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은 어디에서 오고, 지친 마음은 무엇으로 지킬 수 있는가…? 사회부과 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사회부과 완벽주의: 남의 기대가 만든 채찍”
완벽주의 연구의 전환점은 Hewitt & Flett(1991)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완벽주의를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부과하는 자기지향,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타인지향, 그리고 중요한 타인들이 나에게 완벽을 기대한다고 지각하는 사회부과의 세 가지 차원으로 식별하고 측정도구를 개발하였습니다. 세 가지 차원 중에서 정신건강에 가장 해로운 것은 사회부과 완벽주의로 확인되어 왔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이 내가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에, 아무리 성취해도 통제감과 만족을 얻기 어렵고 실패는 곧 관계의 위협으로 경험되기 때문입니다.
- Hewitt, P. L., & Flett, G. L. (1991). Perfectionism in the self and social contexts: Conceptualization, assessment, and association with psychopatholog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0(3), 456-470.
주목할 만한 사실은 사회부과 완벽주의가 시대의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Curran & Hill(2019)은 수십 년에 걸친 대학생 자료를 분석하여, 완벽주의의 세 가지 차원이 모두 세대를 거치며 높아졌고 그 중에서 사회부과 완벽주의의 증가가 가장 가파르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경쟁적인 성과 문화와 SNS의 상시적인 비교 환경이 젊은 세대에게 타인의 기대라는 채찍을 더 무겁게 쥐여주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그리고 그 채찍의 끝에는 소진이 있습니다. Maslach et al.(2001)이 체계화한 번아웃은 정서적 고갈과 냉소, 효능감의 저하로 이루어진 소진의 증후군으로, 직무의 영역에서 출발하여 학업과 취업 준비의 맥락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기준을 향해 달리는 사회부과 완벽주의는 번아웃의 유력한 예측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 Curran, T., & Hill, A. P. (2019). Perfectionism is increasing over time: A meta-analysis of birth cohort differences from 1989 to 2016. Psychological Bulletin, 145(4), 410-429.
- Maslach, C., Schaufeli, W. B., & Leiter, M. P. (2001). Job burnout.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 397-422.
“자기자비: 실패한 나를 대하는 다른 방식”
압박의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상담심리학의 질문은 개인을 지켜줄 심리적인 자원으로 향합니다. 이 중에서 유력한 후보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입니다. Neff(2003)는 자기자비를 고통과 실패의 순간에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친절하게 대하는 자기친절, 나만 부족하다는 고립감 대신 누구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보편적인 인간성,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 있게 바라보는 마음챙김의 결합으로 개념화하고 측정도구를 개발하였습니다. 자기자비는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같은 압박 아래에서도 자기자비가 높은 사람은 실패를 자기 공격의 재료로 삼지 않기 때문에, 완벽주의가 소진으로 번지는 길목을 막아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압박과 소진의 관계가 자기자비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가, 곧 보호효과의 검증이 연구의 과제가 됩니다.
- Neff, K. D. (2003). The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scale to measure self-compassion. Self and Identity, 2(3), 223-250.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의뢰인이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완벽주의와 번아웃의 인과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두 변수의 인과관계에 더하여 보호요인을 추가로 투입하여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가이드하였습니다. 사회부과 완벽주의가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을 위계적 회귀분석으로 확인하고, 자기자비와의 상호작용항을 투입하여 완충의 역할을 검증하는 구성입니다. 아울러, 타당화된 척도들의 선정과 상호작용 검증을 위한 변수의 평균중심화(mean centering), 유의한 상호작용의 해석을 위한 단순기울기(simple slope) 분석의 절차를 함께 안내하였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설문자료를 기반으로 인구사회학적 변수를 통제한 위계적 회귀분석으로 연구가설을 검증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예상한 바와 같이 사회부과 완벽주의는 번아웃의 수준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자기자비와의 상호작용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기울기 분석의 결과에서는 자기자비가 높은 집단은 완벽주의가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기울기가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기자비가 압박과 소진의 연결을 약화시키는 보호요인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기대를 바꿀 수 없어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기를 수 있다는 의뢰인의 결과는 청년 상담에서 자기자비 개입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