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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리젝의 해부학: 저널 에디터가 원고를 3분 안에 돌려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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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리젝(Desk reject or editor's cut)은 동료심사(peer review)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에디터가 내리는 리젝 판정입니다. 판정의 사유는 대부분은 표면적으로는 연구자가 저널을 잘못 선택하였다는 이유인데, 사실은 논문의 완성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초록과 커버레터, 참고문헌이 에디터의 첫 판단을 좌우합니다.

이 글의 순서 6개 항목
  1. 데스크 리젝은 무엇인가?
  2. 에디터는 3분 동안 원고의 어디를 읽는가?
  3. 데스크 리젝의 사유는 어떤 유형으로 분류가 되는가?
  4. 데스크 리젝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고 전에 점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5. 데스크 리젝을 통보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6. 결론

논문 원고를 투고하고 이틀 뒤, 저널 에디터로부터 리젝 통보가 도착했습니다. 기대했던 심사자의 의견서는 물론 받지 못했습니다. 에디터의 서명이 담긴 세 문단의 정중한 메일뿐입니다. 데스크 리젝은 이렇게 심사단계에 진입하지도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는 저널 에디터가 논문 원고(manuscript)의 어느 부분을 어떤 순서로 읽고 얼마나 빨리 결정하는 지를 설명합니다. 리젝 사유의 유형과 투고 전에 거쳐야 하는 점검 절차, 그리고 데스크 리젝을 통보받은 이후의 대응 순서까지를 함께 다룹니다.

데스크 리젝은 무엇인가?

데스크 리젝은 투고한 논문 원고가 심사자(reviewer)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저널 에디터의 판단만으로 반려하는 결정입니다. 에디터 또는 담당 에디터가 원고를 잠깐동안 훑어본 후에 동료심사로 넘길 가치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면 공식적인 동료심사의 절차에 올리지 않고 논문을 되돌려 보냅니다.

데스크 리젝은 저자를 골탕 먹이는 과정이 아니라 심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장치로 이해해야 합니다. Family Business Review에 실린 편집장 논평(Craig, 2010)은 데스크 리젝의 두 가지 조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저널이 추구하는 미션(mission)에 적합하지 않는 원고, 그리고 심사자의 도움을 받을 만큼의 완성도를 가지지 못한 원고입니다. 나아가서, Craig(2010)는 준비가 되지 않은 원고를 ‘표적을 빗나간 부메랑’에 비유하였습니다. 투고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으며, 논문 원고는 저자의 책상에 다시 놓인다는 뜻입니다. 관행적으로, 편집진(editor board)은 리젝으로 판정하는 논문 원고에도 발전 방향이 담긴 메일을 보내곤 합니다. 그런데 그 목적은 심사자의 소중한 시간을 가장 유망한 논문원고의 심사에만 할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투고하는 논문의 수가 증가하면서 데스크 리젝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투고한 원고의 절반 이상을 데스크 단계에서 돌려보낸다고 공개한 학술지도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가 발행하는 RAUSP Management Journal의 편집장 논평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는 연구자라면 첫 번째 관문이 심사자가 아니라 바로 에디터라는 사실을 전제로 논문 원고를 준비해야 합니다.

에디터는 3분 동안 원고의 어디를 읽는가?

에디터 심사의 첫 번째 단계는 정독(reading)이 아니라 선별(screening)입니다. 에디터는 원고의 전체를 읽기 전에 다섯 곳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확인합니다. 그리고 각 지점에서 리젝 판정 신호를 발견하면 읽기를 멈춥니다. 아래의 표 1은 편집장의 논평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논문 원고의 확인 순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표 1. 에디터의 원고 확인 순서와 리젝 판정의 신호

순서확인 지점에디터가 확인하는 것리젝 판정 신호
첫째제목저널의 범위(aims & scope)와의 일치 여부핵심 키워드를 포함하지 않았거나 저널의 독자와는 무관한 주제
둘째초록연구 질문과 기여점이 드러나는지의 여부연구배경의 서술만 장황하고 무엇이 새로운지가 없음
셋째커버레터이 저널이어야 하는 이유, 윤리적 책임어느 저널에나 보낼 수 있는 문안, 저널명 오기
넷째참고문헌해당 저널과 연구분야 문헌과의 ‘학술적 대화(scholarly conversation)’해당 저널에 개재된 논문을 인용한 곳이 전무, 특정한 언어권에 편중, 오래된 참고문헌이 일색
다섯째서론의 마지막연구결과가 제공하는 기여점, 논문의 구조를 예고하는지의 여부기여점을 담은 문장이 없거나 연구결과와는 전혀 무관한 ‘약속’

이 순서에는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뚜렷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에디터의 판단 근거는 본문의 내용이 아니라 원고의 가장자리입니다. 제목과 초록, 커버레터, 참고문헌은 저자들이 마지막에 서둘러 작성하는 부분이지만, 에디터 심사에서는 이들이 가장 먼저 읽는 곳입니다. 데스크 리젝을 피하는 전략은 바로 본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의 내용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가장자리를 제대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데스크 리젝의 사유는 어떤 유형으로 분류가 되는가?

데스크 리젝의 사유는 크게 저널과의 적합성(relevancy), 그리고 논문 원고의 완성도(completeness)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Craig(2010)가 제시한 두 조건이 바로 이 분류에 해당합니다.

Ahlstrom(2012)은 Asia Pacific Journal of Management의 편집장 논평에서 논문 원고가 리젝으로 판정을 받는 주요 사유를 편집자의 시각에서 정리하였습니다. 저널의 범위를 벗어난 연구주제와 기여도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구성이 가장 중요한 사유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행연구와의 ‘대화’가 없는 문헌을 사용하고, 연구설계에서 드러나는 결함도 흔한 데스크 리젝의 사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데스크 리젝의 사유는 저널마다 다른 변수가 아니라 공개된 상수에 가깝습니다.

  • Ahlstrom, D. (2012). Several key reasons why a paper is likely to be rejected at the Asia Pacific Journal of Management. Asia Pacific Journal of Management, 29, 519–524. https://doi.org/10.1007/s10490-012-9315-7

표 2. 데스크 리젝 사유의 유형과 대응 방향

사유 유형구체적인 양상대응 방향
저널과의 적합성이 불일치연구범위 밖의 주제, 독자층이 불일치, 저널이 추구하는 방법론 및 전통과 정면 충돌다른 저널로 투고하는 것이 원칙이며 원고 수정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음
기여점이 불명확초록과 서론에서 연구의 새로움이 서술되지 않음초록의 첫 두 문장과 서론 마지막 문단에 연구의 기여점을 상세하게 서술
‘문헌 대화(scholarly conversation)’이 부족해당 저널과 최신 문헌을 인용한 곳이 없음, 연구자의 주장이 부족하고 참고문헌의 주장만을 나열최근 3년간 해당 저널에 게재된 논문과의 연결성을 서론에 배치
완성도 부족형식의 미준수, 언어 품질, 분량 초과, 표와 본문이 불일치원고와 저널이 요구하는 투고 규정을 대조하여 대폭 수정한 후에 재투고
윤리 요건이 미비IRB 승인 누락, 이해상충 미기재, 중복 투고 의심커버레터와 제출 서류에 윤리적인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점을 명시

데스크 리젝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고 전에 점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논문을 투고하기 전에는 에디터가 읽는 순서대로 논문의 가장자리, 즉 제목-초록-커버레터-참고문헌을 다시 체크해야 합니다. 다음의 다섯 단계를 따르시기를 제안합니다.

  1. 타겟 저널의 웹사이트가 명시하고 있는 aims & scope를 논문 원고가 서술하고 있는 연구의 목적과 서로 대조합니다. 그리고 키워드가 원고의 제목이나 초록에 등장하는 지를 확인합니다.
  2. 최근 3년 내에 타겟 저널에 게재된 논문 가운데 논문 원고와 ‘대화’하는 논문을 찾아 서론과 참고문헌에 배치합니다. 만약 한 편도 찾을 수 없다면 타겟 저널을 다시 선정해야 합니다.
  3. 초록을 백지에서 다시 씁니다. 첫 두 문장에 연구의 목적과 기여를 서술하고, 만약 연구의 배경을 반드시 서술해야 한다면 분량을 두 문장 이내로 제한합니다.
  4. 커버레터에는 왜 이 저널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정당한 이유를 한 문단으로 작성합니다. 저널의 이름과 편집장 이름을 잘못 쓴다면 이 자체가 리젝 판정의 신호로 작동합니다.
  5. 투고 규정이 명시하고 있는 템플릿 요건(예., 분량, 인용 형식, 그림 해상도, 저자 정보의 익명화 등)을 체크 리스트로 만들고 하나씩 대조합니다.

데스크 리젝을 통보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투고한 논문이 리젝으로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은 판정의 사유를 추정하고, 다른 선택지를 결정하며, 원고를 보강해야 합니다. 리젝 판정이 담긴 메일을 받은 당일에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메일의 문장으로부터 사유를 추정합니다. “당신이 투고한 논문의 성격이 저널이 추구하는 범위와는 적합하지 않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면 논문 원고를 수정하지 않고 다른 타겟 저널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만약, “기여가 분명하지 않다” 또는 “심사에 넘길 단계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완성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초록과 서론을 보강한 뒤에 다른 저널에 투고합니다. 또한, 에디터가 특정한 부분(예., 연구방법론)을 지적하였다면 바로 그 부분이 다음 투고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곳입니다. 데스크 리젝을 당한 후에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실익이 전혀 없다고 여기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명백한 행정적인 착오가 아닌 이상(1% 미만의 가능성), 이의제기에 소비할 시간과 노력을 아끼고 원고를 보강하는 편이 그나마 게재까지의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상 시나리오: 경영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의 한 연구자는 SSCI 등재 저널로부터 나흘 만에 데스크 리젝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메일에는 논문 원고가 저널을 탐독하는 독자에게 제공하려는 시사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자는 우리나라 기업에 종사하는 근무자를 표본으로 선정하였다는 점을 연구의 한계점으로 여겼으나, 사실 저널 에디터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바로 서론이었습니다. 서론의 내용 어디에도 연구결과를 다른 제도권 맥락과 관련시키는 문단이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연구자는 서론의 끝자락에 해외 국적을 가지는 독자를 위한 기여점을 풍부하게 서술하였고, 최근 3년 내에 출판된 3편의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저널에 수정본을 투고한 결과, 데스크를 통과하여 결국 공식적인 동료심사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프라임 컨설팅이 실무 현장에서 경험한 상황을 각색하여 구성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결론

데스크 리젝은 심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가장 압축된 형태의 심사 결과입니다. 에디터는 제목과 초록, 커버레터, 참고문헌, 그리고 서론의 마지막 부분만을 잠깐동안 훑어본 후에 투고한 논문 원고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만약 데스크 리젝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타겟 저널과의 적합성 및 완성도가 부족하였기 때문이고, 공식적인 동료심사 단계에 진입을 하였다면 그 이유는 저널과의 적합성 및 완성도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관점을 바꾸어 본다면, 데스크 리젝은 가장 저렴하게 댓가를 치를 수 있는 리젝 판정이기도 합니다. 6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심사기간 후에 받는 리젝 vs. 4일 만에 받는 리젝을 서로 비교한다면, 잃는 시간의 길이가 서로 다릅니다. 오히려 빠른 리젝 판정은 잘못 선택한 타겟 저널로부터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 주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submission’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에디터의 자리에 앉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논문 제목과 초록, 커버레터, 참고문헌, 그리고 서론의 마지막 문단을 3분 동안 읽는 것입니다. 그 3분 동안에 이 연구가 무슨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면, 에디터는 3분 안에 데스크 리젝으로 판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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