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손이 모자라는 시대, 로봇이 노인의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노인 돌봄로봇(care robot)과 그 수용의 문제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돌봄로봇: 피할 수 없는 패러다임”
로봇 시장의 무게중심은 공장에서 생활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이 이끌어 온 시장의 성장 축이 서비스 로봇으로 옮겨가면서, 물류와 배송, 조리, 안내, 그리고 돌봄의 영역이 로봇 산업의 미래 시장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서비스 로봇 시장이 향후 십여 년간 산업용 로봇을 능가하는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고령자 돌봄은 가장 확실한 수요가 예약된 영역으로 꼽힙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로봇에게 대화와 정서 교감의 능력을 입히면서, 돌봄로봇은 침대 이송과 배설 보조와 같은 신체 지원형에서 복약 알림과 안전 모니터링, 말벗과 정서 지원형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돌봄로봇이 피할 수 없는 패러다임인 이유는 기술의 매력이 아니라 인구의 산수에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의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반면, 돌봄을 제공할 인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가족돌봄의 기반은 1인 가구와 노인 부부 가구의 확산으로 얇아졌고, 요양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종사자의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이 구조적인 격차는 처우의 개선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크기이며, 일본을 비롯한 고령 선진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개호로봇의 개발과 보급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돌봄로봇의 보급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노인이 로봇을 받아들일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돌봄로봇의 효과에 대한 문헌적인 근거도 축적되고 있습니다. Pu et al.(2019)은 사회적 로봇이 노인에게 미치는 효과를 다룬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하였는데, 로봇의 활용이 노인의 불안과 외로움을 완화하고 삶의 질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보고하였습니다. 다만 효과의 크기와 지속성에 대해서는 더 엄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결론도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기술은 준비되어 가고 있고 효과의 근거는 쌓이고 있으나, 수용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 Pu, L., Moyle, W., Jones, C., & Todorovic, M. (2019). The effectiveness of social robots for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studies. The Gerontologist, 59(1), e37-e51.
“사용자 수용: 사회복지학이 잘 다루지 않던 렌즈”
기술의 성패가 사용자의 수용에 달려 있다는 통찰은 사용자 수용(user acceptance) 연구의 오랜 전통을 만들어 왔습니다. Venkatesh et al.(2003)이 여러 이론을 통합하여 제시한 UTAUT 모형은 성과기대와 노력기대, 사회적 영향, 촉진조건을 수용의 핵심 동인으로 가정하며 이 분야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통은 노인과 로봇이라는 특수한 맥락으로 확장되었습니다. Heerink et al.(2010)은 고령자의 보조 로봇 수용을 설명하는 알미어 모형(Almere model)을 개발하였는데, 지각된 즐거움과 사회적 실재감 같은 관계적인 요인과 함께 로봇에 대한 불안이 노인의 수용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즉, 노인의 로봇 수용은 유용성의 계산만이 아니라 정서와 관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 Venkatesh, V., Morris, M. G., Davis, G. B., & Davis, F. D. (2003). User acceptance of information technology: Toward a unified view. MIS Quarterly, 27(3), 425-478.
- Heerink, M., Kröse, B., Evers, V., & Wielinga, B. (2010). Assessing acceptance of assistive social agent technology by older adults: The Almere model.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Robotics, 2(4), 361-375.
주목할 점은 이들 수용 연구의 전통이 주로 정보시스템과 마케팅, 공학의 영역에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사회복지학은 돌봄의 정책과 서비스 전달체계, 돌봄자의 부담에 관한 두터운 연구를 축적해 왔으나, 서비스 이용자인 노인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기제, 곧 사용자 수용을 정면으로 다루는 연구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돌봄의 도구가 기술로 재편되는 시대에, 수용의 문제는 곧 서비스 접근성과 돌봄의 형평성의 문제가 됩니다.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인이 돌봄에서 소외되는 구조를 막으려면, 무엇이 수용을 돕고 무엇이 가로막는지를 사회복지학의 언어로 규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이론을 낯선 학문의 지형에 이식하는 이 교차의 지점이야말로, 해외저널이 반기는 학제적인 기여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였습니다. 의뢰인은 돌봄로봇 시범사업의 현장에서 노인들의 상반된 반응을 목격하며 연구를 구상하였으나, 사회복지학의 익숙한 이론 틀 안에서는 이 현상을 담아낼 설계를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수용 연구의 전통을 사회복지학의 질문과 결합하는 방향을 제안하였으며, 다수의 촉진요인과 저해요인을 배치하여 수용의도를 설명하는 연구모형의 설계를 지도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구조방정식모형(SEM) 분석을 통해 연구가설을 검증하였습니다.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상한 바와 같이 촉진요인과 저해요인은 사용자 수용에 각각 정적인(+) 영향과 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뢰인의 연구 결과는 촉진과 저해 요인들을 하나의 모형 안에서 동시에 검증하여, 돌봄로봇의 확산 전략이 편익의 홍보만이 아니라 불안과 우려를 다루는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이 연구 결과가 가지는 기여입니다.
돌봄로봇과 에이지테크는 초고령사회의 진입과 함께 사회복지학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연구의 영역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연구가 요구되는데, 타 연구영역의 이론을 사회복지학의 고유한 질문과 결합하여 새로운 기여의 지점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는 연구는 낯선 만큼 신선하며, 그 신선함이야말로 특히 해외저널에 게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