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의 판매자와 나눈 것 같은 친밀함이 지갑을 여는 시대입니다. 라이브커머스를 움직이는 심리적인 엔진, 준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라이브커머스: 쇼핑이 관계가 되는 순간”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중국에서 왕훙 경제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 시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플랫폼들의 쇼핑라이브를 중심으로 유통의 주력 채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형식만 보면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의 디지털 이식처럼 보이지만, 그 심리적인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홈쇼핑의 시청자가 일방향의 방송을 수신하는 존재였다면, 라이브커머스의 시청자는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을 던지고, 호스트는 시청자의 이름을 부르며 즉석에서 답합니다. 방송을 시청하기 보다는 판매자와 대화한다는 감각, 이 쌍방향의 친밀함이 라이브커머스의 상업적인 힘의 원천입니다.
관련한 연구들도 판매자-소비자 관계의 힘을 확인해 왔습니다. Wongkitrungrueng & Assarut(2020)는 라이브 스트리밍 판매의 맥락에서 방송의 상징적, 실용적인 가치가 판매자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가 몰입과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확인였습니다. 라이브커머스의 성패가 상품의 스펙이 아니라 판매자와 시청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관계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이 준사회적 상호작용입니다.
- Wongkitrungrueng, A., & Assarut, N. (2020). The role of live streaming in building consumer trust and engagement with social commerce seller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117, 543-556.
“준사회적 상호작용: 반세기를 건너 라이브커머스에 도착한 이론”
준사회적 상호작용의 개념은 텔레비전의 시대가 열리던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Horton & Wohl(1956)은 시청자들이 화면 속의 방송 인물과 마치 대면하고 있는 듯한 유사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관찰하고, 이 일방향의 친밀감을 준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명명하였습니다. 상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상대를 친구처럼 느끼는 관계, 이 비대칭의 유대는 이후 미디어 심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Rubin et al.(1985)은 준사회적 상호작용의 측정도구를 설계하여 이 개념을 측정이 가능한 연구의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시청자가 미디어 인물에게 느끼는 유대가 시청의 동기와 만족을 설명하는 강력한 변수임을 보여주었습니다.
- Horton, D., & Wohl, R. R. (1956).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Psychiatry, 19(3), 215-229.
- Rubin, A. M., Perse, E. M., & Powell, R. A. (1985). Loneliness, parasocial interaction, and local television news viewing.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12(2), 155-180.
라이브커머스는 이 고전적인 개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전통 미디어의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시청자의 일방적인 상상 속에서 자라났다면, 라이브커머스의 호스트는 채팅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그 상상에 실제의 응답을 돌려줍니다. 유사 관계가 진짜 상호작용의 조각들로 강화되는, 준사회적 상호작용의 증폭 환경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유대는 소비의 심리로 직결됩니다. Sokolova & Kefi(2020)의 연구 결과에서는 인플루언서의 맥락에서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신뢰성과 결합하여 구매의도를 견인한다는 점이 나타났습니다. 친구가 권하는 물건을 쉽게 사는 것처럼, 준사회적 친구가 된 호스트의 추천은 광고의 저항을 우회하여 지갑에 도달합니다. 다만 이 경로의 정확한 구조, 곧 호스트의 어떤 특성이 준사회적 상호작용을 키우고, 그 유대가 어떠한 심리적인 매개를 거쳐 구매로 전환되는지는 정교한 모형의 검증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 Sokolova, K., & Kefi, H. (2020). Instagram and YouTube bloggers promote it, why should I buy? How credibility and parasocial interaction influence purchase intentions. Journal of Retailing and Consumer Services, 53, 101742.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이커머스 업계의 실무 경력을 가진 소비자심리학 박사과정 수료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구매의도를 높인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었으나, 두 변수의 직접적인 관계는 선행연구에서 이미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왔기 때문에 박사학위 논문의 기여로는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프라임은 연구 질문을 관계의 존재에서 관계의 구조로 심화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호스트의 상호작용성과 매력성 등을 선행요인으로, 그리고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호스트 신뢰와 시청 몰입을 거쳐 구매의도에 이르는 이중매개의 구조모형을 설계하고, 준사회적 상호작용의 형성 기제와 전환 기제를 하나의 모형 안에서 검증하도록 가이드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최근 라이브커머스의 시청과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구조방정식모형(SEM) 분석을 통해 연구가설을 검증하였습니다. 측정모형(measurement model)에 관한 확인적 요인분석을 수행하여 구성개념들의 타당성을 확보한 후 구조모형을 검증한 결과, 호스트의 상호작용성은 준사회적 상호작용의 가장 강력한 선행요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준사회적 상호작용은 호스트 신뢰와 시청 몰입을 거쳐 구매의도에 이르렀으며, 직접효과보다 매개를 경유하는 간접효과의 크기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면 속의 친밀함이 곧바로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몰입이라는 심리적인 전환을 거쳐 구매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의뢰인의 연구결과는 호스트 운영 전략의 축이 외모의 매력이 아니라 실시간 소통의 설계에 있다는 중요한 실무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준사회적 상호작용은 소비자심리학과 경영학, 미디어 연구, 광고학 등의 연구 영역이 주목하는 키워드입니다. 어느 영역에서의 연구이든지 가장 중요한 관건은,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플랫폼의 고유한 환경과 맥락을 관련 이론에 대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