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격차: 의지의 문제인가, 환경의 문제인가”
생활체육의 참여를 높이려는 정책은 오랫동안 개인을 향해 왔습니다. 운동의 효능을 홍보하고 참여의 결심을 촉구하는 캠페인들은,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의지가 부족한 개인으로 전제합니다. 그러나 건강행동 연구의 흐름은 다른 방향을 가리켜 왔습니다. Sallis et al.(2006)이 제시한 생태학적 모형은 신체활동이 개인의 심리 요인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환경과 정책, 사회적 맥락이 겹겹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점을 세웠습니다. 걷고 싶은 거리와 접근이 가능한 체육시설, 안전한 공원이 갖추어진 곳에서 사람들은 더 많이 움직이며, 활동적인 삶은 개인의 결심에 앞서 지역사회의 설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 Sallis, J. F., Cervero, R. B., Ascher, W., Henderson, K. A., Kraft, M. K., & Kerr, J. (2006). An ecological approach to creating active living communities. 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 27, 297-322.
환경과 신체활동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제시되어 왔습니다. Humpel et al.(2002)은 성인의 신체활동에 관련된 환경 요인들을 탐색하였는데, 시설의 접근성과 이용의 기회, 심미적인 환경의 질이 참여와 일관되게 연관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이 관점은 지역 격차의 문제로 전환됩니다. 공공 체육시설과 공원의 분포는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고,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체육 인프라 격차는 곧 주민의 참여 기회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활체육의 불참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바라보았던 시선을 지역의 구조로 살펴보려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 Humpel, N., Owen, N., & Leslie, E. (2002). Environmental factors associated with adults’ participation in physical activity: A review.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22(3), 188-199.
“다층모형(Hierarchical Linear Model; HLM): 개인과 지역을 함께 읽는 분석 방법”
개인과 지역의 영향을 구분해서 식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분석 방법이 필요합니다. 개인은 지역 안에 내포(nested)되어 있습니다. 같은 지역의 주민들은 같은 시설과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닮으며, 자료의 구조 자체가 위계를 가집니다. 개인 자료를 뭉뚱그려 하나의 회귀식에 넣으면 지역의 효과가 개인의 효과에 뒤섞이고, 반대로 지역의 평균만만 비교하면 생태학적 오류의 함정에 빠집니다. Diez Roux(2000)가 주장한 바 대로, 다층모형은 개인 수준의 변수와 지역 수준의 변수를 각자의 층위에서 동시에 추정함으로써 두 오류를 함께 피하는 방법론입니다. 지역 간 분산의 비율(ICC)로 격차의 크기를 수치화하고, 개인의 특성을 통제한 후에도 남는 지역 환경의 고유한 효과를 가려내며, 나아가 지역의 조건이 개인 요인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층위 간의 상호작용까지 검증할 수 있습니다.
- Diez Roux, A. V. (2000). Multilevel analysis in public health research. 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 21, 171-192.
HLM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충분한 표본을 갖춘 대규모의 대표성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매년 전국의 주민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국민생활체육조사는 참여의 실태와 개인 특성을 함께 담은 공공 자료이며, 따라서 HLM을 수행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는 자료입니다. 여기에 지역 단위의 체육시설 통계와 공원 면적 같은 행정 자료를 결합하면 개인-지역의 2수준 자료가 완성됩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지역 체육 행정의 실무 경력을 가진 스포츠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지역에 따라 다른 운동 참여의 현실을 현장에서 체감하며 연구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 대상의 설문으로는 지역 격차를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국민생활체육조사의 원시자료에 지역 단위의 체육시설 및 환경 통계를 결합하는 2수준 자료의 구축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 간의 변량을 확인한 후 개인 요인과 지역 요인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층위 간 상호작용으로 나아가는 다층모형 분석의 절차를 설계하도록 가이드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생활체육 참여의 변량 가운데 지역 수준에 귀속되는 몫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확인되었는데, 이는 참여의 격차가 개인의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별과 연령, 소득을 포함하는 개인 특성을 통제한 후에도 지역의 체육 인프라 여건은 참여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층위 간 상호작용의 분석에서는 지역 환경의 힘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동하는 양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자의 연구 결과는 좋은 환경이 모두에게 이롭지만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 더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생활체육의 불참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읽으면 이에 대한 처방은 홍보와 계몽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지역의 구조 문제로 인식한다면 처방은 인프라와 자원 배분의 정책으로 나아갑니다. 사회 현상을 개인으로 환원하지 않고 구조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것은 체육사회학 영역이 반드시 가져야 할 문제의식이기도 합니다. 인프라 투자의 우선순위를 참여율이 낮고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에 배분해야 하며, 한정된 예산의 배분을 두고 고민하는 지방 체육 행정에 구체적인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