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연구방법론 중의 하나인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문화기술지를 사용하여 작성한 상담심리학 KCI 학술지 게재 후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자문화기술지는 질적 연구방법(qualitative study) 중의 하나입니다. 자문화기술지라는 용어는 인류학자인 David Hayano가 1979년에 프로 포커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문화기술지는 연구자가 자신을 연구의 대상으로 1인칭 관찰 시점에서 사회 세계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나’에 관하여 성찰하고 ‘나’의 경험을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자문화기술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현재에는 크게 두 가지 패러다임의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형태는 ‘연상적’인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가지는 결정적인 특징은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독자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감정에 관한 인식론을 불러 일으켜 연구문제를 우회하는 대신, 독자가 다른 사람(예., 연구자 자신)의 감정을 느끼도록 ‘감동’ 시키는 방법에 해당합니다. 연상적 자문화기술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독자에게 ‘나’와 공감하고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상적인 방식은 전통적인 사회과학 방법론적, 인식론적인 경계를 거부합니다. 자문화기술지의 다른 한 가지 형태는 ‘분석적’ 방식입니다. 분석적 자문화기술지 방식은 전형적인 사회괴학적 인식론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분석에 치중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러나 ‘연상적’과 ‘분석적’ 형태 사이의 구분은 모호하며, 이들 두 가지는 모두 연구자의 자아를 성찰하고 자신을 사회에 참여시키려는 방법론적, 표현적 헌신이라는 공통점을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정에 대한 강조를 고려하는 자문화기술지는 대부분 질병과 사회적 상실, 가족 기능 장애, 자신의 정체성 갈등, 또는 기타 정서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에 초점을 맞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비밀과 깊은 감정적 고통, 갈등으로 가려져 있는 자신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하나씩 드러냄으로써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방법을 흔히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문화기술지를 활용한 연구논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팁이라면, 연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관한 내면적인 과정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마녀 캠프 축제의 내부 모습’에 관한 Calley Jones의 연구에서는 지배 문화의 규범성에 저항하는 자신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베테랑 장거리 육상 선수이었던 John Hockey의 연구에서는 심각한 부상에 직면했을 때 운동선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체성 작업’의 중요성을 논의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병치레를 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Jones, C. (2010). Playing at the queer edges. Leisure Studies, 29, 269-287.
Hockey, J. (2005). Injured distance runners: A case of identity work as self-help. Sociology of Sport Journal, 21, 38–58.
자문화기술지라는 연구방법론에 대해서 적지 않은 학자들이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자문화기술지를 활용하려는 연구자는 자신이 ‘물리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사교 활동을 벌인다고 혹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자는 자문화기술지는 매우 기회주의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어떠한 사람의 경험을 낮선 사람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이고 공감적인 이해를 지향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주관성과 정체성, 자아를 상실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타인을 낮선 대상이 아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테두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문화기술지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연구방법론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의뢰인의 KCI 학술지 게재 후기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의뢰인은 상담심리사로 현직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최종 심사를 위해서는 두 편의 KCI 학술지 게재 실적이 필요하였는데, 자문화기술지를 기반으로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기를 원했던 분이었습니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하셨던 의뢰인답게(?) 상담을 전공하게 된 계기를 자기성장과 경험을 연구주제로 삼아 풀어나가기를 원했습니다.
자문화기술지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전형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1) 개인의 삶에 주목하고, (2) 자신의 성찰 과정에서 부각된 특이한 점을 사회 문화적 측면에 대입하며, (3) 자신이 자각한 의식화된 구조를 기존의 이론을 통해서 해석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발달 과정을 해석하기 위해 그 유명한 Carl Rogers의 ‘인간중심이론’을 활용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이론은 ‘자기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신을 유지시키고 자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려는 ‘자아 실현 경향성’을 가진다는 점을 기초로 합니다.
의뢰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어린시절의 마음 아픈 경험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가지는 존재로서의 ‘나’를 자각하게 되었고, 하지만 아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불완전하고 미숙함을 느끼며 살아온 과정을 서술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아 실현을 위해서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Carl Rogers의 ‘자아 실현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자문화기술지를 주로 다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 학술지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투고하였습니다. 질적인 연구방법을 활용한 연구라면 누구나 체험할 수 밖에 없는 상당히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의 ‘수정 후 재심사’와 ‘수정 후 게재’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정 후 재심사’ 판정을 내린 어느 한 심사위원의 의견은 너무나도 까탈스럽고 가혹할 만큼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의견에 대응하고 반박하며 수정과 보완을 거쳐가는 과정은 연구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합니다. 약 2달의 기간을 거치며 심사위원의 의견에 따라 대응한 끝에 의뢰인의 논문은 최종 게재승인 판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의뢰인의 KCI 학술지 게재를 위한 논문 컨설팅 후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