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들고 바다 앞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일과 휴가의 경계를 다시 쓰고 있는 워케이션(workation)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워케이션: 일하는 휴가, 관광산업의 새로운 시장”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용어입니다. 휴가지나 일상을 벗어난 장소에 머물며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근무라는 업무 방식으로 자리를 잡자, 일하는 장소의 제약이 풀린 사람들이 사무실 대신 바다와 산, 낯선 도시를 업무의 공간으로 선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의 미래를 상징하던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일반 직장인의 선택지로 확장된 것입니다. Reichenberger(2018)는 디지털 노마드 연구를 통하여 이들이 일과 여가의 분리가 아니라 삶 전체의 자유와 자기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을 규명하였는데, 워케이션은 바로 이 지향이 제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Reichenberger, I. (2018). Digital nomads: A quest for holistic freedom in work and leisure. Annals of Leisure Research, 21(3), 364-380.
관광산업의 관점에서 워케이션은 매력적인 새로운 시장입니다. 워케이션 수요는 주말과 성수기에 몰리는 전통적인 관광 수요와 달리 평일과 비수기를 채워주며, 체류의 기간이 길어 객단가가 높습니다. 호텔과 리조트는 업무 공간과 회의 시설을 결합한 워케이션 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생활인구의 유치와 지역 소멸의 대응이라는 정책 목표 아래에 워케이션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공급의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워케이션을 떠나는가? 참여동기의 규명이 상품 설계와 마케팅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참여동기: 밀어내는 힘과 끌어당기는 힘”
관광 동기 연구의 고전적인 프레임워크는 Crompton(1979)가 제시한 추진-유인(push-pull) 동기 이론입니다. 추진 동기는 일상으로부터 사람을 밀어내는 내면의 힘이며, 탈출과 휴식, 긴장의 해소, 관계의 회복이 속합니다. 유인 동기는 목적지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외부의 힘으로, 자연 경관과 시설, 문화적인 매력이 대표적입니다. 여행의 결정은 이 두 힘의 합작이라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입니다.
- Crompton, J. L. (1979). Motivations for pleasure vacation. Annals of Tourism Research, 6(4), 408-424.
흥미로운 점은 워케이션의 동기가 이 고전적인 프레임워크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워케이션 참여자는 일상을 탈출하면서도 업무를 가져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재충전과 환경 전환이라는 관광의 동기 위에, 방해받지 않는 몰입과 생산성의 향상, 근무 자율성의 향유라는 일의 동기가 겹쳐집니다. 여기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 회사의 복지 제도 활용과 같은 동기의 결도 더해집니다. 휴가의 동기와 업무의 동기가 어떤 비중으로 결합하여 참여를 이끄는지가 확인되어야 할 질문이며, 그 답은 워케이션 상품이 휴양 시설에 힘을 실어야 하는지 업무 환경에 힘을 실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실무의 나침반이 됩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호텔업계에서 근무하는 호텔관광경영학 석사과정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호텔의 워케이션 상품 기획에 참여하며 연구주제를 정하였습니다. 프라임은 추진-유인 동기 이론을 틀로 삼아 워케이션의 참여동기를 구조화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은 다수의 동기 요인들이 워케이션 참여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연구모형을 설계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워케이션의 경험이 있거나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연구가설을 검증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재충전의 동기를 포함하는 기대가 참여의도의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여행 목적지의 매력 또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의뢰인의 연구 결과는 워케이션의 수요가 휴가의 연장이 아니라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워케이션 상품의 핵심이 휴양 시설의 화려함보다는 업무 환경과 자율적인 시간 설계에 있다는 실무적인 시사점을 제공하였습니다.
워케이션은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의 미래와 관광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나타내는 연구 주제입니디. 새로운 현상을 유행어로 풀어내지 않고, 검증된 동기 이론의 틀 위에서 현상의 고유한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