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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학술지와 특별호의 함정: 초대 메일 한 통이 커리어에 남기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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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초대 메일 한 통으로 시작합니다. 부실하게 운영하는 약탈적 학술지와 특별호에 게재한 논문을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논문 철회라는 흔적이 여러분의 커리어에 남겨질 수 있습니다. 논문 투고 전에 색인(index)을 확인하고, 편집위원의 실재 여부와 게스트 에디터의 이력을 점검하는 것이 연구자를 지키는 최소한의 절차입니다.

이 글의 순서 9개 항목
  1. 약탈적 학술지는 무엇인가?
  2. 초대 메일(invitation letter) 한 통이 약탈적 학술지라는 사실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3. 그런데 정상적인 출판사가 발간하는 특별호는 왜 위험한가?
  4. 약탈적 학술지의 게재 실적은 연구자의 커리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5. 특별호에 투고하기 전에는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가?
  6. 결론

박사학위 심사를 앞둔 한 연구자의 메일함에 한 통의 초대 메일(invitation letter) 도착합니다. 본문에는 “Valuable Researcher”라는 호칭과 함께 연구자가 최근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 정확히 인용되어 있습니다. 특별호(special issue)의 게스트 에디터(guest editor)가 ‘친히’ 투고를 요청드리는다는 문구와 함께, 심사는 3주 안에 끝내겠다는 유혹(?)의 글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초대 메일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발송되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이어서 약탈적 학술지(Pirate or Predatory Journal)와 정상 출판사의 특별호가 연구자의 커리어를 위협하는 방식을 관련한 문헌과 사례로 살펴봅니다. 논문 원고(manuscript)를 투고하기 전에 해야 할 점검 절차와 판별 기준을 함께 제시합니다. 만약 초대 메일을 받고 계신다면 이 게시글에서의 테이블 2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약탈적 학술지는 무엇인가?

약탈적 학술지는 학문의 발전보다는 출판사 자사의 이익을 우선하며, 허위 정보와 부실한 편집 관행, 투명성 결여, 무차별적인 투고 권유를 특징으로 하는 학술지입니다. 약탈적 학술지에 관한 정의는 2019년도에 국제 합의 패널에서 논의가 이루어진 후에 결정되었다는 근거를 가집니다. 그 이전까지는 연구자와 기관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약탈성’을 판단해 왔습니다.

Grudniewicz et al.(2019)은 10개 국가의 학자와 출판인, 그리고 연구비 지원기관의 관계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델파이(Delphi)를 수행하여 약탈적 학술지의 정의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여졌습니다. 약 12시간 동안의 토론과 18개의 질문, 3차례의 투표를 거친 결과입니다. 합의된 정의에 따르면, 다음의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합니다. 첫째, 학술성을 희생하여 자기의 이익을 우선합니다. 둘째, 허위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셋째, 편집과 출판에서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최선의 관행에서 이탈합니다. 넷째,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투고 권유를 실행합니다. 이 논평이 중요한 이유는 약탈적 학술지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방어 논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무차별적인 투고 권유가 정식으로 판별 기준에 포함되었다는 점입니다. 초대 메일을 발송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학술지 vs. 약탈적 학술지의 식별 단서라는 뜻입니다.

  • Grudniewicz, A., Moher, D., Cobey, K. D., Bryson, G. L., Cukier, S., Allen, K., … Lalu, M. M. (2019). Predatory journals: No definition, no defence. Nature, 576(7786), 210–212. https://doi.org/10.1038/d41586-019-03759-y

약탈적 학술지를 출판하는 출판사의 규모는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Shen & Björk(2015)는 Beall의 목록에 수록된 학술지 중에서 613종을 층화 표집(stratified sampling)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각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수를 조사하였습니다. 약탈적 학술지의 연간 게재 논문 수는 2010년 약 53,000편에서 2014년도에는 약 420,000편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학술지는 약 8,000종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 수치는 한 연구자가 초대 메일을 받을 확률이 결코 낮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대 메일(invitation letter) 한 통이 약탈적 학술지라는 사실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초대 메일의 문장 구조와 요구 조건만 살펴보아도 약탈적 학술지 여부를 상당 부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송이 되는 초대 메일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유형: 아첨형 초대 메일

수신자의 최근 논문 제목을 정확히 인용하며 “귀하의 탁월한 연구”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수신자의 논문 주제와 초대하려는 약탈적 학술지의 분야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서, 간호학 논문의 저자에게 재료공학 학술지가 투고를 요청하는 셈입니다. 수신자의 논문 실적은 색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동으로 어렵지 않게 수집한 것이며, 발송 대상은 분야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선정됩니다.

두 번째 유형: 기한 압박형 초대 메일

투고 마감이 2주 이내이며, 심사 기간을 7일에서 14일로 명시하고, 게재를 사실상 보장하는 문장을 드러냅니다. 정상적인 동료심사(peer review)는 심사자 섭외에만 최소한 몇 주가 소요됩니다. 따라서 이 기간은 심사가 형식에 그친다는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게재료 할인과 조기 납부 혜택이 함께 언급된다면 판단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 “그렇습니다, 저희는 약탈적 학술지입니다”라고 자인하는 모양새입니다.

세 번째 유형: 게스트 에디터 초대형 메일

투고가 아니라 특별호의 편집을 맡아 달라는 요청입니다. 연구자의 명예욕을 자극하며, 실제로는 게스트 에디터의 명의를 빌려 투고 권유 메일을 대량 발송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수락하는 연구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발송되는 메일의 내용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이 유형이 극히 위험한 이유는 아래의 내용에서 다룹니다.

표 1. 초대 메일 판별 신호

판별 신호정상 학술지약탈적 학술지 또는 부실 특별호
수신자 선정 근거분야의 전문성과 심사 이력논문 제목을 기계적으로 서술, 수신자의 연구분야와 불일치
심사 기간 안내평균 소요 기간만 안내하며 게재를 보장하지 않음7~14일 심사와 게재 보장
게재료(APC) 언급웹사이트에 공개, 메일에서는 언급이 적음메일 본문에서 할인과 조기 납부를 강조
편집위원 정보소속 기관 도메인의 이메일과 실명소속이 불명확, 무료 이메일 도메인
발신 주소출판사 도메인대량 발송 서비스 또는 개인 계정

그런데 정상적인 출판사가 발간하는 특별호는 왜 위험한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는 출판사의 특별호가 위험한 이유는 게스트 에디터 모델이 출판사의 심사 통제 시스템 밖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약탈적 학술지가 아닌 대형 출판사에서도 특별호를 매개로 대규모 논문 철회가 발생하였습니다.

가장 큰 사례는 Hindawi입니다. 이 출판사는 Wiley가 2021년에 인수하였습니다. 외부 게스트 에디터가 주제를 정하고 원고와 심사자를 모집하는 특별호 모델로 급성장한 곳입니다. 그런데 논문 공장(paper mill)이 이 구조에 침투하였던 것입니다. 논문 공장은 당연히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가짜 논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조직으로, 게스트 에디터 자리를 위조하거나 매수하였습니다. Van Noorden(2023)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 전 세계에서 철회된 논문은 1만 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 8,000편 이상이 Hindawi 학술지가 출판한 논문이었습니다. 논문 게재 철회의 대부분은 특별호에 게재된 논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출판사는 특별호의 발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였습니다. 결국에는 2023년 3월에 19종의 학술지가 Web of Science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결국 Wiley는 Hindawi라는 브랜드 자체를 폐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례는 연구자에게 선명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Hindawi는 Beall의 목록에 오른 적이 없는 정상적인 출판사였습니다. 출판사의 명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특별호의 심사 품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특별호는 정규호와는 다른 심사의 경로를 거치는데, 그 경로의 품질은 전적으로 게스트 에디터 개인의 역량과 연구 윤리에 의존합니다. 즉,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술지의 정규호 투고 vs. 특별호 투고는 동일한 학술지 내에서도 서로 다른 리스크 구조를 갖습니다.

약탈적 학술지의 게재 실적은 연구자의 커리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약탈적 학술지, 혹은 부실한 특별호에 게재된 논문은 세 가지 흔적을 남깁니다. 업적 심사에서의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만약 논문이 철회된다면 이 기록이 영구적으로 보존되며, 결국에는 연구실적을 상실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내 대학과 연구비 지원기관은 부실 학술활동 검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도에 발생한 부실 학술대회 참가 문제가 언론에서 보도된 이후의 변화때문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은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실 운영이 의심되는 학술지와 학술대회 정보를 공개합니다. 이에 따라 대학교 임용과 교수 승진 심사에서 해당 학술지의 게재 실적을 제외하는 대학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둘째, 논문 철회 기록은 영구히 삭제되지 않습니다. 철회된 논문은 Retraction Watch 데이터베이스와 출판사 웹사이트에 ‘RETRACTED’라는 문구와 함께 저자 이름이 박제됩니다. 이 낙인(stigma) 정보는 가볍게 Googling만 해도 단 몇 초만에 검색결과에 등장하게 됩니다. 만약 게스트 에디터로 이름을 올린 특별호가 철회된다면, 편집자로서의 이름 역시 철회 공지(retraction notice)에 함께 기록됩니다.

셋째, 학술지가 색인에서 제외되면 이미 게재된 논문의 실적 가치가 소급하여 사라집니다. Web of Science에서 밀려난 학술지는 이후에 영향력 지수(대표적으로 impact factor)가 산출되지 않습니다. 게재 당시에는 SCIE 실적으로 인정되었던 논문이 승진 심사 시점에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상 사례: 한 국립대학교의 조교수는 임용 직전에 SCIE 등재 학술지의 특별호에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하지만 임용이 되고 2년 후에 해당 학술지가 색인에서 제외되었고, 재임용을 위한 심사 규정은 심사 시점의 등재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게재 당시에는 정당한 연구 실적이었던 논문이 심사 서류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이 사례는 프라임 컨설팅이 실제로 경험한 상황을 참고하여 재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특별호에 투고하기 전에는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가?

부실 학술지의 여부를 식별하기 위해 그 학술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체크해서는 안됩니다. 다음의 다섯 가지 단계를 순서대로 수행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 색인 등재의 여부를 확인합니다. Clarivate Master Journal List, Scopus Source List, DOAJ, KCI 등에서 학술지 이름과 ISSN을 직접 조회합니다. 학술지 웹사이트에 게시된 색인 로고 이미지는 전혀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됩니다.
  2.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https://safe.accesson.kr/koar/main/main.do)을 방문하여 학술지와 출판사를 조회합니다. 부실 학술지로 등록이 되어 있으면 투고를 해서는 안됩니다.
  3. 편집위원의 실재 여부를 확인합니다. 편집위원장이 소속된 기관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그 인물이 실제로 그 직위를 가지고 재직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합니다.
  4. 게재료와 심사 기간을 웹사이트 공개 정보와 서로 대조합니다. 수신된 메일 내에서 명시된 조건이 웹사이트의 조건과 다르면 그 자체가 부실 학술지라고 여길 수 있는 신호입니다.
  5. 만약 특별호 투고에 관심이 있다면, 게스트 에디터의 발표 히스토리와 주제의 전문성을 확인합니다. 해당 학술지의 특별호가 논문 철회 이력을 가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traction Watch(https://retractionwatch.com/)를 방문해서 조회하시기를 바랍니다.

표 2. 투고 경로별 위험 구조 비교

구분약탈적 학술지부실 운영 특별호정상 학술지 정규호
심사 주체명목상 존재게스트 에디터 개인편집위원회와 외부 심사자
초대 방식무차별적인 대량 발송게스트 에디터 명의로 발송매우 드물며, 초대를 하더라도 분야별 전문가를 대상
색인 상태미등재 또는 위조 표기등재는 되었으나 제외 위험안정적인 등재
경력 위험실적 불인정논문 철회와 색인 제외 소급낮음

결론

약탈적 학술지는 초대 메일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는다면 그 여부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출판사라 하더라도 특별호 투고는 게스트 에디터 모델이 가지는 구조적인 취약점 때문에 여전히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은 게재실적 불인정과 논문 철회, 색인 제외 소급이라는 형태로 커리어에 남게 됩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생성형 AI를 사용해서 논문을 대량 생산하는 논문 공장이 늘어나면서 특별호를 겨냥한 침투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게스트 에디터의 신원 확인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검증의 마지막 책임은 결국 논문 저자에게 돌아옵니다.

초대 메일을 단 몇 초 동안만 읽고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타겟 저널을 선택하는 것은 논문의 원고를 완성한 뒤에 해야 하는 마지막 절차가 아니라, 원고를 쓰기 전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초대 메일을 받으신다면 답장을 하는 대신에 표 1에서의 다섯 가지 판별 신호와 서로 대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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