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은 밤새 검색창을 붙잡게 하고 생각의 쳇바퀴를 돌게 만듭니다. 걱정 연구의 중심 개념인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intolerance of uncertainty)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모른다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될 때”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은 불확실한 상황과 그 의미를 견디기 어려워하며, 알 수 없는 것 그 자체를 위협으로 경험하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개념의 출발점은 걱정 연구였습니다. Freeston et al.(1994)은 사람들이 왜 걱정하는가라는 질문을 탐색하며 불확실성 인내력 부족의 측정도구(IUS)를 개발하였고, 걱정의 뿌리에 나쁜 소식보다 알 수 없음을 더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뒤이어 Dugas et al.(1998)은 불확실성 인내력 부족을 중심축으로 하는 범불안장애의 개념 모형을 제안하고 그 타당성을 확인하여, 이 성향이 병리적인 걱정의 핵심 기제라는 관점을 논의하였습니다.
- Freeston, M. H., Rhéaume, J., Letarte, H., Dugas, M. J., & Ladouceur, R. (1994). Why do people worr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7(6), 791-802.
- Dugas, M. J., Gagnon, F., Ladouceur, R., & Freeston, M. H. (1998).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A preliminary test of a conceptual model.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36(2), 215-226.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라는 개념은 이후에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Carleton(2016)은 여러 정서장애의 문헌을 종합한 끝에, 미지에 대한 공포가 불안 관련 문제들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공포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불확실성 인내력 부족이 특정한 장애의 부속 변수가 아니라 불안과 우울, 강박을 가로지르는 범진단적인 요인으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정보 환경은 이 성향이 발현되기에 최적의 무대입니다. 검색과 알림이 끝없이 이어지는 세계에서,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확실함을 얻으려는 검색의 미로와 둠스크롤링(doom scrolling), 그리고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반추의 쳇바퀴로 빨려 들어가기 쉽습니다.
- Carleton, R. N. (2016). Fear of the unknown: One fear to rule them all?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41, 5-21.
“성향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실험으로만 열 수 있는 블랙박스”
남은 질문은 메커니즘입니다.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성향은 어떠한 인지 과정을 거쳐 과도한 정보 탐색과 반추라는 행동으로 번역되는가..? 걱정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인지 모형들은 유력한 후보들을 제시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Hirsch & Mathews(2012)는 병리적인 걱정이 모호한 정보를 부정적으로 읽어내는 해석 편향과 위협에 이끌리는 주의 편향, 그리고 통제되기 어려운 언어적 사고의 결합에서 비롯된다는 인지 모형을 제안하였습니다. 알 수 없음을 위협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위협을 해소할 확실한 증거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되고, 그 요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탐색은 검색의 과잉으로, 사고는 반추의 반복으로 이어진다는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 Hirsch, C. R., & Mathews, A. (2012). A cognitive model of pathological worry.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50(10), 636-646.
문제는 이 그림의 대부분이 자기보고식 설문의 상관 위에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척도와 척도의 상관은 성향과 증상이 함께 간다는 것을 알려줄 뿐, 불확실성이 실제로 탐색과 반추를 일으키는지, 또는 그 사이에서 어떤 인지 과정이 다리를 놓는지는 말해주지 못합니다. 블랙박스를 여는 열쇠는 실험입니다. 불확실성을 실험실에서 직접 유도하고, 정보의 요구량을 행동으로 측정하는 표집 과제와 해석의 방향을 포착하는 과제를 결합할 때, 성향이 행동으로 번역되는 경로가 인과 관계로 드러나게 됩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심리 측정과 상담 현장의 경험을 가진 인지심리학 박사과정 수료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불확실성 인내력 부족과 정보 탐색, 반추를 잇는 척도 기반의 구조모형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연구의 초점을 인과관계의 확인에서 메커니즘의 인과적인 규명으로 옮기는 실험 설계를 제안하였습니다. 결과의 불확실성을 조작하는 대기 과제로 불확실 조건과 통제 조건을 구성하고, 결정에 앞서 요구하는 정보의 양을 행동 지표로 측정하는 정보 표집 과제와 모호한 상황의 해석 방향을 포착하는 과제, 그리고 사고 표집으로 반추를 측정하는 절차를 하나의 실험 프로토콜로 통합하는 설계입니다.
실험을 수행한 결과, 의뢰인의 연구 결과에서는 불확실성이 유도된 조건에서 인내력 부족 성향이 높은 참여자들은 결정에 앞서 유의하게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였고, 과제 이후의 반추도 더 높게 사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모호한 정보를 위협으로 읽는 해석의 경향이 성향과 행동 사이의 경로를 유의하게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곧바로 검색과 반추를 낳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음을 위험으로 이어지는 해석의 과정을 거쳐 행동에 이른다는 점이 실험의 결과로 드러난 것입니다.
해석 편향의 매개 역할이 확인되었다면 추후 연구에서는 그 편향을 직접 수정하는 인지 편향 수정(CBM) 훈련의 효과를 검증하는 중재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편향의 수정이 정보 탐색과 반추의 감소로 이어진다면 기제의 인과성은 견고해(robust) 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보 환경의 설계와 연결짓는 확장 연구도 수행이 가능합니다. 알림과 무한 스크롤처럼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인터페이스의 요소들이 인내력 부족 성향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인지심리학과 HCI(human-computer interaction)가 만나는 지점의 질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