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에서 시작한 창업자의 이야기는 왜 수십억의 광고보다 사람을 움직이는가? 브랜드 연구의 흥미로운 최전선인 언더독 브랜드 서사(underdog brand biography)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언더독 서사: 열세와 투지가 빚는 브랜드의 이야기”
언더독 브랜드 서사는 불리한 출발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열정과 투지를 담은 브랜드의 창업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자본도 연줄도 없이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다는 결핍의 조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버텨왔다는 의지의 결합이 서사의 뼈대입니다. 이 개념을 브랜드 연구의 변수로 세운 것은 Paharia et al.(2011)의 연구였습니다. 이들은 일련의 실험을 통하여 소비자가 순탄하게 성공한 탑독의 이야기보다 언더독의 이야기에 더 호의적으로 반응하며, 그 힘이 소비자 자신의 언더독 경험과 이야기가 공명하는 자기 동일시에서 나온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야기 속의 분투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할 때, 브랜드는 상품의 이름을 지나 응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 Paharia, N., Keinan, A., Avery, J., & Schor, J. B. (2011). The underdog effect: The marketing of disadvantage and determination through brand biograph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7(5), 775-790.
“이야기는 왜 광고보다 힘이 센가: 서사 설득의 이론”
이야기의 설득력에는 이론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Green & Brock(2000)은 사람들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몰입, 곧 도취(transportation)의 상태에서 설득이 일어난다는 점을 실험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주장을 따져 묻는 논증과는 달리, 이야기는 독자를 그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반박의 여지를 없애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맥락에서는 Escalas(2004)가 서사적 정보처리의 역할을 규명하였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목표에 비추어 처리하며, 그 과정에서 자기와 브랜드를 잇는 연결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언더독 서사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설문조사가 아닌 실험의 설계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사의 힘은 서사를 접하는 순간에 발생하므로, 이야기의 유형을 직접 조작하고 반응의 차이를 비교할 때 비로소 인과관계가 확인됩니다.
- Green, M. C., & Brock, T. C. (2000). The role of transportation in the persuasiveness of public narrativ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5), 701-721.
- Escalas, J. E. (2004). Narrative processing: Building consumer connections to brands.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14(1-2), 168-180.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여러 변수를 설문으로 조사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고려하는 변수의 수가 늘어날수록 스토리텔링의 효과라는 핵심 질문이 흐려지고 인과의 검증도 어려워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라임은 연구 설계의 전환을 제안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가상의 브랜드를 무대로 창업 서사의 유형을 언더독과 탑독으로 조작하여 제시하고, 브랜드에 대한 태도와 지지 반응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입니다. 변수의 개수는 최소한으로 고려하면서도 소비자 자신의 언더독 동일시 성향을 조절변수로 두어 효과가 누구에게서 커지는지를 함께 확인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아울러 시나리오 자극의 사전 점검과 조작 확인의 절차를 가이드하였습니다.
실험을 수행한 결과, 언더독 서사를 접한 집단은 탑독 서사를 접한 집단보다 브랜드에 더 호의적인 태도와 지지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효과는 스스로를 언더독으로 여기며 살아온 소비자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으며, 서사의 힘이 자기 동일시를 통해 증폭된다는 이론의 예측이 소비자 표본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창업의 이야기가 꾸밈의 장식이 아니라 측정이 가능한 전략 자산이라는 이 결과를 토대로, 의뢰인은 자원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일수록 서사의 설계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언더독 서사가 과장이나 연출로 지각되는 순간에는 역풍이 불 수 있습니다. 또한, 안전과 전문성이 최우선인 제품군에서는 검증된 강자의 신호가 더 힘을 가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제품 유형에 따른 비교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자수성가의 서사가 깊게 뿌리내린 우리나라 문화의 맥락이 언더독 효과를 키우는지 혹은 가라앉히는지의 비교문화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