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와 행동의 간극: 접근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전환은 건강정보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올바른 칫솔질의 방법에서부터 치주질환의 예방, 치과 치료의 선택에 이르는 방대한 구강건강 콘텐츠는 몇 번의 검색으로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건강행동 연구의 고전적인 프레임워크는 정보가 행동 변화의 선행요인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Fisher & Fisher(1992)의 정보-동기-행동기술(information-motivation-behavior; IMB) 모델은 정확하고 접근이 가능한 정보를 자기관리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을 개념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Ajzen(1991)의 계획된 행동이론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제 행동에 선행하는 요인은 행동의도입니다. 정보의 접근성이 행동의도를 거쳐 구강건강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구강보건 증진 전략의 기본 설계도인 셈입니다.
- Fisher, J. D., & Fisher, W. A. (1992). Changing AIDS-risk behavior. Psychological Bulletin, 111(3), 455-474.
- Ajzen, I. (1991). 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0(2), 179-211.
그러나 현실은 설계도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행동은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보의 존재와 행동의 성립 사이에는 간극이 있고,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정보를 다루는 개인의 심리적인 역량입니다. 무엇이 그 다리의 역할을 하는가. 치위생학 연구가 주목해 온 두 개의 후보가 구강건강문해력과 자기효능감입니다.
“구강건강문해력과 자기효능감: 정보를 행동으로 번역하는 두 개의 다리”
구강건강문해력(oral health literacy)은 구강건강 정보를 찾고 이해하며,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자신의 건강 결정에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Horowitz & Kleinman(2008)은 구강건강문해력을 구강보건의 새로운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는데, 낮은 문해력이 예방적 행동의 결핍과 구강건강 격차의 뿌리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같은 정보에 접근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다르다면, 정보의 효과는 균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Horowitz, A. M., & Kleinman, D. V. (2008). Oral health literacy: The new imperative to better oral health. Dental Clinics of North America, 52(2), 333-344.
두 번째 다리는 자기효능감입니다. Bandura(1997)가 제시한 자기효능감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이나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며, 행동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다루어져 온 개념입니다. 구강건강의 맥락에서 자기효능감은 규칙적인 칫솔질과 치실의 사용, 정기적인 치과 방문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납니다. 아무리 정확한 지식을 갖추어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의도는 형성되지 않습니다. 정보가 행동의도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이해의 다리(문해력)와 확신의 다리(자기효능감)가 함께 필요하다는 가설이 성립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이들 두 다리의 역할을 하나의 모형 안에서 통합적으로 검증한 연구의 사례는 관찰된 바가 없습니다.
- Bandura, A. (1977).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Psychological Review, 84(2), 191-215.
프라임 컨설팅을 방문한 의뢰인은 치위생학을 전공한 박사학위 소지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정보 접근성이 구강건강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라임은 정보의 접근이 왜, 그리고 어떤 경로로 행동의도에 이르는지를 밝혀야 이론적인 기여와 실천적인 함의가 함께 확보된다는 점을 가이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의뢰인은 구강건강문해력과 자기효능감을 매개변수로 하는 연구 모형을 설계하고, 타당화된 측정도구를 기반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여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집한 자료에 대하여 PROCESS macro를 활용한 매개효과 검증을 수행하였습니다.
분석을 수행한 결과, 정보의 접근성이 행동의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구강건강문해력과 자기효능감에 의한 간접효과가 모두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행동의도의 향상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정보를 이해하는 역량과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함께 길러줄 때 비로소 정보가 행동의 의지로 전환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