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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선택의 과학: SCOPUS, SCIE, SCI, SSCI, KCI는 등급이 아니라 적합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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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US, SCIE, SCI, SSCI, KCI는 상하 관계의 등급이 아니라 운영의 주체와 게재 범위가 서로 다른 색인(index)의 이름입니다. SCIE는 SCI와 통합되어 현재는 별도의 인덱스가 없습니다. 저널 선택의 성패는 등급표가 아니라 연구와 저널 사이의 적합도가 결정하며, 적합도는 정해진 절차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순서 7개 항목
  1. 저널 등급이라는 통념은 왜 생겨났는가?
  2. SCOPUS, SCI, SCIE, SSCI, KCI는 서로 무엇이 다른가?
  3. 영향력 지수는 왜 저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는가?
  4. 저널 적합도는 어떠한 절차로 판단하는가?
  5. 등급 우선과 적합도 우선의 결과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
  6. 결론

우리나라 대학교의 많은 연구실에는 보이지 않는 서열표가 걸려 있습니다. SCI와 SSCI라는 이름이 맨 위에 있고, SCIE와 SCOPUS가 그 아래에 있으며, KCI가 가장 마지막에 놓입니다. 대학원생은 이 서열표를 따라 저널의 선택을 등급의 문제로 배웁니다. 이 글은 그 서열표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글에서는 5가지 종류의 색인과 이들의 구조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가 가지는 한계에 관한 문헌적인 근거와 저널 적합도 판정 절차도 함께 제시합니다.

저널 등급이라는 통념은 왜 생겨났는가?

저널의 등급이라는 통념은 색인의 차이를 연구업적 점수의 차이로 번역해 온 평가 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교가 운영하는 연구업적 규정은 대체로 색인별로 다른 점수를 부여합니다. 많은 곳에서는 현재까지도 ‘SCI급’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점수표와 표현을 저널의 품질 서열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수표와 색인은 서로 다른 실체입니다. 점수표는 각 기관(예., 대학교)이 규정한 행정 규칙이며, 기관마다 다르고 필요하다면 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색인은 상업 기업 또는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의미하는데, 색인의 수록 기준은 품질의 서열이 아니라 관리의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SCIE 안에서도 분야별 최상위 저널과 하위 저널이 함께 있습니다. 일부 SCOPUS 등재지는 같은 분야의 SCIE 저널보다 높은 인용 지수를 가지는 경우도 흔하게 관찰되고 있습니다. 등급이라는 한 줄의 잣대는 이 다양성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SCOPUS, SCI, SCIE, SSCI, KCI는 서로 무엇이 다른가?

5가지 형태의 색인은 운영 주체와 수록의 범위 및 성격, 그리고 대표 지표에서 서로 다릅니다. 아래의 표는 저널 선택에 필요한 차이만을 요약하여 나타내고 있습니다.

표 1. 다섯 색인의 구조 비교

색인운영 주체수록 범위와 성격대표 지표
SCIClarivate (구 ISI)Garfield가 창안하여 1964년에 출범한 색인의 원조, 핵심 저널의 부분집합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SCIE에 통합통합 이전 JIF
SCIEClarivate (Web of Science)자연과학, 공학, 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SCI를 흡수한 현행 색인JIF, JCR 사분위
SSCIClarivate (Web of Science)사회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JIF, JCR 사분위
SCOPUSElsevier전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국제 색인CiteScore, SJR
KCI한국연구재단국내 학술지의 등재 관리 색인KCI 영향력지수

위의 표에서 확인해야 할 사실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네 가지 색인은 서로 다른 기관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운영합니다. 하나의 잣대 위에 놓인 네 개의 눈금이 아닙니다. 둘째, 지표의 이름과 계산 방식도 색인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JIF와 CiteScore는 인용 집계 기간과 대상 문서의 범위가 다르며, 따라서 두 가지 수치를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연구자는 후보 저널이 속한 색인 안에서 그 저널의 상대적인 위치를 읽어야 합니다. 바로 JCR 사분위(연구분야 내에서의 상대 순위를 4개의 구간으로 나눈 지표)가 그 용도의 지표입니다.

SCI와 SCIE는 무엇이 다른가?

SCI는 Eugene Garfield가 창안하여 1964년에 출범한 색인의 원조격입니다. SCI는 핵심 저널만을 모은 부분집합이었고, SCIE는 그 확장판이었습니다. 그런데 Clarivate는 SCIE와 SCI의 구분을 폐지하였습니다. 현재 Web of Science Core Collection에는 SCIE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연구자에게 SCI vs. SCIE를 구분하는 일은 더이상은 실익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SCI급”이라는 표현은 SCIE와 SSCI 등재를 뜻하는 관용어로 읽어야 합니다.

영향력 지수는 왜 저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는가?

영향력 지수는 저널에 실린 논문들의 평균 인용 횟수일 뿐, 그 저널에 실릴 내 논문의 운명을 말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한계를 처음 체계적으로 보인 연구자가 Seglen입니다.

Seglen(1997)은 저널 인용 자료를 분석하여 영향력 지수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논의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널의 인용은 소수의 논문(예., 대가들의 논문)에 심하게 쏠려 있습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널리 인용되는 논문이 저널 전체의 평균을 끌어올리며, 같은 저널에 실린 대다수의 논문은 그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저널의 지수는 개별적인 논문의 인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합니다. Seglen은 이 근거를 기반으로 영향력 지수를 개별 연구의 평가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이후 연구평가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DORA)의 기초를 마련하였습니다.

Seglen(1997)이 내린 결론을 저널 선택의 맥락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높은 영향력 지수를 가지는 저널을 고르는 행위는 내 논문의 인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낮은 적합도의 저널을 고르는 행위는 데스크 리젝과 심사 지연이라는 비용을 연구자가 감내해야 합니다. 영향력 지수는 보장하지 못하는 이익이고, 저널 적합도는 회피할 수 있는 손실입니다.

저널 적합도는 어떠한 절차로 판단하는가?

저널의 적합도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5단계 절차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 타겟 후보 저널의 aims & scope를 논문 원고(manuscript)에서 서술한 연구 문제와 문장 단위 수준으로 서로 대조합니다. Aims & scope가 서술하는 핵심 용어 또는 키워드는 반드시 논문 원고의 제목과 초록에서 등장해야 합니다.
  • 타겟 후보 저널이 최근 3년 동안 출판한 논문에서 논문 원고와 ‘학문적인 대화(scholarly conversation)’를 하는 논문을 탐색합니다. 그 논문들이 연구자 논문의 참고문헌에 자연스럽게 인용될 수 있다면 적합의 신호입니다.
  • 독자를 확인합니다. 논문 원고의 결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사점과 가이드라인, 또는 제안하는 정책을 가장 필요로 하는 독자가 그 저널을 실제로 읽는지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 논문심사 기간을 확인합니다. 학위 청구나 임용 심사를 위한 데드라인이 걸려 있다면, 논문심사의 첫 번째 판정까지의 기간이 데드라인과 양립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색인과 지표를 확인합니다. 소속 기관의 업적 규정이 요구하는 색인을 만족하는 후보들 가운데, JCR 사분위나 CiteScore 백분위로 상대적인 위치를 확인합니다.

위의 단계를 밟아 나간다면, 논문 투고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순서의 설계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Salinas & Munch(2015)는 투고 결정(submission decision)을 수리적 최적화(mathematical optimization) 문제로 다루었습니다. 두 연구자는 생태학 연구분야를 다루는 61개의 저널을 대상으로 투고접수 대비 게재비율과 논문심사 기간, 영향력 지수를 변수로 설정하여 이른바 ‘투고 순서 모형’을 설계하였습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점은, 연구의 결과에따르면 가장 바람직한 투고 순서(best solution)는 존재하지 않으며, 최적의(optimal) 투고 순서는 논문을 투고하려는 저자가 자신의 논문 인용 회수와 심사기간, 재투고 횟수에 부여하는 가중치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게재를 원하는 연구자 vs. 자신의 논문을 가장 많이 인용하기를 원하는 저자는 서로 다른 저널의 순서를 선택해야 합니다.

등급 우선과 적합도 우선의 결과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

두 접근의 차이는 아래에서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두 시나리오에서의 연구자는 같은 수준을 가지는 논문 원고를 가지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저널을 선택했습니다.

시나리오 A — 등급 우선의 선택: 교육공학 전공의 한 연구자는 분야 최상위 사분위의 국제 저널부터 순서대로 투고하였습니다. 연구자는 저널이 추구하는 aims & scope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서 논문을 투고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저널은 이론적인 측면에서의 기여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저널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논문은 실무적인 측면을 다룬 연구에 가까웠습니다. 원고는 세 저널에 투고를 한 이후에도 연이어서 데스크 리젝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1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시나리오 사례 B — 적합도 우선의 선택: 교육공학을 전공하는 다른 연구자는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투고 저널의 후보를 선택하였습니다. 연구자는 자신의 참고문헌에 세 번 이상 인용된 두 번째 사분위의 저널을 첫 후보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자가 투고한 논문 원고는 데스크를 통과하여 첫 투고에서 심사과정에 진입하였고, 두 차례의 수정을 거친 후에 게재가 확정되었습니다. 소요 기간은 약 1년이었습니다.

표 2. 등급 관점과 적합도 관점의 대비

비교 항목등급 관점적합도 관점
첫 질문“어느 색인이 가장 높은가”“누가 이 결론을 필요로 하는가”
지표의 위치판단의 출발점판단의 마지막 단계
색인의 의미품질의 서열수록 범위가 다른 데이터베이스
실패의 양상반복되는 데스크 리젝과 시간의 손실매우 드물며, 만약 발생하여도 원인의 진단이 가능
데드라인 관리고려되지 않음공지 심사 기간을 절차에 포함

결론

저널의 색인은 사다리가 아니라 지도입니다. 사다리는 오르는 물건이지만, 지도는 목적지를 찾는 물건입니다. SCOPUS, SCI, SCIE, SSCI, KCI라는 다섯 가지의 저널 형태에서 연구자가 찾아가야 할 목적지는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자신의 논문을 읽으려는 독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영향력 지수는 개별적인 논문의 인용을 예측하지 못하며, 최적의 투고 순서는 저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변화합니다. 그리고 저널의 등급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지만, 적합도는 연구자의 한정된 자원과 시간, 그리고 비용을 줄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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