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을 받았다는 확신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확신이 강할수록 지쳐가는 속도도 빨라진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목회자의 소명의식과 소진 사이의 역설을 PLS 기반 구조방정식 모형분석으로 규명하여 종교사회학 분야의 KCI급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컨설팅 후기와 성공사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소명의식: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대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
소명의식은 자신의 일이 자기 존재의 목적과 연결되어 있으며 타인과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확신을 가리킵니다. Dik & Duffy(2009)는 소명을 초월적인 부름의 지각, 삶의 목적과의 연결, 친사회적 지향이라는 세 가지 형태의 요소로 개념화하였습니다. 소명의식이 높은 사람은 직무 만족과 삶의 의미 수준이 높다는 연구의 결과가 광범위한 문헌에서 보고되어 왔습니다. 일의 의미를 다루는 연구에서 소명은 가장 강력한 심리적인 자원으로 다루어져 온 것입니다.
- Dik, B. J., & Duffy, R. D. (2009). Calling and vocation at work: Definitions and prospects for research and practice. The Counseling Psychologist, 37(3), 424-450.
그런데 소명의 밝은 면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꾼 연구가 있습니다. Bunderson & Thompson(2009)은 강한 소명의식을 가진 사육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소명이 깊은 의미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희생의 요구를 정당화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소명을 가진 사람은 낮은 보상과 과중한 요구를 감내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조직은 그 헌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연구진은 이를 ‘양날의 검(double-edged sword)’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소명이 강할수록 자기를 보호하는 경계가 얇아진다는 통찰입니다.
- Bunderson, J. S., & Thompson, J. A. (2009). The call of the wild: Zookeepers, callings, and the double-edged sword of deeply meaningful work.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54(1), 32-57.
“성직자의 소진: 거룩한 직무의 그늘”
소진은 정서적 고갈과 냉소, 효능감의 저하로 구성되는 만성적인 직무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Maslach et al.(2001)은 소진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직무 요구와 자원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구조의 문제임을 밝혔습니다. 목회는 소진의 위험이 응집된 직무입니다. 상담과 설교, 행정과 돌봄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직무와 삶의 경계가 없으며, 약함을 드러내기 어려운 역할 기대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Proeschold-Bell et al.(2011)은 성직자의 건강을 설명하는 모형을 제시하였는데, 끝나지 않는 돌봄의 요구와 자기 관리의 소홀이 성직자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잠식하는 경로를 규명하였습니다.
- Maslach, C., Schaufeli, W. B., & Leiter, M. P. (2001). Job burnout.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 397-422.
- Proeschold-Bell, R. J., LeGrand, S., James, J., Wallace, A., Adams, C., & Toole, D. (2011). A theoretical model of the holistic health of United Methodist clergy. Journal of Religion and Health, 50(3), 700-720.
문제는 소명과 소진의 관계입니다. 소명의식은 소진을 막아주는 자원인가, 아니면 소진을 부르는 위험인가..? 두 방향의 경로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역설의 핵심이며, 이 역설의 구조를 하나의 모형에서 규명하는 연구가 요구되고 있었습니다.
“종교사회학 KCI급 논문컨설팅 후기와 성공사례”
소개해 드리는 사례에서 등장하는 연구의 걸림돌은 사람의 숫자였습니다. 종교사회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의뢰인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목회 현장에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동료 목회자들이 부름의 확신 속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본 당사자이기도 하였습니다. 소명이 목회자를 지키는 동시에 소모시킨다는 역설을 계량의 방법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목표는 분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목회자는 접근이 어려운 모집단입니다. 교단의 협조를 얻어 수집할 수 있는 표본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뢰인은 공분산 기반 구조방정식이 요구하는 표본 규모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에 연구를 중단할 것까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의 제안은 분석 도구의 전환이었습니다. PLS 기반의 구조방정식 모형분석은 공분산 기반 방식(대표적으로 AMOS)과 달리 다변량 정규성의 가정에서 자유롭고, 상대적으로 작은 표본에서도 복잡한 경로 모형의 추정을 허용합니다(Hair et al., 2019). 탐색의 성격이 강한 연구 질문에도 부합하는 선택이었습니다. 모형은 소명의식을 예측 요인으로, 소진을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그리고 다수의 매개 요인을 포함하는 연구모형을 설계하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소명이 소진을 직접 낮추는 경로와, 과잉헌신을 거쳐 소진을 높이는 간접 경로가 동시에 성립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 Hair, J. F., Risher, J. J., Sarstedt, M., & Ringle, C. M. (2019). When to use and how to report the results of PLS-SEM. European Business Review, 31(1), 2-24.
의뢰인은 교단의 협조를 통하여 현직 목회자들의 자료를 수집하였고, 측정모형의 평가에서 신뢰도와 수렴타당도, HTMT 지표에 의한 판별타당도를 확인한 후에 부트스트래핑으로 경로의 유의성을 추정하였습니다. 분석의 결과는 역설의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소명의식이 소진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부적(-)으로 유의하였으나, 매개변수를 경유하는 간접 효과는 정적(+)으로 유의하였습니다. 소명은 목회자를 지키는 자원이면서 동시에 자기의 헌신을 정당화하는 통로였던 것입니다.
목회자의 소명과 소진을 다룬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종교사회학이 성직을 이해해 온 방식 그 자체를 향합니다. 성직 연구는 오랫동안 소명을 설명이 필요 없는 전제로 다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소명이 어떤 조건에서 보호의 자원이 되고 어떤 조건에서 소모의 통로가 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소명은 신앙의 서사가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 됩니다. 거룩한 직무의 심리적인 비용을 평가하는 연구는 성직을 격하하는 일이 아니라, 성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의 출발점입니다.
소명의식은 양면의 얼굴을 가집니다. 부름의 확신은 시련의 시기를 견디게 하는 의미의 닻이 되고, 낮은 보상에도 직무를 지속하게 하는 내적인 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같은 확신이 쉼을 죄책감으로 바꾸고, 도움의 요청을 신앙의 부족으로 해석하게 하며, 공동체가 한 사람의 헌신을 무한히 요구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니 감내하라는 요구가 예술과 돌봄, 교육과 의료의 현장에서 반복되는 시대입니다. 의미가 보상을 대신하고 열정이 계약의 빈틈을 메우는 노동의 조건 속에서, 소명의 역설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 사람을 소모시키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목회자라는 오래된 직업에서 출발한 이 질문은, 의미를 강조하는 오늘의 노동 문화 전체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