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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이론과 상담심리학 박사학위 논문컨설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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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loss)과 애도(grief)에 관한 심리학 이론의 발전 과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애도 연구의 패러다임 중의 하나인 ‘의미재구성(meaning reconstruction)’을 연구주제로 삼은 상담심리학 박사학위 논문컨설팅 후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애도는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이후에 경험하는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인 반응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애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인 경험입니다. 그러나 애도가 전개되는 양상과 강도, 그리고 지속 기간은 개인에 따라서 현저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애도이론(grief theory)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이 발전해 온 역사적인 흐름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애도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인 논의는 Sigmund Freud가 1917년에 발표한 ‘애도와 멜랑콜리아(Mourning and Melancholia)’에서 출발합니다. Freud는 애도를 ‘상실한 대상에게 투여된 심리적인 에너지를 회수하는 과정’으로 개념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고인과의 정서적인 유대를 끊어내는 ‘애도 작업(grief work)’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만 새로운 대상과의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이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애도 연구와 임상 실무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의 창시자인 John Bowlby는 애도를 애착 대상의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해석하였습니다. Bowlby에 따르면, 애도는 충격과 무감각, 그리움과 탐색, 혼란과 절망, 그리고 재조직화(reorganization)라는 일련의 단계를 거치며 전개됩니다. 애착의 관점에서 바라본 애도는 단절된 유대를 회복하려는 인간의 근원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이론적인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애도 모델은 Elisabeth Kübler-Ross가 1969년에 제시한 5단계 모델입니다. 부정(denial)과 분노(an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그리고 수용(acceptance)으로 이어지는 이 모델은 임종과 사별을 이해하는 직관적인 틀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연구들은 애도가 고정된 순서에 따라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고하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별자들은 단계를 건너뛰거나, 여러 단계를 동시에 경험하거나, 이미 지나온 단계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나타냅니다.

이들 단계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Margaret Stroebe와 Henk Schut는 ‘이중과정모델(dual process model of coping with bereavement)’을 제안하였습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별자는 상실 자체에 몰입하는 ‘상실지향 대처(loss-oriented coping)’와 상실 이후의 삶의 과제에 집중하는 ‘회복지향 대처(restoration-oriented coping)’ 사이를 역동적으로 오가는 진동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애도는 어느 한쪽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두 지향 사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는 능력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 Stroebe, M., & Schut, H. (1999). The dual process model of coping with bereavement: Rationale and description. Death Studies, 23(3), 197-224.

애도의 과정을 이론적으로 해석하려는 흐름의 정점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Robert Neimeyer가 제시한 ‘의미재구성(meaning reconstruction)’입니다. 구성주의(constructivism) 심리학에 뿌리를 둔 의미재구성 이론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일관된 이야기(narrative)로 구성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이러한 자기 서사(self-narrative)의 일관성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키는 사건입니다. 특히 갑작스럽거나 폭력적인 죽음은 세상이 안전하고 예측이 가능하며 공정하다는 사별자의 기본 가정(assumptive world)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됩니다. 따라서 Neimeyer(2000)는 애도의 핵심 과정을 상실로 인해 붕괴된 의미 체계를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노력으로 개념화하였습니다.

• Neimeyer, R. A. (2000). Searching for the meaning of meaning: Grief therapy and the process of reconstruction. Death Studies, 24(6), 541-558.

의미재구성은 크게 세 가지 형태의 하위 과정으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의미발견(sense-making)’입니다. 이는 상실 사건 자체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별자는 죽음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이해하거나, 종교적 또는 철학적인 관점에서 죽음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시도합니다.

둘째는 ‘이익발견(benefit-finding)’입니다. 이는 상실의 경험으로부터 개인적인 성장이나 긍정적인 변화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재정립되거나, 가족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거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깊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셋째는 ‘정체성 변화(identity change)’입니다. 이는 상실 이후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은 ‘아내’ 또는 ‘남편’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하며, 이에 따라 자기 개념의 재조직화가 요구됩니다.

Gillies & Neimeyer(2006)는 이 세 가지 과정을 통합하는 의미재구성 모델을 정교화하였습니다. 그리고 상실 전의 의미 구조가 죽음을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애도의 경로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였습니다.

• Gillies, J., & Neimeyer, R. A. (2006). Loss, grief, and the search for significance: Toward a model of meaning reconstruction in bereavement. Journal of Constructivist Psychology, 19(1), 31-65.

의미재구성이 애도 연구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개념이 사별자의 적응 수준을 예측하는 강력한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Holland et al.(2006)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별 후 2년 이내의 적응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의미발견과 유익발견은 사별 경과 기간이나 사별자와 고인의 관계보다 훨씬 더 큰 설명력을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보다 ‘상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애도 적응의 핵심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 Holland, J. M., Currier, J. M., & Neimeyer, R. A. (2006). Meaning reconstruction in the first two years of bereavement: The role of sense-making and benefit-finding. Omega: Journal of Death and Dying, 53(3), 175-191.

이와 함께, 의미재구성의 실패는 병리적인 애도 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상실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고인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집착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는 ‘지속성 애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로 개념화되었습니다. 지속성 애도장애는 DSM-5-TR과 ICD-11에 공식 진단으로 등재되었으며, 이는 애도 연구가 상담 및 임상심리학 영역에서 가지는 실천적인 중요성을 방증합니다.

• Prigerson, H. G., Horowitz, M. J., Jacobs, S. C., Parkes, C. M., Aslan, M., Goodkin, K., … & Maciejewski, P. K. (2009). Prolonged grief disorder: Psychometric validation of criteria proposed for DSM-V and ICD-11. PLoS Medicine, 6(8), e1000121.

다른 한편으로, 의미재구성은 ‘외상후성장(posttraumatic growth)’과 개념적으로 연결됩니다. 외상후성장은 고통스러운 사건과의 투쟁 과정에서 경험하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관련 문헌에서는 의미재구성이 상실의 고통을 외상후성장으로 전환시키는 핵심적인 심리적 기제라는 점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의미재구성을 연구주제로 삼아 학위논문을 완성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의뢰인의 논문컨설팅 후기에 대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에 상담 현장에서 사별자를 대상으로 실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담사이기도 합니다. 의뢰인은 상담 현장에서 만난 중년기 배우자 사별자들이 서로 매우 다른 적응의 경로를 밟아가는 현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내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삶의 방향을 회복하는 반면에, 다른 내담자는 수년이 지나도 상실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이러한 개인차를 설명할 수 있는 심리적인 기제를 규명하는 것을 박사학위 논문의 목적으로 삼기를 원했습니다.

프라임은 의뢰인에게 의미재구성 이론을 연구의 전체적인 맥락을 지배하는 이론적인 틀로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별 슬픔과 외상후성장 간의 관계를 ‘의미발견’과 ‘이익발견’이 매개하는 연구모형을 설계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의뢰인은 프라임의 안내에 따라 약 80여 편의 해외 문헌을 고찰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이론적 근거가 탄탄한 연구가설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방법론의 측면에서 특히 중요했던 관건은 의미재구성을 측정하는 타당한 도구의 선정이었습니다. 애도 연구에서 의미재구성의 측정은 심사위원들이 가장 예리하게 관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뢰인은 Holland가 설계한 ‘스트레스 생애경험 통합 척도(Integration of Stressful Life Experiences Scale; ISLES)’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별자의 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문항의 워딩을 보완하는 절차를 거쳤으며,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측정도구의 타당도를 평가하였습니다.

배우자와 사별한 지 6개월 이상이 경과한 중년기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구조방정식모형(SEM) 분석을 통해 연구가설을 검증하였습니다. 연구의 결과로부터 나타난 흥미로운 점은, 사별 슬픔이 외상후성장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에, 사별 슬픔과 외상후성장의 관계는 의미발견과 유익발견에 의해서 완전매개(full mediation)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뢰인의 연구 결과는 상실의 고통 그 자체가 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수행되는 의미재구성의 과정이 성장의 실질적인 동력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애도와 의미재구성은 상담심리학과 임상심리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학문 영역에서 학위논문과 학술지 연구의 주제로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인구통계학적인 변화를 고려한다면, 사별과 애도에 관한 연구의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 애도를 다루는 연구에서는 연구의 맥락에 부합하는 타당한 애도 이론을 발굴하고, 이를 측정도구의 선정과 정교하게 연결시키는 것이 성공적인 논문 완성의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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