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컨설팅 후기

컨설팅 성공사례

정서적 내구성과 산업디자인 SCOPUS급 학술지 논문컨설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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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내구성: 물건은 낡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떠나서 버려진다”

우리가 버리는 제품의 다수는 기능이 다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멀쩡하게 작동하지만 마음이 떠난 물건들이 서랍과 창고를 거쳐 폐기물이 됩니다. 지속가능 디자인에 관한 논의는 재활용 소재와 에너지 효율에 집중해 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물리적인 내구성만이 아니라 사용자와 제품 사이 관계의 내구성이라는 점입니다. Chapman(2009)은 정서적 내구성(affective durability)의 개념을 통해 지속가능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소비의 낭비는 소재의 실패가 아니라 관계의 실패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디자인의 과제는 고장이 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버리고 싶지 않은 제품, 곧 사용자와의 정서적인 유대가 시간과 함께 깊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 Chapman, J. (2009). Design for (emotional) durability. Design Issues, 25(4), 29-35.

정서적 내구성에 관한 이론적인 토대는 제품 경험과 제품 애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Desmet & Hekkert(2007)는 제품 경험을 감각의 미적 경험과 의미의 경험, 정서의 경험이라는 세 수준으로 식별하고 사용자가 제품과 만나는 경험의 결을 분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제품 애착의 연구들은 어떤 제품이 오래 사랑받는지에 대한 단서들을 밝혀 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Schifferstein & Zwartkruis-Pelgrim(2008)은 소비자-제품 애착의 결정요인을 탐색하였는데, 제품에 담긴 기억과 제품이 주는 즐거움이 애착의 핵심 원천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특별한 사건과 사람의 기억이 깃든 물건은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폐기의 손길을 비켜가는 것입니다.

  • Desmet, P. M. A., & Hekkert, P. (2007). Framework of product experience. 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 1(1), 57-66.
  • Schifferstein, H. N. J., & Zwartkruis-Pelgrim, E. P. H. (2008). Consumer-product attachment: Measurement and design implica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 2(3), 1-13.

“오래 사랑받는 디자인의 조건: 사용자의 이야기에서 원칙을 캐내다”

애착의 원리를 디자인의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져 왔습니다. Mugge et al.(2005)은 사용자와 제품의 강한 유대가 교체의 시점을 늦춘다는 점에 주목하고, 개인화의 여지를 남기는 디자인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는 디자인을 교체 지연의 전략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사용자가 제품에 자신의 손길과 시간을 들일수록 그 제품은 시장의 신제품이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 Mugge, R., Schoormans, J. P. L., & Schifferstein, H. N. J. (2005). Design strategies to postpone consumers’ product replacement: The value of a strong person-product relationship. The Design Journal, 8(2), 38-48.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애착은 어떤 결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디자인의 조건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해야 합니다. 답은 실험실이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 속에 있습니다. 디자인 연구의 전통에서 널리 활용되어 온 접근 방식은 오래 사용해 온 애착의 물건을 매개로 사용자의 이야기를 듣는 심층인터뷰입니다. 물건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추상적인 질문으로는 닿을 수 없는 구체적인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며, 사용의 흔적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실마리가 됩니다. 사용자의 서사에서 애착의 요인을 발견하고, 그 요인을 디자인의 원칙으로 번역하는 것, 즉 사람에서 출발하여 디자인으로 돌아오는 이 여정이 디자인 질적 연구의 한 가지 방식입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사학위 소지자였습니다. 의뢰인은 짧아지는 제품 교체 주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며 정서적 내구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우리나라 사용자의 목소리에서 애착의 구조를 식별할 수 있는 질적 연구를 사용하여 연구 전략을 가이드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오랜 기간 사용하며 특별한 애착을 느끼는 제품을 보유한 사용자들을 참여자로 선정하고, 심층인터뷰를 설계하였으며, 인터뷰 자료로부터 애착 요인을 도출하는 주제분석의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

의뢰인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을 만나 애착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수집하였으며,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을 수행하여 애착 경험의 구조를 범주화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특별한 사람과 시절의 기억을 담는 저장소로서의 물건, 흠집과 빛바램이 훼손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의 기록으로 읽히는 흔적의 미학, 몸에 익은 사용의 감각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고쳐 쓰는 경험이 오히려 유대를 깊게 만드는 수리의 역설이 애착의 서사를 이루는 주제로 드러났습니다. 의뢰인은 도출된 요인들을 디자인의 언어로 변형하고 사용자의 개입과 개인화의 여지를 남기는 설계, 품위 있게 나이 드는 소재의 선택, 수리와 손질의 경험을 오픈하는 구조들로 이루어진 정서적 내구성 디자인의 원칙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소개해 드린 연구 사례가 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지속가능 디자인 연구의 관점을 전환하였다는 점입니다.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 구조가 하드웨어적인 해법이라면, 정서적 내구성은 사용자와의 관계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적인 해법입니다. 두 접근이 서로 만날 때 지속가능성의 논의는 비로소 완성됩니다. 실무의 관점에서도 함의가 뚜렷합니다. 빠른 유행의 회전으로 교체를 부추겨 온 산업의 패러다임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제품은 브랜드 충성과 중고 가치, 그리고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력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됩니다. 사용의 흔적을 부끄러운 낡음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이력으로 만들어 주는 소재와 마감, 그리고 사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겨 넣을 수 있는 개인화의 여백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는 디자이너가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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