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을 보면 한국적이라고 느끼면서도, 무엇이 그것을 한국적으로 만드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감각으로는 알지만 기준으로는 말하기 어려운 것, 곧 K-패션의 문화적 정체성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개발하는 연구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느낌에서 기준으로: K-패션이 평가의 대상이 된 이유”
의복이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관점은 패션 연구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습니다. Eicher & Sumberg(1995)는 민족과 국가의 의복이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의복이 착용자의 소속과 문화를 전달하는 상징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논의하였습니다. 그동안 문화적 정체성은 비평과 직관의 영역에서 다루어져 왔습니다. 어떤 디자인이 한국적인가는 전문가의 안목과 감상의 문제였을 뿐, 측정과 판정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 Eicher, J. B., & Sumberg, B. (1995). World fashion, ethnic, and national dress. In J. B. Eicher (Ed.), Dress and ethnicity: Change across space and time (pp. 295-306). Berg.
상황을 바꾼 것은 K-패션의 세계적인 부상입니다. 한국의 패션이 국제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문화적 정체성은 감상의 대상에서 평가의 대상으로 성격이 변화하였습니다. 브랜드는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며, 유통과 플랫폼은 어떤 디자인이 한국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지를 판단하고자 합니다. 교육 현장은 정체성의 표현을 가르치고자 하고, 정책은 K-패션의 문화적 가치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 모든 요구는 하나의 공통된 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문화적 정체성의 표현 정도를 판정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한 평가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도구의 부재가 곧 연구의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지표로 만드는 일: 평가지표 개발의 논리”
문화적 정체성은 추상적이고 논쟁적인 개념입니다. 이를 평가지표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개념(construct)을 구성하는 차원들을 측정 가능한 항목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Kaiser(1997)는 의복이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체계이며, 특히 디자인의 요소들이 착용자의 정체성과 사회적인 의미를 표현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의복의 의미가 조형 요소를 통하여 전달된다면, 문화적 정체성의 표현 또한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로 특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Kaiser, S. B. (1997). The social psychology of clothing: Symbolic appearances in context (2nd ed.). Fairchild Publications.
평가지표가 학술적인 도구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항목의 구성이 타당해야 합니다. Lawshe(1975)가 제시한 내용타당도의 평가 방법(예., 델파이)은 전문가의 판단을 근거로 각 항목이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을 적절하게 대표하는지를 검증하는 절차를 제공합니다. 평가지표 개발 연구는 항목의 도출과 내용타당도의 검증, 그리고 요인분석을 통한 구조의 확인이라는 정형화된 절차를 따르며, 이 절차가 지표의 과학적인 신뢰를 뒷받침합니다.
- Lawshe, C. H. (1975). A quantitative approach to content validity. Personnel Psychology, 28(4), 563-575.
K-패션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표로 구성할 때의 핵심적인 어려움은 진정성과 상업성의 구분에 있습니다. 전통의 요소를 표면적으로 차용한 디자인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겉으로 유사해 보여도 문화적인 정체성의 깊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평가지표는 이 차이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하며,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조형적 고유성, 문화적 진정성 같은 차원을 항목으로 담아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정체성을 판정 가능한 항목으로 구조화하는 절차가 감당해야 하는 연구 과제입니다.
“패션디자인학 SSCI급 해외저널 논문컨설팅 후기와 성공사례”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패션 디자인 실무 경력을 가진 패션디자인학 박사학위 소지자였습니다. 의뢰인은 K-패션에 대한 평가지표를 설계하기 원했으며, 이에 따라 프라임은 연구의 목표를 K-패션의 문화적 정체성 표현을 판정하는 도구 개발을 제안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철저한 문헌 분석과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수행하여 문화적 정체성의 표현을 구성하는 평가 항목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리고 Lawshe(1975)가 제시한 내용타당도의 최소 만족기준을 기반으로 예비 항목을 식별하였습니다. 이후에는 다수의 디자인 사례에 지표를 적용하여 수집한 자료를 요인분석함으로써 지표의 구조를 확인하고, 신뢰도와 타당도를 평가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K-패션의 문화적 정체성 표현은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조형적 고유성, 문화적 진정성 등을 포함하는 다요인(multi-factor) 구조로 확인되었습니다. 감상과 직관의 대상이었던 문화적 정체성이 검증된 평가지표로 구조화된 것입니다.
감상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던 대상을 측정이 가능한 지표로 구조화하는 연구의 결과물은 후속 연구에게 중요한 방법론적인 도구를 제공합니다. 타당하게 설계된 평가지표는 그 자체로 여러 연구에서 활용되는 도구가 되며, 특히 도구개발 연구는 해당 분야의 준거(criteria)로서 오래동안 인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패션 디자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판정할 기준이 마련되면, 브랜드는 정체성의 표현 정도를 점검하며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고, 교육 현장은 정체성의 표현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유통과 플랫폼은 디자인의 문화적인 가치를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정책은 지원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과 상업성을 구분하는 지표는 특히 중요합니다. 전통의 표면적인 차용과 깊이 있는 재해석을 판별하는 기준은, 문화적 정체성이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그 진정성을 지키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