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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의 돌봄부담과 사회복지학 박사학위 논문컨설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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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어러(young carer)는 질병이나 장애, 정신건강의 문제, 약물 의존 등을 가진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아동과 청소년, 청년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성인이 감당해야 할 간병과 가사, 정서적 지지, 경제활동의 책임을 이른 나이에 짊어집니다. 영케어러 연구의 출발점은 1990년대의 영국입니다. 영국의 사회정책 학계는 통계에 잡히지 않던 아동 돌봄제공자의 존재를 가시화하였고, 이후 법과 제도로 이들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Becker(2007)는 영국과 호주, 미국 등의 사례를 비교하며 영케어러에 대한 연구와 정책의 국제적인 지형을 정리하였고, 국가별 인식의 수준에 따라 지원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규명하였습니다.

  • Becker, S. (2007). Global perspectives on children’s unpaid caregiving in the family: Research and policy on ‘young carers’ in the UK, Australia, the USA and Sub-Saharan Africa. Global Social Policy, 7(1), 23-50.

우리나라에서 영케어러가 사회적인 의제로 떠오른 계기는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2021년에 20대 청년이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다 벌어진 비극이 알려지면서, 가족돌봄청년이라는 이름의 존재가 비로소 공론의 장에 등장하였습니다. 이후 정부는 실태조사와 시범사업을 통해 지원의 제도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들의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영케어러는 스스로를 돌봄제공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의 사정을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에, 통계와 행정의 그물망에 잡히지 않는 은폐된 인구(hidden population)로 남아 있습니다.

영케어러 연구의 사반세기를 돌아본 Aldridge(2018)는 연구와 정책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지적하였습니다. 영케어러의 발굴과 지원이 여전히 사후적이며,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의 설계 과정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사자의 경험과 언어로부터 출발하는 연구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 Aldridge, J. (2018). Where are we now? Twenty-five years of research, policy and practice on young carers. Critical Social Policy, 38(1), 155-165.

돌봄부담(caregiver burden)은 돌봄의 제공으로 인하여 돌봄자가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인 부담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Zarit et al.(1980)은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부담을 조사하는 연구를 통하여 돌봄부담을 사회과학의 핵심 구성개념으로 정립하였습니다. 그러나 성인 돌봄자를 전제로 발전해 온 돌봄부담의 논의는 청년 돌봄자에게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같은 무게의 짐이라도, 생애의 어느 시점에 짊어지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Zarit, S. H., Reever, K. E., & Bach-Peterson, J. (1980). Relatives of the impaired elderly: Correlates of feelings of burden. The Gerontologist, 20(6), 649-655.

청년기의 돌봄이 가지는 고유성을 이해하는 유력한 이론적인 렌즈는 생애과정 관점(life course perspective)입니다. Elder(1994)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시간표 위에서 전개되며, 생애 사건의 시기(timing)가 이후의 궤적을 결정짓는 힘을 가집니다. 청년기는 학업과 취업, 관계의 형성을 통해 성인기로 이행하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진입한 돌봄은 학업의 중단과 경력의 지연, 관계의 축소를 낳으며 성인기 이행의 시간표 전체를 뒤흔듭니다. 영케어러의 돌봄부담이 현재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생애 전망(life prospects)의 문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Elder, G. H., Jr. (1994). Time, human agency, and social change: Perspectives on the life course. Social Psychology Quarterly, 57(1), 4-15.

가족 내 역할의 전도를 설명하는 부모화(parentification)의 개념도 중요한 준거입니다. 부모화는 자녀가 부모를 정서적, 도구적으로 보살피는 역할의 역전을 의미합니다. Earley & Cushway(2002)는 부모화된 아동이 자신의 발달적인 욕구를 유보한 채 가족의 필요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심리적 과정을 분석하였습니다. 영케어러의 경험은 돌봄노동의 부담과 부모화의 심리적 역동이 겹쳐진 이중의 구조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 Earley, L., & Cushway, D. (2002). The parentified child. Clinical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7(2), 163-178.

영케어러 연구에서 질적인(qualitative) 접근의 정당성은 뚜렷합니다. 첫째, 모집단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은폐된 인구에게는 대표성 있는 표본에 기반한 양적 조사가 원천적으로 어렵습니다. 둘째, 돌봄부담의 표준화된 척도들은 성인 돌봄자를 전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청년의 고유한 경험을 측정의 틀에 담아내지 못합니다. 셋째, 생애 전망이라는 주제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 미래의 기대가 얽힌 시간의 서사이며, 서사는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형식으로만 온전하게 포착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해 왔다는 이 분야의 오랜 반성을 고려한다면, 청년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는 연구는 그 자체로 학술적이고 실천적인 기여가 됩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청년복지 현장의 실무 경력을 가진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수료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현장에서 만난 가족돌봄청년들의 삶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돌봄부담 척도를 활용한 양적 설계와 질적 설계 사이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은폐된 인구라는 연구 대상의 특성과 생애 전망이라는 주제의 서사적인 성격을 근거로 질적 연구를 제안하였으며, 개별 삶의 시간적인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내러티브 탐구를 연구방법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아울러 지원기관과 자조모임을 통한 참여자 모집의 경로와 연구윤리 심의(IRB) 대응의 전략을 가이드하였습니다.

의뢰인은 가족을 돌보고 있거나 돌본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심층인터뷰를 수행하였으며, 참여자별 서사의 재구성과 서사 간에 관찰되는 공통 주제의 도출을 병행하는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준비 없이 닥친 돌봄으로의 진입과 학업 및 취업 계획의 유예, 돌봄자와 청년이라는 이중 정체성의 갈등, 그리고 제도의 공백 속에서 홀로 감당하는 책임이 이들의 생애 서사를 관통하는 주제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돌봄의 종료 이후에도 지연된 이행의 흔적이 생애 전망에 길게 드리워진다는 발견은, 영케어러 지원이 돌봄의 기간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인 함의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영케어러는 사회복지학과 청년 연구, 돌봄 연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앞으로 연구의 필요성이 크게 증가할 주제입니다. 한편, 접근이 어려운 연구 대상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 특성에 부합하는 연구방법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특히 취약한 참여자를 대하는 연구윤리의 섬세함이 연구의 품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는 연구는 연구방법의 엄밀함과 윤리의 세심함이 함께 갖추어질 때 비로서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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