연구 대상, 주요 변수들과 측정도구, 연구의 결과, 그리고 연구의 한계점 및 제언의 내용을 입력하는 다섯 개의 열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논문 독해의 방식을 골라 읽기(scanning)로 전환하였습니다. 영문 PDF를 오픈한 후에 초록으로 이동하고 연구 대상자와 연구결과를 3분 만에 정리하고 이 내용을 엑셀에 입력하였습니다. 이어서 연구의 방법 챕터에서는 측정도구에 관한 내용을 탐색해서 저자가 혁신 행동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Scott(1994)의 설문지를 사용하였다는 점을 기록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논의 챕터에 기술된 연구의 한계점을 다루는 문단만을 읽고, 제조업 종사자로 연구의 대상으로 한정하였다는 사실을 기록한 뒤에 파일 정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A씨는 발췌독을 통한 테이블 정리 방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영문 논문 1편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4시간에서 15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본 사례는 문헌고찰 코칭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서론과 이론적 배경을 읽지 않고 넘어가면, 나중에 서론은 어떻게 작성하나요?
A.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읽는 것입니다. 문헌 수집의 초기에는 논문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다루는 연구가설과 변수가 서로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연구의 방법’과 ‘연구의 결과’ 챕터에 집중해야 합니다. 연구 모형이 갖추어진 후에 본격적인 논문 집필에 진입하면 논문 읽기의 목적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개념적인 정의를 서술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보존해 온 상위 등급의 논문들 중에서 이론적 배경 챕터만을 빠르게 읽으면서 인용문을 수집하는 2차 발췌독을 수행하면 됩니다.
Q. 논문을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과 구조방정식 모형 테이블이 등장합니다. 통계 지식이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문헌을 읽는 과정에서 수식의 유도 과정까지를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계 테이블에서는 한 가지를 확인하면 되는데, 변수와 변수를 잇는 경로 끝에 통계적 유의성을 표시하는 별표(*, p<0.05)가 붙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별표가 붙어 있다면 ‘A가 B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결과를 엑셀에 기입하고 다음 논문을 탐색해야 합니다.
Q. 논문을 읽고 요약해 둔 엑셀 테이블을 추후에 논문의 본문에 그대로 삽입해서 제출해도 되나요?
A. 가능하며, 권장할 만한 서술 방식입니다. 이는 선행연구 요약표인데, ‘이론적 배경’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서, ‘<표 2-1> 조직 공정성이 혁신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선행연구 요약’이라는 제목으로 테이블을 배치합니다. 선행연구의 흐름을 본문 내에서 문장으로만 서술하면 분량이 늘어나고 비교가 어렵습니다. 반면, 연구자와 연구 대상, 연구의 방법, 연구 결과를 하나의 테이블로 정리해서 기술하면 누구라도 문헌고찰의 범위와 계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테이블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문장 서술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테이블의 앞부분에는 연구흐름의 변화와 아직 해명되지 않은 지점을 설명하는 문장이 등장해야 합니다.
Q. 논문 한 편을 ‘깊이 읽기(deep reading)’로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요?
A.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에 걸쳐 반복해서 읽어야 합니다. 먼저 서론의 논리 전개를 단락 단위로 표시하며 구조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제기에서 선행연구의 한계로, 다시 연구의 목적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저자가 연구가설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선행연구를 연계시킨 방법과 그 서술 방식을 분석합니다. 통계 테이블의 배치와 결과를 해석하는 문장의 형식까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읽는 것이 바로 ‘깊이 읽기’입니다.
Q. 인공지능 번역기를 사용하였더니 영문 초록의 번역 결과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번역된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서 논문에 붙여 넣어도 되나요?
A.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번역은 원문의 표현을 다른 언어로 옮긴 결과물이므로, 저자가 서술한 문장의 구조와 순서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인용 부호를 사용하지 않고 본문에 편입하면 표절에 해당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번역한 문장을 참고 자료로만 유지하고, 연구자 본인의 문장으로 다시 작성한 후에 저자와 연도를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 큰따옴표를 붙이고 페이지 번호를 함께 기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번역기의 결과를 그대로 옮기면 전문 용어의 번역이 국내 학계의 관행과 어긋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학술 용어는 국내 선행연구에서 사용하는 표기를 따라야 합니다.
결론
학술 논문은 순차적으로 통독하는 글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식별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기술 문서입니다. 따라서 연구자의 목적에 맞는 챕터를 선별하여야 읽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이 담긴 ‘논의 및 결론’ 챕터는 연구 공백을 파악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측정도구의 출처와 척도 구성이 정리된 ‘연구의 방법’은 설문 도구를 설계할 때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챕터입니다.
논문 읽기의 깊이는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초록과 결론을 확인하여 관련성을 판별하는 ‘훑어보기(3-5분)’, 필요한 특정한 절(clause)만을 발췌하는 ‘골라 읽기(10-20분)’, 전문을 정독하는 ‘깊이 읽기(1시간 이상)’로 나뉩니다. 문헌고찰에는 ‘골라 읽기’가 주로 활용되며, ‘깊이 읽기’는 연구 설계의 벤치마킹이 되거나 서로 다른 패턴이 나타난 결과를 다루는 2-3편의 논문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합니다.
영문 논문은 정형화된 구조와 두괄식 구성을 따르므로, 만약 구조적인 위치를 이해한다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발췌할 수 있습니다. 초록에서는 통계분석 결과가 기술된 문장을 우선 확인하고, 본문에서는 각 문단의 첫 문장을 중심으로 논리의 흐름을 파악합니다. AI 번역기를 활용한 기계 번역을 수행하더라도 변수의 이름과 통계적 결론의 방향성은 오역 방지를 위해 반드시 영문 원문으로 대조해서 검증해야 합니다.
논문을 읽는 중에 필요 정보의 휘발을 막기 위해서는 서지 정보와 연구 대상 및 표본의 수, 핵심 변수와 측정도구의 출처, 주요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 연구의 한계점 및 제언 등 5대 필수 항목을 테이블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때 원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무의식적인 표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연구자 본인의 언어로 패러프레이징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