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협력(workplace cooperation): 일터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사회적 자원”
일하는 사람의 정신건강은 산업안전보건 영역이 다루는 중요한 연구주제입니다. 직무스트레스와 소진, 우울은 생산성의 손실과 산업재해의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직무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의 결과에서는 일터의 정신건강이 업무 요구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변수는 그 요구를 함께 감당해 줄 사회적 자원의 존재입니다. Johnson & Hall(1988)은 고전적인 요구-통제 모형에 직장 내 사회적 지지의 차원을 더한 요구-통제-지지 모형을 검증하였는데, 높은 요구와 낮은 통제의 부담이 동료 지지의 결핍과 결합될 때 건강의 위험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규명하였습니다. 동료와의 협력은 업무를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조건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질병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보호 요인인 것입니다.
- Johnson, J. V., & Hall, E. M. (1988). Job strain, work place social support, and cardiovascular disease: A cross-sectional study of a random sample of the Swedish working population.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78(10), 1336-1342.
“고용형태: 같은 일터, 다른 위험”
그런데 보호 요인의 효과를 논의할 때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그 보호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작동하는가입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정규직과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는 같은 일터에서도 서로 다른 조건에 놓입니다. Virtanen et al.(2005)은 임시 고용과 건강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하였는데, 고용의 불안정성이 정신건강의 악화와 연관된다는 근거를 보여주었습니다. 고용형태는 소득과 안정성의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조직 안에서 맺는 관계의 질과 사회적 자원에 대한 접근에도 격차를 만들게 합니다. 동료 협력이라는 보호막의 두께가 고용형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하는 지점이며, 이 상호작용의 검증이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학술적 기여가 됩니다.
- Virtanen, M., Kivimäki, M., Joensuu, M., Virtanen, P., Elovainio, M., & Vahtera, J. (2005). Temporary employment and health: A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34(3), 610-622.
이러한 질문의 검증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고용형태별 하위집단의 비교와 상호작용의 검정을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의 대표성 있는 표본이고, 둘째는 타당화된 정신건강 측정도구입니다. 우리나라의 근로환경조사(Korean Working Conditions Survey; KWCS)는 전국의 취업자를 대표하는 대규모 표본을 제공하는 공공 조사 자료로서 첫째 조건을 충족합니다. 이와 함께, 세계보건기구가 개발한 WHO-5 웰빙 지수는 우울 선별의 도구로서 국제적인 타당화가 축적되어 둘째 조건을 충족합니다. Topp et al.(2015)가 수행한 체계적 문헌 고찰은WHO-5가 간결하면서도 우울의 선별에서 충분한 민감도를 갖춘 도구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타당하게 구축된 공공 자료와 검증된 도구의 결합은, 데이터 수집의 부담 없이 정책적인 함의가 큰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2차 자료 연구의 정석입니다.
- Topp, C. W., Østergaard, S. D., Søndergaard, S., & Bech, P. (2015). The WHO-5 Well-Being Index: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84(3), 167-176.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직업환경의학 전공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직장 내 협력과 정신건강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협력과 우울의 연관성을 검증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프라임은 고용형태의 조절 역할이라는 질문을 더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보호 요인의 효과가 고용형태에 따라 다른지를 상호작용항으로 검증하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보호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을 특정하는 정책적인 함의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근로환경조사 자료의 변수 구조에 맞춘 분석 계획, 곧 인구사회학적, 직업적인 특성을 보정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와 선형 회귀, 그리고 고용형태별 층화(stratification) 분석과 상호작용 검정의 설계를 함께 수립하였습니다.
통계분석을 수행한 결과, 동료와의 협력은 모든 고용형태에서 우울 증상의 낮은 위험과 유의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의 핵심 기여로서, 그 보호적 연관의 크기가 고용형태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나타났습니다. 협력이라는 자원이 일터의 모든 구성원에게 보호막이 되지만 그 두께는 고용의 지위에 따라 같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의뢰인의 연구 결과는 직장 정신건강 증진의 개입이 고용형태의 차이를 고려한 맞춤의 접근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하였습니다.
의뢰인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층화와 상호작용의 정교한 분석 설계에 있었습니다. 특히, 근로환경조사와 같은 공공 자료는 그 설계를 감당할 검정력(statistical power)을 제공하는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