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신념의 선언이 된 시대입니다. 지갑으로 가치를 표현하는 새로운 소비 양식, 미닝아웃(meaning out)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가 정치적 발언이 되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정체성의 공개적인 선언을 뜻하는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용어입니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소비의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소비 양식을 의미합니다. 환경을 훼손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고, 선한 영향력을 보이는 소상공인의 매장에 주문이 몰리며, 비건과 제로웨이스트의 소비가 정체성의 표지가 되는 현상들이 미닝아웃의 풍경을 이룹니다. 소비자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고 구매와 거부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말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비문화에서 명명된 이 현상은, 국제 학술의 지형에서는 정치적 소비주의(political consumerism)의 연구 흐름과 그 맥락을 함께 합니다. Stolle et al.(2005)은 불매(boycott)와 구매운동(buycott)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소비주의를 투표와 시위에 견줄 수 있는 정치 참여의 한 형태로 개념화하였습니다. 시장이 정치의 장이 되고 장바구니가 투표용지가 된다는 이 관점은, 미닝아웃을 한국적 유행어가 아니라 소비자 행동 연구의 국제적인 이론 지형 위에 올려놓는 다리가 됩니다.
- Stolle, D., Hooghe, M., & Micheletti, M. (2005). Politics in the supermarket: Political consumerism as a form of political participation. 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Review, 26(3), 245-269.
미닝아웃의 심리적인 뿌리는 가치(value)입니다. 가치 연구의 표준 이론을 주장한Schwartz(1992)는 범문화적인 실증을 통하여 인간의 가치가 보편적인 내용과 구조를 가진다는 점을 규명하였습니다. 자기초월(이타-보편주의)과 자기고양, 개방성과 보수의 축 위에 배열되는 가치의 원형 구조는,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 사람이 어떤 소비를 선택하는지를 예측하는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합니다. 미닝아웃 소비는 자기초월의 가치가 소비의 장에서 발현되는 형태로 특징을 지을 수 있습니다.
- Schwartz, S. H. (1992). Universals in the content and structure of values: Theoretical advances and empirical tests in 20 countries.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5, 1-65.
그러나 가치가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가치와 행동 사이의 심리적인 경로를 정교화한 대표적인 성과가 Stern(2000)의 가치-신념-규범(VBN)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가치는 세계에 대한 신념을 형성하고, 신념은 개인적 규범, 곧 행동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활성화하며, 이 규범이 비로소 행동을 이끌어 냅니다. 가치가 원료라면 신념과 규범은 그 원료를 행동으로 정련하는 공정인 셈입니다. Carrington et al.(2010)의 주장과 같이, 윤리적 태도와 실제 구매 사이에는 완고한 간극, 곧 태도-행동 갭(attitude-behavior gap)이 존재합니다. 착한 소비를 지지한다고 답하는 사람의 다수가 계산대 앞에서는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닝아웃 연구의 학술적인 승부처는 가치와 행동의 상관 관계만을 탐색해서는 안되며, 가치가 어떤 심리적인 경로를 거쳐 실제의 구매행동으로 전환되는지, 그리고 그 경로의 어느 지점에서 갭이 발생하는지를 탐구하는 데 있습니다.
- Stern, P. C. (2000). Toward a coherent theory of environmentally significant behavior. Journal of Social Issues, 56(3), 407-424.
- Carrington, M. J., Neville, B. A., & Whitwell, G. J. (2010). Why ethical consumers don’t walk their talk: Towards 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gap between the ethical purchase intentions and actual buying behaviour of ethically minded consumers. Journal of Business Ethics, 97(1), 139-158.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소비자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미닝아웃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키워드를 연구로 풀어낼 수 있는 이론적인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데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미닝아웃을 정치적인 소비주의와 가치 이론의 교차점에 위치시켜 이론화의 필요성의 설득하였습니다. 의뢰인은 VBN 이론을 연구를 지배하는 이론으로 삼아 소비자의 자기초월적 가치가 소비자 효능감의 신념과 도덕적 의무감의 규범을 경유하여 가치기반 구매행동에 이르는 연구모형을 설계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기초월적 가치가 구매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보다는 소비자 효능감과 개인 규범을 경유하는 간접적인 경로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 소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의 신념과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무의 감각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가치가 지갑을 움직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미닝아웃과 가치기반 소비는 소비자행동 연구와 마케팅 실무가 함께 주목하는, 성장의 여지가 큰 연구 영역입니다. 이 연구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토착 현상의 이론화 전략입니다. 우리 소비문화가 만들어낸 개념이라도 국제 학술의 이론적인 지형과 접목시킨다면 해외저널이 흥미를 가지는 연구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서구의 문헌이 포착하지 못한 현상의 결이 신선함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무의 관점에서는, 가치소비 시대의 마케팅이 브랜드의 신념 표명 그 자체보다 소비자 효능감의 설계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함의가 도출됩니다. 나의 구매가 만들어낸 변화를 눈에 보이게 돌려주는 피드백의 장치, 곧 기부 금액의 공개와 환경 성과의 보고와 같은 실천이 신념 마케팅의 완성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