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진 시대에, 뉴스로부터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연구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뉴스 회피(news avoidance)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뉴스 회피: 풍요의 시대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
뉴스 회피는 뉴스에 대한 노출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특정한 뉴스를 피하는 수용자의 행동을 의미합니다. 뉴스 회피가 저널리즘 연구의 중심 의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국제적인 조사의 반복된 경고가 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한다고 응답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세계적으로 꾸준하게 상승해 왔다는 점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뉴스에 대한 신뢰가 낮고 회피의 정서가 뚜렷한 국가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뉴스의 공급이 폭발한 시대에 뉴스의 수용이 후퇴하는 역설, 이것이 뉴스 회피 연구가 마주한 현상입니다.
뉴스 회피에 관한 개념을 진화시키는 과정에서는 Skovsgaard & Andersen(2020)의 연구가 빛을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뉴스 회피를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하였습니다. 의도적 회피는 뉴스가 싫어서, 또는 뉴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피하는 행동입니다. 반면에 비의도적 회피는 뉴스보다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호한 결과로 뉴스 소비가 밀려나는 상대적인 현상입니다. 두 유형은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처방도 달라야 합니다. 이 구분은 뉴스 회피 연구의 개념적인 출발점으로 널리 수용되고 있습니다.
- Skovsgaard, M., & Andersen, K. (2020). Conceptualizing news avoidance: Towards a shared understanding of different causes and potential solutions. Journalism Studies, 21(4), 459-476.
뉴스 회피의 심리적인 뿌리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이론은 Zillmann(1988(의 기분관리이론(mood management theory)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기분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하여 미디어 콘텐츠를 선택합니다.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콘텐츠는 피하고, 기분을 개선하는 콘텐츠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전쟁과 재난, 정쟁으로 가득한 뉴스는 기분관리의 관점에서 회피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뉴스 회피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정서적 소진과 무력감은, 뉴스 회피가 게으름이 아니라 자기보호적인 정서조절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Zillmann, D. (1988). Mood management through communication choices.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31(3), 327-340.
디지털 환경의 고유한 인식도 뉴스 회피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Gil de Zúñiga et al(2017)은 ‘뉴스가 나를 찾아온다(news finds me)’는 인식을 개념화하였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의 시대에, 일부 이용자들은 중요한 뉴스라면 굳이 찾지 않아도 자신에게 도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인식은 능동적인 뉴스 추구의 동기를 잠식하며, 역설적으로 정치 지식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뉴스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기다리는 형태의 소극적 회피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 Gil de Zúñiga, H., Weeks, B., & Ardèvol-Abreu, A. (2017). Effects of the news finds me perception in communication: Social media use implications for news seeking and learning about politics. Journal of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22(3), 105-123.
뉴스 회피의 연구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론은 Toff & Nielsen(2018)이 수행한 질적 연구로 나타낼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뉴스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심층인터뷰를 수행하였고, 회피자들이 자신의 미디어 이용을 설명하는 통속이론(folk theories)을 발견하였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검색하면 된다는 믿음과 함께, 뉴스가 알아서 찾아온다는 믿음이 회피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뉴스 회피가 정보 환경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인 해석 위에 세워진 생활양식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 Toff, B., & Nielsen, R. K. (2018). “I just Google it”: Folk theories of distributed discovery. Journal of Communication, 68(3), 636-657.
뉴스 회피 연구에서 질적 접근의 타당성은 그 현상의 특징으로부터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회피는 부재의 행동입니다. 이용의 흔적은 로그와 데이터로 남지만, 이용하지 않음은 기록을 남기지 않습니다. 무엇을 왜 피하는지는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둘째, 설문의 응답은 회피의 표면만을 보여줍니다. 뉴스를 피한다는 동일한 응답의 이면에는 정서적인 자기보호와 언론 불신, 효능감의 상실, 생활의 우선순위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셋째, 뉴스 회피에는 사회적 규범의 압력이 작동합니다. 뉴스를 알아야 한다는 시민적 규범 앞에서 회피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방어하고 정당화하는 서사를 구성하며, 이 서사의 결을 포착하는 일은 깊이 있는 대화의 몫입니다. 뉴스 회피 연구의 국제적인 흐름이 질적 인터뷰를 중심으로 축적되어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언론사 근무 경력을 가진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수료생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뉴스 회피의 확산을 현업에서 체감하며 연구주제를 정하였으나, 회피의 정도를 측정하는 설문 설계와 회피의 경험을 탐구하는 질적 설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회피가 기록을 남기지 않는 부재의 행동이라는 점과 회피의 동기가 이질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질적 연구를 제안하였으며, 의도적 회피자와 비의도적 회피자를 함께 포함하는 참여자 선정의 기준을 설계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아울러 뉴스 이용을 묻는 인터뷰에서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의 왜곡을 줄이는 인터뷰 기법을 함께 가이드하였습니다.
의뢰인은 뉴스를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수행하였으며,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의 절차에 따라 회피의 경험을 범주화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정서적 소진으로부터의 자기보호와 언론에 대한 신뢰의 붕괴, 뉴스가 알아서 찾아온다는 인식, 그리고 알아야 한다는 규범과 피하고 싶다는 욕구 사이의 죄책감이 회피 경험으로 체험한다는 주제로 도출되었습니다.
뉴스 회피는 저널리즘의 위기와 수용자 연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연구의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회피를 게으름이나 무관심으로 단정하지 않아야 하며, 수용자의 관점에서 그 합리성과 맥락을 복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연구자는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경청하는 연구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