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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과 경영학 석사학위 논문컨설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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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노동 담론을 뒤흔든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조용한 사직이라는 용어는 2022년에 한 미국 엔지니어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짧은 영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영상의 메시지는 간명했습니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업무의 범위를 조용히 벗어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세계적인 신드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실제의 퇴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몸은 남아 있으나 계약된 최소한의 업무만을 수행하며, 그 이상의 헌신과 열정을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심리적인 이탈의 상태를 뜻합니다.

팬데믹 이후의 노동시장에서 대량의 자발적 퇴사가 이어진 현상을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이라고 부릅니다. Formica & Sfodera(2022)는 대사직과 조용한 사직을 연속선상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진단하였는데, 일과 삶에 대한 구성원들의 가치관 변화가 그 저변에 놓여 있다는 점을 분석하였습니다. 퇴사할 여건이 되는 사람은 조직을 떠났고, 떠나지 못한 사람은 조직 안에서 마음을 거두었다는 해석입니다.

  • Formica, S., & Sfodera, F. (2022). The Great Resignation and Quiet Quitting paradigm shifts: An overview of current situation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s. Journal of Hospitality Marketing & Management, 31(8), 899-907.

조용한 사직은 새로운 유행어이지만, 그 학술적인 뿌리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개념의 원형은 Kahn(1990)이 설계한 직무 몰입과 이탈(engagement and disengagement)의 이론에서 발견됩니다. Kahn(1990)에 따르면, 구성원은 심리적 의미감과 안전감, 가용성이 충족될 때 자신의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에너지를 역할 수행에 온전하게 투입합니다. 반대로 그 조건이 무너질 때 구성원은 자신을 역할로부터 분리하며 방어적으로 물러납니다. 조용한 사직은 바로 이 심리적인 이탈이 오늘의 언어로 재명명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Kahn, W. A. (1990). Psychological conditions of personal engagement and disengagement at work.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3(4), 692-724.

직무열의(work engagement)에 관한 연구의 전통도 조용한 사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Schaufeliet al.(2002)은 직무열의를 활력-헌신-몰두로 구성되는 긍정적인 심리 상태로 개념화하였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직무열의의 세 요소가 체계적으로 낮아진 상태와 개념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조용한 사직에는 능동적인 선택이라는 고유한 결이 있습니다. 에너지가 소진되어 열의를 잃은 것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판단의 결과로 헌신의 공급을 스스로 중단한다는 점입니다.

  • Schaufeli, W. B., Salanova, M., González-Romá, V., & Bakker, A. B. (2002). The measurement of engagement and burnout: A two sample confirmatory factor analytic approach.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3(1), 71-92.

그렇다면 구성원은 왜 헌신의 공급을 중단하는가. 유력한 설명은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의 위반입니다. 심리적 계약은 고용 관계에서 조직이 자신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이라는 구성원의 암묵적인 믿음을 의미합니다. 공정한 보상과 성장의 기회, 노력에 대한 인정이 그 내용입니다. Zhao et al.(2007)은 메타분석의 수행을 통하여 심리적 계약의 위반이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을 저하시키고, 조직시민행동의 철회와 이직의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검증하였습니다. 조직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각하는 순간, 구성원은 계약의 이행 수준을 스스로 하향 조정하는 것입니다.

  • Zhao, H., Wayne, S. J., Glibkowski, B. C., & Bravo, J. (2007). The impact of psychological contract breach on work-related outcomes: A meta-analysis. Personnel Psychology, 60(3), 647-680.

조용한 사직이 경영학의 연구주제로서 가지는 가치는 분명합니다. 이직은 눈에 보이지만 조용한 사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직 중인 구성원의 보이지 않는 이탈은 조직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잠식하면서도 인사 지표에는 포착되지 않습니다. 조용한 사직의 수준을 측정하고 그 영향요인을 규명하는 연구가 실무적으로 절실한 이유입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기업의 인사 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영학 석사과정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조용한 사직이라는 주제의 시의성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유행어에 머무는 개념을 학술적인 변수로 전환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조용한 사직을 심리적 이탈의 전통 위에서 정의하도록 안내하였으며, 심리적 계약 위반과 조직공정성 지각을 영향요인으로 하는 연구모형의 설계를 지도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연구가설을 검증하였습니다. 분석의 결과, 심리적 계약 위반은 조용한 사직에 통계적 유의수준에서 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의 지각은 조용한 사직을 낮추는 요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보상의 공정성 관리와 약속의 이행이 구성원의 헌신을 지키는 관건이라는 실무적인 제언을 논의에 담아 연구결과가 제공하는 시사점을 마련하였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시의성과 학술성을 겸비한 매력적인 연구주제입니다. 대중적인 유행어를 이론의 계보 위에 정확하게 위치시키고, 기존의 유사 개념들과의 차별성을 논의해야 합니다. 개념화의 토대가 단단할 때, 시류를 타는 주제는 오히려 심사자의 흥미를 이끄는 강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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