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 연구의 영역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알람피로(alarm fatigue)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중환자실은 환자의 생체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수많은 의료기기로 둘러싸인 공간입니다. 심전도 모니터와 인공호흡기, 수액 주입 펌프는 환자의 상태가 설정된 범위를 벗어날 때마다 경보음을 발생시킵니다. 알람은 본래 환자의 위험을 조기에 알리는 안전장치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도한 알람은 그 자체로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알람피로는 임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다량의 알람으로 인하여 의료인의 감각이 둔감해지고, 알람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거나 무시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알람피로의 발생 기전에서 핵심은 거짓 알람과 비실행성 알람(non-actionable alarm)의 비중입니다. Drew et al.(2014)은 중환자실 환자들을 연속적으로 관찰한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한 달 동안 250만 건이 넘는 알람이 발생하였으며, 그 가운데 임상적인 조치를 실제로 요구하는 알람의 비율은 극히 낮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 Drew, B. J., Harris, P., Zègre-Hemsey, J. K., Mammone, T., Schindler, D., Salas-Boni, R., … & Hu, X. (2014). Insights into the problem of alarm fatigue with physiologic monitor devices: A comprehensive observational study of consecutive intensive care unit patients. PLoS ONE, 9(10), e110274.
경보의 대부분이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의료인은 ‘이번에도 거짓일 것’이라는 학습된 기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습관화(habituation)와 둔감화(desensitization)가 임상 환경에서 재현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낮은 확률의 진짜 알람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알람에 대한 무반응과 지연 반응은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진 사건들의 원인으로 보고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의료기기 안전기관인 ECRI는 알람 관련 위험을 여러 해에 걸쳐 의료기술 위험 목록의 최상위에 선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알람피로 연구의 학술적인 토대를 정리한 대표적인 문헌은 Cvach(2012)가 수행한 통합적 문헌고찰입니다. Cvach(2012)는 알람피로에 관한 실증 연구들을 종합하며, 알람의 과부하가 의료인의 반응 지연과 알람 비활성화라는 위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체계화하였습니다. 그리고 Sendelbach & Funk(2013)는 알람피로를 환자안전의 관점에서 개념화하며, 알람 관리의 표준화와 조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 Cvach, M. (2012). Monitor alarm fatigue: An integrative review. Biomedical Instrumentation & Technology, 46(4), 268-277.
- Sendelbach, S., & Funk, M. (2013). Alarm fatigue: A patient safety concern. AACN Advanced Critical Care, 24(4), 378-386.
개입(intervention)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의 사례도 관찰되고 있는데, Graham & Cvach(2010)는 알람 설정의 표준화와 전극의 정기적인 교체 등의 실무 개선을 통하여 병동의 알람 발생량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는 점을 보고하였습니다. 알람피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 Graham, K. C., & Cvach, M. (2010). Monitor alarm fatigue: Standardizing use of physiological monitors and decreasing nurse desensitization. American Journal of Critical Care, 19(1), 28-34.
간호학의 관점에서 알람피로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알람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반응하는 직군이 간호사이기 때문입니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근무 시간 내내 알람의 홍수 속에서 진짜 위험을 선별해야 하는 인지적인 부담을 감당합니다. 알람피로는 간호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소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인 동시에,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활동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따라서 알람피로의 수준을 측정하고 관련 변수들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는 간호 인력 관리와 환자안전 정책의 기초 자료로서 높은 가치를 가집니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알람피로를 연구주제로 삼은 간호학 석사학위 논문컨설팅 후기에 대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학 석사과정의 간호사였습니다. 의뢰인은 알람피로라는 주제에 대한 확신은 있었으나, 알람피로와 함께 다룰 변수의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선행연구의 고찰을 토대로 간호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환자안전관리활동을 관련 변수로 제안하였습니다. 알람피로의 수준과 간호 행동의 결과를 함께 아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는 서술적 상관관계 연구(descriptive correlational study)로 설계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기술통계와 Pearson 상관분석을 통해 변수 간의 관계를 확인하였습니다. 분석의 결과, 알람피로는 직무 스트레스와 통계적 유의수준에서 정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알람피로는 환자안전관리활동과 부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알람피로의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는 간호사일수록 직무 스트레스를 크게 경험하며,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활동의 수행은 위축된다는 점이 확인된 것입니다.
알람피로는 스마트 의료기기의 확산과 함께 앞으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간호학의 연구주제입니다. 상관관계 연구는 변수 간의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후속 연구의 가설을 수립하는 기초로서 충분한 학술적 가치를 가집니다. 관건은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는 변수를 이론적인 근거 위에서 선정하고, 결과의 해석에서 상관과 인과를 혼동하지 않는 엄정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